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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법률/사건이야기

만원쥔(滿文軍) 사건과 친친상은(親親相隱)

by 중은우시 2009. 8. 11.

글: 정련근(鄭連根)

 

2009년 8월 3일, 가수 만원쥔의 처인 리리(李)의 마약사건과 관련한 재판이 북경 조양법원에서 열렸다. 심리과정에서 리리는 자신이 마약을 흡입하였다는 것을 극력 부인했다. 검찰관이 만원쥔이 처를 고발하는 내용의 진술조서를 읽어주자, 리리는 남편이 거짓말한다고 반박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는 만원쥔의 '무정'을 질타하는 의견이 많았다.

 

중국현행법률상으로 만원쥔의 행동은 잘못이 없을 뿐아니라, 오히려 칭찬해야할 점이 있다. 이는 "대의멸친(大義滅親)"의 의로운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왜 사람들은 만원쥔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법률과 가족간의 정(情)간의 미묘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법치사회이다, 이것은 커다란 진보이다. 그러나, 법치사회는 '법률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심지어 가족간의 정을 해치면서까지)은 아니다. 이 문제는 토론할 수 있는 것일 뿐아니라, 반드시 토론해봐야 하는 이슈이다.

 

이 문제를 토론하는데에는 두 가지를 참조할만하다. 하나는 중국고대법률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서방국가의 법률이다.

 

먼저 중국고대법률을 얘기해보자. 중국고대법률의 가장 선명한 특색은 "예법합일(禮法合一)"이라는 점이다. 이는 유가와 법가의 두 가지 사상이 서로 경쟁하고 서로 영향을 준 결과이다. 유가는 비록 도덕교화를 주장했지만, 법률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한나라이후의 유가는 이미 법률이 나라를 다스리는 도구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입법과 집법에 있어서, "예"의 원칙과 정신을 법률에 삼투시키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이예입법(以禮入法)"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 유가의 "예(도덕)"이 허용하는 것은 바로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다. 유가도덕이 금지하는 것은 바로 법률이 금지하는 것이다.

 

유가는 가족간의 정을 중시한다. 그래서 유가화된 고대법률은 "대의멸친"을 장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친상은"을 제창했다. 모반, 대역죄에 해당하는 것만 아니라면, 친척간에는 고발할 수 없고, 증인을 서는 것도 면제받았다. 아들은 부친이 죄를 지었다고 고발할 수 없고, 부친에 불리하게 증언을 할 수도 없다. 처는 남편이 죄가 있다고 고발할 수도 없고, 남편에 불리하게 증언을 할 수도 없다. 반대로도 마찬가지이다. 이 원칙을 "용은(容隱)"이라고 한다.

 

"용은"원칙은 중국법률사상에서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다. 이치대로라면, 백성들에게 위법행위가 있으면, 국가와 법률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이 고발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그러나 유가사상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법률의 공정과 가족의 윤리의 사이에서 유가는 가족윤리를 위해서라면 법률을 희생하였다. 법률의 이름으로 가족윤리를 희생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리하여 유가는 "부친이 양을 가져갔다고 하여 아들이 그 증언을 하는 것"(其父攘羊而子證之)은 반대했고, "부친은 아들을 숨겨주고, 아들은 부친을 숨겨주는 것"(父爲子隱, 子爲父隱)을 제창했다.

 

윤리도덕을 보호하는데 기초하여, 중국의 역대왕조의 법률은 모두 "용은"의 원칙을 관철해왔다. 한선제는 일찌기 이와 관련하여 특별히 조서를 내리기도 했다: "부자간의 친함과 부부간의 도리는 천성이다. 비록 화를 입고 죽을 지언정 지키는 것이 마음에 사랑을 품는 것이고, 인후함의 극치이다. 어찌 이를 위배할 수 있으리오. 이제부터, 아들이 부모를 숨겨주고, 처가 남편을 숨겨주고, 손자가 조부모를 숨겨주는 것은 모조리 처벌하지 말라; 그 부모가 아들을 숨겨주고, 그 남편이 처를 숨겨주고, 그 조부모가 손자를 숨겨주는 것은 죄가 비록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모조리 위에 보고하여 정위로 하여금 듣게 하라"

 

당나라이후의 법률에서는 용은의 범위를 더욱 확대했다. 직계친족과 배우자간에 서로 숨겨줄 수 있을 뿐아니라, 함께 사는 친척이라면 이 규정을 원용할 수 있었다. 이후, 용은의 범위는 계속 확대된다. 명청에 이르러서는 동족동성의 친척뿐아니라, 외족친척(장인, 장모, 사위등)도 서로 숨겨줄 수 있게 된다.

 

법률상으로 가족간에 서로 고발하는 것을 금지할 뿐아니라, 가족이 법정에서 증언을 하도록 요구하지도 않는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가족이면서도 죄를 숨겨주지 아니하고, 오히려 고발하면, 그것은 법률의 '용은'원칙에 대한 도전이고, 오히려 법률의 엄격한 제재를 받는다. 자손이 적극적으로 부모를 고발하면, 북위시대에는 사형에 처했다. 당송시대에는 교살형에 처했다. 원나라는 몽골인들이 중원을 차지한 시기이다. 그러나 그들도 "용은"원칙을 답습했다. 원영종때, 알로사(斡魯思)가 부모를 고발하고, 부마인 허납자속겁(許納子速怯)이 부친을 고발했다. 이 일이 발생한 후 황제는 "아들이 부친을 섬기면서 부친을 숨겨주고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잘목이 있는데, 이를 부친에게 간하지 아니하고 관청에 고발하다니, 그것이 어찌 사람의 아들로서 할 짓인가"라고 하면서 그를 참하도록 명한다. 이를 보면 고대법률은 "용은"원칙을 극력 유지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고대의 법률은 전체적으로 보면 투박하다. 다만, "용은"원칙은 시종일관 유지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법률의 공정은 아주 중요하다. 이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회생활에서, 확실히 단순히 '범죄분자는 법에 따라 처벌한다'는 것보다 높은 가치가 있다. 혈연과 가족의 상에서 출발하는 신뢰관계는 시종일관 인간관계의 조화와 사회의 안정과 단결의 기초가 된다. 그것의 사회가치는 단순히 사건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만일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가족윤리를 무시하고, 사법활동에서 부부관계를 갈라놓고, 부자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신뢰관계까지 갈라놓는다면, 그리하여 부부가 반목하게 하고, 부자가 원수지간이 되도록 만든다면, 우리의 사법은 개별사건에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사회신뢰위기를 불러오고, 사회윤리의 붕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이 측면에서 일본의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 2차대전후, 일본경제는 신속히 발전하는 시기를 맞이한다. 그 동안 일본의 가족기업에 탈세현상이 심각했다. 경제범죄를 단속하기 위하여, 일본은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경제범죄를 고발하면 높은 포상금을 내리는 것이다. 포상금을 많이 걸자, 자식이 아버지의 탈세를 고발하고, 부인이 남편의 탈세를 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현상은 일본의 사회학자와 법률학자의 주목을 받았고, 그들은 이에 대하여 토론한 후, 반드시 가족간에 서로 고발하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고 결론내린다. 만일 이런 현상이 계속 발생하게 놔두면, "국가가경제적으로 얻는 이득은 도덕윤리붕괴로 인하여 조성되는 사회적 손실을 도저히 메울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가족간에 서로 고발하게 장려하는 방식은 중지된다.

 

이외에, 현재의 많은 국가에서 법률상 가까운 친척은 "증인면제특권"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연방증거규칙>>에는 공민이 배우자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특권이 부여되어 있다. 일본의 법률에도 이런 규정이 있다. 그리고 범위를 "기존의 배우자(즉, 전처, 전남편)"에게까지 확대하였다. 독일은 부부간의 증언면제특권을 약혼자에게까지 확대하였다.

 

중국고대의 "용은"원칙이든, 현대 서방국가의 가족간의 "증언면제특권"이든 표면적으로 보자면, "법률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들 규정은 인류의 가장 자연스러운 혈연간의 정을 보호해주는 것이다. 사람으로 하여금 가족간의 정과 법률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가족간에 서로 팔아먹을 통로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성과 인권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