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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남북조)

북량(北凉) 개국황제의 비애

by 중은우시 2010. 9. 3.

: 희자(喜子)

 

북량은 십육국(十六國) 하나이다. 397년에 건국하였고, 개국황제는 단업(段業)이며, 장액(張掖) 도읍으로 삼았다. 412 고장(姑臧, 지금의 甘肅 武威) 천도한다. 401 단업은 전투에서 패배하여 피살당하고, 저거몽손(沮渠蒙遜) 북량의 군주가 된다. 433년에는 저거목건(沮渠牧) 황제위를 승계한다. 439, 북위가 고장을 함락시키며, 저거목건이 투항한다. 이렇게 하여 북량은 3명의 황제, 42년만에 멸망한다.

 

'개국황제' 단업은 경조(京兆) 사람이다. 처음에는 후량(後凉) 태조인 여광(呂光) 부하장수 두진(杜進) 막료였다. 실제로는 그를 위하여 굳은 , 잡일을 하는 인물이었다. 서역을 정벌하러 떠났을 기회가 왔다. 그는 전공을 세운다. 나중에 건강태수(建康太守, 건강은 감숙성 태현 남쪽) 임명된다. 단업은 원래 유학자로 본인은 무슨 권모술수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부하들을 단속하지를 못했다. 그는 점을 좋아하고 무술(巫術) 좋아했다. 그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서 점을 보기도 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점을 봐주기도 하였다. 그는 명실상부한 점쟁이였다.

 

속담에 점치는 사람은 명이 천하다. 그러나 역사상 굳이 이렇게 우연한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단업이 바로 그러했다. 그는 점을 미신했는데, 자신에게 황제의 명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도 기회가 왔다. 397, 노수호(盧水胡) 저거몽손과 그의 당형인 저거남성(沮渠男成) 양주에서 병사를 일으켜 후량국왕에 반란을 일으킨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단업을 눈여겨 보고 그를 양주목(凉州牧)으로 추대한다. 2년후 단업은 양왕(凉王) 되고, 연호를 천리(天里) 고친다. 후세에 북량이라 칭하는 왕조이다. 단업은 비록 양왕이기는 하지만 허수아비였다. 군정대권은 모두 상서 승상인 저거몽손이 장악하고 있었다. 단업은 그저 허수아비 '천자'였다. 저거몽손은 명의상으로는 대신이지만, 실제로는 북량의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단업도 허수아비에 만족하지는 않았다. 저거몽손을 방비하기 위하여, 그는 문하시랑 마권을 저거몽손을 대신하여 장액태수가 되도록 하였다. 마권은 저거몽손을 막아낼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저거몽손이 단업에게 이렇게 말한다: "천하에 걱정할 만한 일은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마권만 대비하면 됩니다." 단업은 그의 말을 진실로 생각하여, 마권을 죽여버린다.

 

그후, 저거몽손은 저거남성에게 말한다. "단공은 진짜와 가짜, 좋고 나쁜 것을 구분할  모른다. 난세를 평정할 영명한 군주가 아니다. 현재 마권이 이미 죽었으니, 나는 단업을 제거하고, 형님을 군주로 모시고 싶다. 어떤가?" 저거남성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단업은 원래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외로운 기러기이다. 우리 저거가문이 그를 왕위에 옹립했다. 단업은 우리를 중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를 없애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너무나 인의에 어긋난다."

 

한가지 계획이 통하지 않자, 다른 계획을 들고 나온다. 하루는 저거몽손이 서안태수로 내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단업은 저거몽손이 스스로 멀리 떠나기를 원하자, 마음 속으로 아주 기뻐하며, 즉시 응락한다.

 

떠날 , 저거몽손은 저거남성과 함께 난문산으로 가서 제사를 지내자고 약속한다. 곧이어 저거몽손은 암중으로 사마허함을 보내어 단업에게 이렇게 보고한다: "저거남성이 휴가를 청할 정변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만일 그가 난문산에 가서 제사를 지내겠다고 것입니다. 말을 들으면 말이 사실인 아실 것입니다." 과연 저거남성은 난문산으로 제사를 지내러 간다.

 

미신을 믿는 단업은 이로 인하여 저거몽손을 더욱 신뢰한다. 그는 사실을 따지지도 않고, 저거남성을 붙잡아서, 자살을 명한다. 저거남성은 이렇게 말한다: "저거몽손은 처음에 신에게 반란을 일으키자고 했습니다. 신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제 오히려 신을 모함하니, 그는 양왕이 신을 죽이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폐하께서 먼저 신이 이미 죽었다고 하면서, 신의 모든 죄를 공개하십시오, 그러면 저거몽손은 분명히 반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신은 폐하의 명령에 따라, 병력을 이끌고 그를 토벌하겠습니다. 그러면 신이 그를 주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업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401년 6월, 단업은 저거몽손의 간계에 속아, 그의 당형 저거남성을 죽인다. 저거몽손은 단업이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인다는 것을 이유로 삼아 반란을 일으킨다. 주변의 강족, 호족들이 그에 호응한다. 단업의 부하 전승애는 성문을 열고 저거몽손을 영접한다. 저거몽손은 병력을 이끌고 궁중으로 쳐들어가서 단업을 포로로 잡는다. 단업은 통곡하고 눈물을 흘리며 저거몽손에게 애원했다: "나는 유생일 뿐이다. 그저 점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혼자서 여기에 흘러들어왔고, 원래 황제가 될 생각이 없었다. 너희들이 나를 왕으로 옹립했는데, 이는 그저 미봉책이었고, 임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너의 형인 저거남성은 네가 나에게 그가 죄가 있으니 죽이라고 한 것이 아니냐. 책임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나는 왕위를 너에게 넘기겠다. 이 모든 것을 너에게 돌려주겠다. 그저 목숨만 살려달라. 나는 돈 한푼도 필요없고, 옷감 한조각도 가져가지 않겠다.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서 처자식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거기서 점이나 치면서 생을 마치겠다. 그렇게 해주면 고맙기 그지없겠다."

 

웃기는 일이 아닌가. 저거몽손은 당연히 이 황제를 지냈던 인물을 그냥 풀어줄 리가 없다.

 

저거몽손은 사병들을 부추겨 말했다: "그는 옛날에 사람을 죽일 때, 다른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니 오히려 남에게 자신을 연민해달라고 한다. 개는 똥먹는 습성을 버릴 수 없고, 늑대는 고기를 먹는 습성을 버릴 수 없다. 살인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여러분 말해봐라. 그를 가볍게 용서할 수 있느냐?" 그러자 사병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그를 죽여버렸다. 그는 마침내 어지러운 칼날 속에 죽어간 것이다. 점치는 황제 단업은 자신의 운명은 점치지 못했다. 결국 저거몽손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 단업의 비애는 결국 그가 황제의 재목이 아니었다는데 있다. 그런데도 어찌어찌하여 황제가 되었다는데 있다. 황제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천수를 누렸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황제가 됨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단업은 태수의 직위도 제대로 지키기 힘든 인물이었다. 능력도 없고 수완도 없다. 경제적인 기반이 튼튼하지도 못했다. 자신의 군대가 뒤를 받쳐주지도 못했다. 군주로서 이는 뿌리없는 나무이고 샘없는 물인 셈이다. 단업은 노수호족인 저거몽손이 북량의 정권을 잡는데 희생물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