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양발불(梁發芾)
진시황은 오행중 수덕(水德)이라고 생각하여 흑색(黑色)을 숭상했다. 진시황이 입었던 옷은 모두 흑색이었다. 한나라는 화덕(火德)에 속한다고 생각하여 홍색(紅色)을 숭상했다.
현재, 한나라가 홍색을 숭상한 것이 중국인의 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최소한 수,당,송,원의 경우에는 가장 존귀한 색이 태양과 같은 황색(黃色)이었다. 그 다음이 자색(紫色)이고 그 다음이 비로소 홍색(紅色)이었다. 홍색은 중고급관리의 법적 의복색깔이었다. 그때는 가장 존귀한 것도 가장 좋아하는 색깔도 아니었다.
주원장의 명나라에 이르러 홍색은 귀하게 여겨졌다. 홍색은 자색의 지위를 대체한다. 그러나 여전히 황색의 지위를 대체하지는 못했다.
주원장이 홍색을 숭상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명나라의 국성은 주(朱)씨이다. 명나라의 국색도 '붉은 색(주)'이 되는 것이 당연하고 다른 색이 되기는 힘들다. 그리고 '주'는 '아주 붉은 색'이다. 황제는 여전히 황색을 위주로 하였으나, 그것은 황색이 태양의 색깔이기 때문이다. 주원장은 바로 인간의 태양이니, 당연히 태양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명나라때부터 전해지는 황제의 화상에서 알 수 있듯이, 명나라의 황제는 홍색의 용포를 입었다. 이것은 황제가 보기에 홍색은 황색과 마찬가지로 존귀하다는 것이다.
명나라의 홍색에 대한 숭배와 추앙은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 큰 영향을 남긴다. 홍색이 존귀, 경사를 의미하는 것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다만, 20세기 10월혁명이 중국의 공산혁명을 불러오면서, 중국인들의 홍색숭배는 또 하나의 의미를 포함하게 된다.
레닌주의에서 주장하는 것은 계급투쟁, 무산계급독재, 폭력정권탈취, 피비린내나는 진압이다. 서방문화중에 홍색은 피, 잔혹, 위험, 사망등을 상징한다. 레닌주의가 폭력, 진압과 사망을 강조하는 것과 맞아떨어진다. 그리하여, 레닌의 군대는 홍군이고, 레닌의 정권은 홍색정권이다. 레닌의 깃발도 홍기(紅旗)이다. 레닌주의와 아주 가까운 국가사회주의 즉, 히틀러의 나치도 붉은색으로 깃발을 삼았다(당연히 히틀러는 갈색을 높게 생각했다), <<The Good Man of Nanking - The Diaries of John Rabe>>나 <<히틀러암살>>이라는 영화를 보면 그런 느낌을 가질 것이다.
레닌주의가 중국에 유입되면서, 홍색에 대한 숭상은 중국의 전통과 쉽게 맞아떨어졌다. 비록 전통적인 홍색은 준귀와 경사를 나타내지만, 레닌주의의 홍색은 피바람과 폭력을 대표했다. 다만, 레닌주의의 홍색은 중국인들의 홍색에 대한 숭상을 이용하고 있었다. 차시반혼(借屍返魂)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적위대, 홍군, 적색혁명, 적색폭동, 홍색공포, 홍색정권등등. 중국에서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 홍색은 중국에서 가장 정통을 가진 색깔이 된다.
그래서, 오늘 날, 중국인들의 홍색에 대한 숭배는 주원장의 전통과 레닌의 전통이 합쳐진 것이다. 필자가 일찌기 말한 바와 같이, 모택동사상은 바로 주원장과 레닌의 결합이다. 주원장의 극단전제주의와 레린의 집중제, 무산계급독재, 폭력혁명등은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양자의 결합이 바로 오늘의 비밀이다.
이는 바로 중국전통에서 홍색을 숭상하는 전통이, 주로는 존귀와 경사를 의미하지만, 레닌주의가 중국으로 들어온 후 홍색은 혁명, 진압, 폭력등등의 내용을 포함하게 된다.
다만, 서방문화에는 홍색을 숭상하지 않는다. 오히려 홍색은 불의 색깔, 피의 색깔이다. 어쨌든 위험, 사망, 유혈을 의미한다. 그래서, 오는날, 세계에서 통용되는 교통신호는 '홍색이면 서고, 녹색이면 지나간다'는 것이다. 중국의 현대교통체계는 서방에서 들어온 것이다. 이런 신호등문화는 당연히 서방의 전통에 따랐다. 그러므로, 중국의 교통신호도 "홍색이면 서고, 녹색이면 지나간다'는 것이다. 홍색은 위험, 금지, 경고를 상징한다. 개혁개방이후, 서방문화의 '홍등가(紅燈街)'도 중국으로 소리없이 들어왔다. 홍등가의 홍등은 혁명현대극인 <<홍등기(紅燈記)>>의 '홍등'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홍색을 혁명, 진보와 같은 것으로 숭상하는 나라에서, 교통신호의 홍등과 색정장소를 의미하는 홍등은 정통의식형태를 가진 사람에게는 곤혹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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