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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사회/중국의 대학

북대, 청화는 왜 이류대학인가?

by 중은우시 2010. 5. 24.

글: 설용(薛涌)

 

개략 10년전에, '세계일류대학을 건설하자'는 운동이 한동안 요란하게 전개되었다. 거액의 국가자금이 북대, 청화등 몇 개의 명문대학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다. 청화대학의 총장은 '세계일류'대학이 되는 시간표까지 확실하게 만들어 제시했다. 그 시간표에 따르면, 청화는 지금쯤 분명히 세계일류대학이 되었어야 마땅하다. 나중에 이 운동은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고 끝난다. '세계일류'의 구호도 몇해동안 조용해졌다. 지금 이 운동이 다시 시작되려고 한다. 교육부는 이미 선포했다. 총장들을 모아서 해외시찰을 보내어 어떻게 하면 세계일류대학을 만들 수 있을지 공부하겠다고 한다.

 

필자는 처음부터 이러한 운동은 납세자의 돈을 낭비하는 짓이라고 비판했었다. 몇년전 나는 특별히 <<북경, 청화는 홍콩의 대학들에 의하여 이류로 전락할 것이다>>라는 글을 쓴 바 있고, 이로 인하여 논쟁이 불을 뿜은 바 있다. 당시에 주목한 것은 홍콩의 대학들이 대륙에서 신입생을 뽑아가는데 있어서 잘하고 있었고, 이는 북대, 청화등 대륙의 명문대학들이 납세자의 돈을 낭비해가면서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비교해서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많은 비평가들은 필자를 제목을 요란하게 달아서 눈길을 끌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대의 당위서기는 '이류'라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외에 어떤 사람은 아예 '홍콩에 무슨 문화라는게 있느냐? 돈 몇푼을 가지고 북대 청화의 백년학술전통을 무너뜨릴 수 있겠는가?'라고 하기도 했다.

 

시간이 가장 좋은 심판자이다. 사실을 한번 살펴보자. 금년 QS(Quacquarelli Symonds)가 반포한 아시아 최우수200개대학랭킹에서, 홍콩이 4위까지 중에서 3곳을 차지했다. 1위는 홍콩대학, 2위는 홍콩과기대학, 4위는 홍콩중문대학이다. 3위인 대학은 싱가포르국립대학이었다. 랭킹에서 10위안에 든 대학중에서 절반이 일본에 있고, 나머지 1곳이 한국의 서울대학이다. 이와 비교하자면, 중국의 대학은 하나도 10위안에 들지 못했다. 가장 앞선 대학이 북대로 12위이고, 청화는 16위이다. 작년보다도 오히려 더 떨어졌다. 심지어 1984년에 막 창설되어 임시교사로 시작하고, 1994년에야 비로소 정식 4년제대학이 된 홍콩성시대학도 15위로 청화보다 앞자리를 차지했다.

 

아시아는 구미와 달리, 국제수준을 갖춘 대학이 그리 많지 않다. 이들 유한한 대학들 중에서 랭킹 10위안에도 들지 못했다는 것은 필자의 상식으로 판단할 때, 명실상부한 "2류"이다. 홍콩사람들에게 물어보아라. 홍콩성시대학이 "일류"라고 할 수 있는지? 홍콩의 "2류"보다도 뒤에 놓였다면 기껏해야 "이류"인 것이다. 통속적인 이유를 들어서 말한다면, 중국축구와 같다. 아시아 8위내에도 들지 못하면서 자신을 '일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이류"라고 한다고 하여 너무 지나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실질'이 그러하지 아니한가?

 

당연히, 나는 랭킹을 가지고 대학을 평가해야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더더구나 대학이 랭킹을 추구하는 것도 반대한다. 비록 QS가 이미 가장 자주 인용되는 대학랭킹중 하나가 되었지만, 그 평가방식은 여전히 지나치게 편협하다. 그러나, 이런 평가와 랭킹은 어느 정도 대학의 한 측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만일 자세히 랭킹의 구체적인 기준을 분석해본다면, 북대, 청화가 아마도 너무 높이 평가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북대 청화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첫째 학계의 평가이다. 이것은 아주 주관적인 기준이다. 주로 명성으로 결정된다. 즉, 이름값인 것이다. 또 다른 것은 고용주평가이다. 이 측면에서, 북대, 청화는 독점적인 우세를 지니고 있다. 생각해보라. 중국이 이렇게 넓은데, 국가가 이 두 학교에 퍼붓기식의 투자를 하고 있으니, 다른 대학이 이들과 경쟁할 수가 없다. 가장 우수한 학생이 이 두 학교에 집중되고 있으니, 졸업생들이 뛰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고용주의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홍콩을 둘러보자. 일류학생은 왕왕 해외로 유학가고, 남은 학생들이다. 4곳의 대학이 북대, 청화보다 낫거나 혹은 비슷한 수준으로 고를 수 있다. 홍콩의 대학은 신입생을 뽑는데 있어서, 아마 중국의 일반적인 명문대학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졸업생들이 직장에서 경쟁하는데도 당연히 북대,청화처럼 독점적인 우세를 누리지 못한다. 그러나, 북대, 청화가 낮은 점수를 받은 곳은 모두 숫자로 나타나는 지표들이다. 예를 들어, 교수학생비율이 아주 좋지 않다. 이는 받은 돈을 교육에 쓰지 않았다는 말이다. 학술실력을 반영하는 논문인용률도 아주 낮다. 이 측면에서 북대는 아시아에서 76위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대학들만도 못하다. 국제화정도(외국인교수, 유학생, 국제교환학생등등)도 아주 낮다.

 

재미있는 것은 각 대학의 소개자료이다. 소개자료는 각 대학이 자신의 교육철학을 밝힐 수 있는 기회이다. 학교나 직장에 신청서를 낼 때 자신의 소개서를 내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우리가 그 대학의 목표와 학술기풍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북대, 청화의 소개자료를 보면, 처음부터 캠퍼스가 청나라때의 원림에 있고, 이화원과 원명원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그 다음에는 시설,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하여 자랑하고, 학교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청나라말기의 분위기가 난다. 납세자의 돈을 그렇게 여러해동안 가져갔으면서도 북대, 청화는 자신의 목표와 핵심가치조차도 제래도 정립하지 못했다. 다시 홍콩성시대학의 소개자료를 보자. 여기는 기운이 충만하다. 학교는 명확하게, "전면발전'과 '국제시야'를 강조한다. '학생을 중심으로 한 교육철학" "응용연구와 직업교육을 결합", "학생배경의 다양화"등등을 추구한다. 분명히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세계일류'대학이 아니다. 무슨 기초과학의 첨단을 돌파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 글로벌화된 하이테크경쟁과 문화다원의 환경하에서, 보통의 학생을 국제경쟁력을 지닌 실용적인 인재로 기르는 것이다. 이렇게 착실하게 이룬 발전은 소리높여 '세계일류'를 꿈꾸는 대륙의 대학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류대학'의 건설은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더구나 해외시찰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1991년에 설립한 홍콩과기대학은 이미, 북대, 청화를 추월했다. 1994년에 비로소 정식대학이 된 홍콩성시대학도 막 추월하려 하고 있다. 그들의 웹사이트를 보라. "15년전략" "2010-201전략" "글로벌전략" "지역전략" "현지전략"이 하나하나 분명히 세워져 있다. 그들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허풍만 치고 있다. 중국의 교육관료들이 허풍을 치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기괴한 것은 백성들이 벌써 십여년이나 이들에게 속아왔는데, 그래도 어떻게 계속하여 이렇게 허풍이나 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