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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사회/중국의 대학

대학과 부호

by 중은우시 2009. 6. 10.

글: 하지의(何志毅)

 

유럽의 비교적 오래된 대학들은 모두 지명으로 이름을 지었다. 예를 들면, 캠브리지대학, 옥스포드대학, 베를린대학, 괴팅겐대학등이 그것이다. 미국의 근대에 탄생된 대학은 적지 않은 곳이 인명으로 이름을 지었다. 예를 들면, 하버드대학, 스탠포드대학등등이 그것이다. 그 원인을 따져보면,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상업사회의 발달후에 대학을 운영하는데 돈이 많이 들게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사업으로 재물을 모은 적지 않은 부호가 대학은 고상한 것이고 인류문명을 창조하고 전파하는 것이며, 각종 투쟁을 초월하여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므로 부호들이 대학에 기부하기를 원한 것이다. 대학의 아래에 설립된 각 단과대학원 특히 경영대학원은 기부자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와튼스쿨, MIT의 Sloan경영대학원, 노스웨스트의 켈로그경영대학원등등이 있다.

 

중국에서 기부자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은 대학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역사적으로 진가경(陳嘉庚)이 설립한 하문대학(廈門大學)도 가경대학이라고 이름짓지 않았고, 이가성(李嘉誠)이 설립한 산두대학(汕頭大學)도 가성대학이라고 이름짓지 않았다. 중국과 중국인사회에서, 거액을 대학에 기부한 경우가 많지 않다. 원인은 아마도 중국에 부호가 아직 많지 않고 돈도 많지 않기때문일 것이다. 중국전통적인 자선관념에서는 주로 빈민을 구제하고, 재난을 구제하는 것이 위주이다. 중국에도 유명한 대학에서 기부자의 이름을 딴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면, 북경대학의 광화관리학원(光華管理學院), 상해교통대학의 안태경영관리학원(安泰經營與管理學院)이 그것이다. 다만, 기금회 혹은 기업의 명칭을 땄지, 개인의 이름을 따지는 않았다. 대체로 중국문화에서 집단주의정신과 좋은 일을 하더라도 이름을 남기지 말라는 정신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중국부호배출대학랭킹'을 보았다. 이 랭킹은 억만장자의 숫자를 기준으로 랭킹을 매겼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1위는 북경대학(北京大學)으로 35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했다; 2위는 절강대학(浙江大學)으로 23명을 배출했다; 3위는 청화대학(淸華大學)으로 22명을 배출했다; 4위는 복단대학(復旦大學)으로 20명을 배출했다; 5위는 중국인민대학(中國人民大學)으로 16명을 배출했다; 공동6위는 중남대학(中南大學), 화남이공대학(華南理工大學), 상해교통대학(上海交通大學)으로 각각 9명씩을 배출했다; 공동9위는 심천대학(深大學), 남경대학(南京大學)으로 각각 8명씩을 배출했다; 그외에 5-7명의 부호를 배출한 대학은 하르빈공업대학, 산동대학, 남개대학등 12개가 있다.

 

비록 이들 랭킹이 정확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첫째는, 어떤 대학이 부호를 많이 배출하게 되는가?(제1대부호는 대체로 기업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부호들은 대학에 어떻게 보답할까?

 

여러해 전에, 필자는 청화대학경제관리학원의 한 저명한 교수와 논쟁을 벌인 바가 있다. 필자는 북대가 기업가를 더 배출하기 좋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북대문화에는 회의와 비판정신, 독립과 혁신정신, 과학과 민주정신이 있는데, 이것이 기업가정신에 더욱 부합하지 전문경영인정신에 더욱 들어맞지는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청화대학교수는 청화대학이 오히려 기업가를 배출하기 좋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기업가는 이공계통의 배경을 지니고 비문과배경을 지닌 사람들 중에서 더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위의 수치를 보면 필자의 관점이 더욱 맞는 것같다. 북경에서 북대가 배출한 기업가가 청화대학보다 많고, 상해에서도 복단이 배출한 사람수가 교통대학보다 많다.

 

부호들은 대학에 어떻게 보답할까? 들은 바에 의하면 랭킹에 오른 부호는 1500명가량이라고 한다. 이 랭킹에서 최저기준은 1억인민폐이므로 그들의 재산을 다 합치면 최소한 2000억위안은 넘을 것이다. 그러나 거액기부로 필자가 본 것은 정뢰(丁磊, 중국과기대학 동문)와 단영평(段永平, 절강대학 동문)이 손을 잡고 절강대학에 4000만달러를 기부한 것 정도이다. 여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단 말인가? 그들은 아직도 충분히 부유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기부관념이 없는 것인가? 그들이 대학에 기부하기를 원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회적 약자에게 기부하기를 원하는가? 대학의 체제나 매커니즘에 분제라도 있는가?

 

필자는 최근에 민정부등 국가부위의 지도하에 중국사회공작협회가 주관하는 2009년 중국자선랭킹발표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2009년 중국의 자선기부금액은 1070억위안이었고, 2007년의 3.5배에 이르렀다. 그중 1억위안 이상을 기부한 개인이 5명, 기업이 20개였다. 1000만위안 이상을 기부한 개인이 34명이고, 기업이 310개였다. 이 랭킹에서, 우리는 연속 7년간 1억위안이상을 기부한 기업가도 볼 수 있다. 2009년도 기부를 가장 많이한 금액은 2.74억위안이었다. 필자의 호기심은 여전히, 이들 기부금중에서 대학으로 향한 것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조사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참고할만한 것이라면, 34명의 천만위안이상을 기부한 개인들 중에서 교육을 기부대상으로 열거한 사람은 단지 4명뿐이라는 것이고, 310개의 천만위안이상을 기부한 기업중에서 교육 혹은 장학사업을 기부대상으로 열거한 경우는 딱 2곳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돈도 빈곤지역의 초등학교에 사용된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필자가 북경대학, 청화대학, 상해교통대학, 복단대학등의 명문대학의 기금회에서 매년 모집하는 금액을 알아보았는데, 숫자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중국은 국가정세가 아주 복잡한 나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에서 어떤 것은 유럽을 닮고, 어떤 것은 아프리카를 닮았다"는 말로 중국이 어떤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을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도시는 유럽같은데, 농촌은 아프리카 같다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은 대량의 노동집약형산업을 필요로 한다. 그러면서도 항공우주, 조선, 컴퓨터, 바이오기술등 첨단산업도 필요하다. 중국은 교육보급문제도 중요하지만, 세계일류대학도 중요하다. 자선기부금에 대하여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 재난을 입은 사람을 구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필자는 점점 더 많은 기업가들이 대학에 기부하는 것을 자신의 공익사업방향 내지는 방향의 하나로 삼을 것을 기대해본다. 비록 어떤 농촌의 초등학교는 아프리카같기는 하지만, 어떤 중국의 대학은 유럽같기도 해야하는 것이다.

 

나는 더더욱 대학내에서 부호들이 모교에 기부하는 기풍을 만들어가기를 원한다. 자신의 모교가 세계일류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원한다. 이것은 영광스럽고 신성한 사명이다. 아마도 다시 만나기 힘든 역사의 기회일 것이다. 왜냐하면 부호는 많지만 명문대학은 얼마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