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가(安哥)
처음으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중국에서는 美國往事 혹은 義薄雲天으로 번역하였음)를 보았을 때, 소녀 데보라가 얼굴에 분을 바르고 먼지가 가득한 창고에서 춤을 추기 시작할 때의 그 눈빛은 순식간이 벽의 구멍으로 훔쳐보던 소년 "누들스"를 감전시킨다. 그 눈빛은 바로 이 청년의 몸과 마음을 모조리 사로잡는다.
영화에 나오는 또 하나의 장면은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누들스" 몇몇 악동들이 미국의 금주령시기에 밀주를 판매하여 처음으로 큰 돈을 만지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주(白酒)생산판매대국으로서, 중국은 "금주령"과 같은 스스로를 결박하는 법령이 나올 리는 없다. 그러나, "세율인상"은 정부에서 잘 써먹는 수법이다. 이치대로 말하자면, 술제조업체에서 갖은 방법을 써서 탈세하면, 정부는 당연히 방법을 강구해서 세제의 헛점을 보완하는 것이 진정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세무기관의 업무난도가 훨씬 올라간다. 그래서 따지지않고 아예 세율을 올려버리는 간명한 방식을 쓰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가져온 직접적인 결과는 술제조업체와 술판매업체에서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마오타이나 우량예와 같이 이름있는 술은 공급이 부족할 지경이다.
이같이 순수히 '시장행위'에 속하는 조절아래에서, 밀주와 가짜술을 판매하는 것은 아주 자극적이고 낭만적인 돈벌이가 된다. 얼마전에 했던 한 조사에서는 식당에서 파는 마오타이와 우량예중 40%가 가짜라는 것이다. 만일 이 수치를 믿을 수 있다면, 나는 감히 단언하건데, "세율인상"이 마오타이, 우량예의 가짜술비율을 배는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술의 강호가 일시간에 술의 진흙탕으로 바뀔 것이다.
백주, 맥주, 포도주, 황주, 양주 그리고 각종 가짜술의 '삼중전회'와 '항공모함'이 모두 출동하여, 주귀(酒鬼)들의 돈주머니를 털어낸다.
그러나, 모든 바보시장의 게임규칙과 마찬가지로, 술시장에서도 "추창살질(追漲殺跌, 가격이 오를 때는 맹목적으로 매수하고, 가격이 내려갈 때면 모조리 팔아버린다)"현상이 나타난다. 그리하여 주귀들도 주식투자자, 방노와 함께 '중국삼대바보'의 하나가 된 것이다.
주식투자자와 방노의 멍청함에 대하여는 우리의 곁에 있는 많은 사람을 통하여 경험한 바 있다. 여기서 더 이상 상세히 언급해서 아픈 상처를 들추지는 않겠다. 중국에서 문인소객들이 읊는 것은 모두 왼손에는 술 한 병을 들고, 오른 손으로는 미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 주귀는 여색과 관련이 있지만, 얼마나 멍청한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 주귀는 미색측면에서도 상당히 멍청하다. 여기서는 잠시 덮어두자. 그저 두 개의 실제로 발생했던 이야기를 가지고 주귀들이 술자리에서 얼마나 멍청한지를 살펴보자.
첫째 이야기: 한 조그만 동네의 부동산개발상이 성정부 지도자를 초청해서 식사를 접대하게 되었다. 모두 자리에 앉은 후에, 개발상은 성지도자에게 무엇을 마시면 좋겠는지 물어보았다. 성지도자는 약간 눈썹을 찡그리더니 포도주나 좀 마시자고 말했다. 웨이트리스가 술을 가져와싸다. 술라벨을 보여주고(거기에 쓰여진 글을 누가 자세히 보겠는가), 병마개의 냄새도 맡아보고(솔직히 얘기하건데 웨이트리스가 얘기한 것과 같은 야수의 맟과 무슨 이파리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술을 시음하고(한 입에 삼켰지만, 혓바닥이 쌉쌀했다), 술을 깨웠다(술잔을 들고 한참을 돌렸다). 그러고 난 후 성지도자가 마침내 한 잔을 건배했다. 술로 분위기를 돋구니, 장엄한 성지도자의 얼굴에도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그리하여 분위기에 맞는 우스개도 몇 마디 했다. 술은 한병 또 한병 들어왔고, 성지도자의 개발상에 대한 호칭도 "호총(胡總, 호총재를 줄여부르는 말)"에서 "소호(小胡, 자기보다 나이어린 사람을 가깝게 부르는 말로 성앞에 小를 붙임)"로 바뀌었다. 소호는 따라나온 여비서에게 눈짓을 해서 계산을 하라고 했다. 그러나, 계산서에 나온 숫자는 소호를 멍하게 만들었다: 50만위안? "그렇습니다" 웨이트리스는 맞다고 확인해주었다. "당신은 모두 5병의 라피트를 마셨는데, 병당 8만위안입니다. 술값이 40만위안이고, 요리값이 10만위안입니다."
둘째 이야기: 호총은 '라피트'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리하여 그 이후에는 절대로 포도주를 시키지 않았다. 이번에 만난 정부고위지도자는 북방사람이었다. 백주를 좋아했다. 예쁘게 생긴 술파는 아가씨가 마오타이주를 들고와서 호총에게 살펴보게 했다. 이번에는 호총이 마음 속으로 자신이 있었다. 기껏해야 한병당 천몇위안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백주는 도수가 높으니, 몇병 마시기도 힘들 것이다. 어쨌든 그 성지도자와 호칭이 "호총에서 소호로 다시 형제로" 바뀔 때까지 마셨다. 호총은 술에 가득 취해서 계산을 했다. "선생, 합쳐서 30만위안입니다." 호총은 입 속에서 바로 라피트의 야수기운이 튀어나오는 것같았다. 웨이트리스는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당신이 마신 것은 80년짜리 마오타이로, 우리 점포의 판매가격이 병당 8만위안입니다. 모두 3병을 열었으니...."
나는 호총과 같은 술꾼의 습관과 능력에 대하여 평가할 생각은 없다. 개인적인 기호를 말하자면, 한겨울에 몸을 녹이는 정도로 한두잔을 마실 때이거나, 어떤 일이 있어 흥을 돋구기 위하여 마실 때 쓰는는 도구이든, 나는 세살배기 어린아이도 속지 않을10위안짜리 "홍성표 이과두"를 극력 추천한다.
교훈: 좋은 술을 마셔라. 단, 멍청한 술을 마시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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