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문화/중국의 사상

중국인들은 왜 힘들게 사는가?

중은우시 2010. 3. 6. 02:08

글: 손옥량(孫玉良)

 

오늘은 나의 이웃인 양지군(楊志軍)에게 불행한 날이다. 아침에 그는 돌연 오른팔이 불편하고, 말을 잘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불안감에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이 그를 병원으로 급히 보냈다. 겨우 사십여세밖에 되지 않은 이 사나이에게 나타난 증상은 필자에게 38살때 나타난 증세와 일치한다. 십중팔구 그 나쁜 놈인 뇌혈전으로 혈관이 막힌 것일 것이다.

 

오늘날 심뇌혈관병은 갈수록 젊은이에게 나타나고 있다. 양지군이 눈물을 흘렸던 원인은 그 자신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아들이 아직 어려서, 학업을 마치지도 않았고, 며느리를 들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일찍 이런 병에 걸리다니, 더 이상 일을 해서 돈을 벌지 못하고,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서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인이다! 중국인은 왜 오천년이나 문명이 전승되면서 중간에 끊어지지 않았는가? 중국인은 후손을 위하여 산다는 것이 그중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중국인은 성년이 된 후에 중대한 책임을 두어깨에 진다. 하나는 부모를 돌아가실 때까지 봉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를 공부시켜 직장을 갖게 하고, 집을 짓고 며느리를 들이고, 후손을 두어 대를 잇게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임무는 보통 남자들의 일생동안의 심혈을 소진시킨다. 이 두 가지 임무를 완성하면, 중국의 남자는 큰 짐을 벗은 것처럼 구천으로 갈 수 있다.

 

중국인은 왜 사는게 힘든가? 왜냐하면 중국인은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부분은 다른 사람을 위하여 살기 때문이다.

 

서방인의 사상은 자식이 18세가 되면, 임무를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인은 자식에게 평생 마음을 쏟는다. 서방인은 비교적 완비된 사회보장제도가 되어 있어서 나이가 들어도 양로원에서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인은 수천년동안 자식을 길러서 노년에 대비했다. 중국인이 사는 것은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서이다. 이 임무는 무거운 짐과 같다. 남자들을 짓눌러서 숨조차 쉬기 힘들게 만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될 때는 이미 나이가 들고, 청춘은 지나갔다. 소위 이상은 그저 다음 세대를 기약할 수밖에 없다. 다음 세대는 또 다시 그 다음 세대를 기약한다. 이렇게 해는 바뀌고, 날은 바뀌고, 자자손손 영원히 이어지게 된다.

 

사람의 일생은 짧디 짧은 수십년의 기간이다. 어른이 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당초의 이상은 모조리 시미유염(柴米油鹽)같은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면서 흘러가 버렸다. 비록 어렸을 때 세운 뜻과 같이 일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임종시에, 모든 중국인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말할 수있다: 나는 중국인으로서의 임무를 완성했다. 양지군처럼, 병이 들면, 자신의 건강을 잃은 것에 대하여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임무를 완성하지 못할까봐 슬퍼하는 것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이것이 중국인들의 충만한 책임감이라는 위대함인지, 중국인들이 스스로의 굴레를 만들어 그 속에 갇혀버리는 비애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