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풍(蔣豊)
<<자치통감>>(중화서국 1956년 6월 제1판)의 마지막 권은 294권이다. <<자치통감>>에 기록된 마지막 해는 959년이다. 왜 끝자리를 맞추어 960년까지 쓰지 않았을까? 당연히 당시는 중국이 서력기원을 사용하지 않았고, 사마광(司馬光)은 960년이라는게 있는지도 몰랐다. 다만, 사마광이 더 이상 쓸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어지는 다음 해 즉 960년에는 "진교병변"이 일어나고 대송왕조가 개국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사마광이 목을 쓰다듬어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그가 아무렇게나 평론할 수 있는 연대가 아니라는 것을.
<<자치통감>>에 기록된 마지막 이야기는 겨우 72자에 불과하다. 그것은 신용을 잃은데 관한 이야기이다. 혹은 하나의 외교에 관한 '관례'를 파괴한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거란의 군주가 그의 외삼촌을 사신으로 당(唐)에 보냈다. 태주단련사 형한유(荊罕儒)는 그를 죽여버린다. 당나라사람들이 거란의 사신을 위해 청풍역에서 야연(夜宴)을 베풀었다. 술이 거나하게 되고(酒酣),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起更衣), 시간이 많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久不還). 가서 보니(視之), 목이 달아나 있었다(失其首矣). 이때로부터 거란은 당과 외교관계를 끊었다. (형)한유는 기주사람이다(冀州人也).
이 내용을 보면 거란의 군주는 진정으로 이웃나라인 후당(後唐)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한 것같다. 그래서 그의 외삼촌을 사신으로 후당에 보낸 것일 것이다. 만일 그런 성의가 없었다면, 혹은 성의가 부족했다면, 거란왕은 굳이 그의 친척 그것도 웃어른을 외교사절로 보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냥 대신 한 명을 파견하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태주단련사 형한우가 왜 거란왕의 외삼촌을 죽였는가? <<자치통감>>에는 그 원인에 대하여 아무 것도 기록하지 않고있다. '애국심' 때문인가? 아니면 중국고대사회에서 그저 '대의(大義)'를 중시하고, '신용''도덕'은 중시하지 않았던 것때문인가? 그리하여 '자고이래로 사신은 죽이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트린 것인가?
"야연" "주감" "갱의"는 의미심장하다. 모두 음미해볼만한 구절이다. 생각해보라, '밤에 연회를 열다니' 얼마나 분위기가 나겠는가? '술이 거나하게 취하다'니 어떤 장면일지는 상상이 갈 것이다. '옷을 갈아입다'는 것은 그 뒤에 뭔가 준비한 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목이 달아났다.
거란은 이로 인하여 후당과 절교한다. 오늘날의 말로 하자면, 외교부가 성명을 발표하여 양국간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나라는 일찌기 아시아와 세계에 명성이 자자하던 그 이백, 두보, 백거이가 살던 당나라가 아니다. 이 당나라는 그 당나라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야기의 마지막 문구는 형한유가 '기주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자고이래로 연조(燕趙)지역에 강개비분의 지사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형한유의 불같은 성격에 대하여 해설하기 위하여 덧붙인 설명일까? 아니면 이 지방무장우두머리인 '단련사'가 '민족영웅'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함일까? 아니면 사람들에게 '풍소소혜역수한'의 그 자객 형가를 연상하도록 하기 위함일까? 형가는 바로 국제테러리즘의 선구자였다.
이렇게 보자면, <<자치통감>>에 쓰여진 마지막 이야기는 양국간의 외교에 관한 일이다. 혹은 '섭외'관련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사마광이 이 이야기를 <<자치통감>>의 마지막 이야기로 삼은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았을까? 잘 모르겠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잘 추측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북송과 남송이라는 허리가 잘린 두 왕조는 모두 '외(外)'에 의하여 망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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