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왕립군(王立群)
진헌공(晋獻公)이후에 진나라의 공족(公族)세력은 타격을 입고, 경족(卿族)세력이 대거 팽창한다. 동시에, 경족세력간에도 권력다툼이 벌어져서 서로 싸우게 된다. 결국 세력이 강한 경족은 6가에서 4가로 줄어든다: 즉, 지씨(知氏), 한씨(韓氏), 조씨(趙氏), 위씨(魏氏)가 그들이다. 이 4곳중에서 지씨가 가장 강대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가장 실력이 강했던 지씨는 탈락하고 나머지 세 가문이 진나라를 나눠갖게 된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진헌공은 소종(小宗)으로 군주의 지위를 차지했다. 대종(大宗)의 여러 공자들이 군주위를 빼앗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진헌공은 대거 살계를 펼치고, 공족들을 도살한다. 진나라의 공족세력은 이로써 급속히 쇠퇴한다. 다시 진헌공이 여희(驪姬)를 총애하는데, 여희는 음험하고 독랄했다. 자기가 낳은 아들을 태자로 세우기 위하여 3세에 걸친 내란이 일어난다. 죽을 자는 죽고, 망할 자는 망했다. 진나라의 소종세력도 역시 쇠락하게 된다. 공족세력이 쇠퇴하자, 이성(異姓)인 경족세력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6가문은 진나라의 대권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한다. 이 6가문은 각각 한씨, 위씨, 조씨, 지씨, 중행씨(中行氏), 범씨(范氏)였다. 그들은 각자의 지반과 무장세력을 가지고 있어, 서로 싸웠다. 나중에 범씨와 중행씨는 멸족되고, 4대 경족가문이 남게 된다.
진나라의 경족중 지씨, 한씨, 위씨, 조씨의 네 가문이 남게 되었을 때, 지씨의 종주(宗主)인 지백(知伯)은 실력이 가장 강대했다.
지백은 범씨, 중행씨의 두 경족을 수습한 후, 몇년이 지나지 않아, 사람을 보내어 한씨의 종주인 한강자(韓康子)에게 토지를 내놓으라고 하게 된다. 토지는 인구와 재물을 보증하는 것이다. 누가 아무 이유없이 토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려고 하겠는가? 이는 자기의 살을 베어달라는 말고 마찬가지이다. 한강자는 지백의 사람됨을 잘 알았고, 그의 말을 거역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았다. 범씨, 중행씨의 두 경족도 바로 이런 길을 걸었던 것이다. 이를 잘못처리하다가는 자신도 그 전철을 밟아 지씨에게 멸족당하는 다음 번 경족이 될 수 있었다. 다만, 한강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자 하지는 않았다. 지백에게 한번 토지를 넘겨준다면, 다시 찾아올 때는 또 어떡할 것인가? 고민끝에 그는 지백의 요구를 거절한다.
한강자의 가신인 단규(段規)는 아주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한강자의 결정을 듣고난 후, 즉시 한강자에게 이렇게 권했다: 지백이라는 사람은 탐욕스러우면서도 흉악하다. 만일 그를 만족시켜주지 않는다면, 그는 분명히 한씨에게 무력을 쓸 것이다. 그에게 땅을 넘겨주는 것이 좋겠다. 네가 그에게 땅을 주어서 그가 이익을 보게 되면, 그는 절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다시 위, 조의 두 가문에도 똑같은 요구를 할 것이다. 그들 두 가문이 요구를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지금 알 수가 없다. 만일 그들이 거절하면, 지백은 분명히 그대로 끝나지 않고, 두 경족에 손을 쓸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 한씨는 전쟁의 재난을 피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는 앉아서 그들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다가 손을 써야할 때 쓰면 될 것이다. 한강자는 그 말을 듣자, 좋다. 그렇게 하자라고 결정한다. 그래서, 한강자는 시원스럽게 지백에게 만호의 대읍을 넘겨주게 된다.
지백이 이렇게 손쉽게 만호의 대읍을 얻게 되자, 기분이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즉시 똑같은 방법으로 위나라에 사람을 보내어 땅을 달라고 한다. 지백은 사실 조금도 멍청하지 않다. 한, 조, 위의 세 경족중에서 조씨가 가장 강했고, 한씨가 가장 약했다. 감을 먹을 때도 말랑말랑한 것부터 고르는 법이다. 그래서 그가 처음에 고른 것은 한씨였다. 결과는 아주 순조로왔다. 손쉽게 만호대읍을 얻었다. 한씨의 다음에는 경족중 조씨보다는 위씨가 세력이 약했다. 그래서 다음 순서로 위씨를 향한 것이다.
위씨의 어른인 위선자(魏宣子)는 지백이 땅을 달라는 요구를 받은 후, 한씨의 어른과 마찬가지로 주고 싶지 않았다. 지백에게 땅을 넘기는 것은 자신의 살을 떼어내는 것과 같이 고통스러웠다. 토지는 모든 경족들의 안심입명의 근본이었다. 경족 일가가 토지를 잃어버리게 되면, 일반 평민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누가 그런 걸 원하겠는가? 그래서 위선자의 첫번째 반응은 역시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절대로 주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위선자의 가신인 조가(趙葭)는 한강자의 가신 단규와 마찬가지로, 아주 정치적인 두뇌가 있는 자였다. 그는 위선자에게 이렇게 권했다. 지백이 한씨에게 땅을 달라고 했을 때, 한씨는 줬다. 만일 위씨에게 땅을 달라고 하는데, 위씨가 주지 않는다면, 위씨는 지백에게 밉보이게 될 것이다. 일단 지백에게 미움을 사면, 그는 분명 우리 위씨에게 손을 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지백의 눈엣가시가 되지 않겠는가? 우리가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의 말을 따른다면, 그는 우리 위씨에게 트집을 잡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위선자가 그 말을 듣자,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도 한강자와 마찬가지로 만호대읍을 지백에게 넘겨준다. 지백은 이를 보고, 더욱 기뻐하였다.
기세가 오른 지백은 즉시 사람을 보내어 조씨의 어른인 조양자(趙襄子)에게 아예 지명까지 정해서 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지백이 이번에 조씨에게 요구한 것은 이전에 한씨, 위씨에게 요구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이전에는 땅을 내놓으라고 했을 뿐, 어느 땅이라고 지정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한씨, 위씨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자 지백은 기세가 한껏 올랐다. 이번에 조씨에게는 예전처럼 그냥 땅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조씨에게 이곳저곳을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조씨의 어른인 조양자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즉시 지백의 요구를 거절한다. 지씨는 이번에는 반발을 당했다. 조씨에게 있어서 지백의 요구를 거절한 것은 앞으로 싸우자는 말이었다. 그런데, 조씨일족의 세력으로 지씨일족을 당할 수 있을까?
거절을 당한 지백은 즉시 한강자, 위선자의 두 사람을 자기 집으로 초청한다. 그리고 어떻게 조양자를 공격하여 없앨지에 대하여 논의한다.
조양자는 과감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의 가신인 장맹담(張孟談, 사기에는 張孟同이라 하였음, 이것은 아마도 사마천이 자신의 부친인 사마담의 이름을 피휘하여 고친 것일 것이다)을 불러서, 이 일을 논의한다. 조양자는 장맹담에게 말한다. 지백은 표면적으로는 친절하지만 속으로는 아주 음험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한씨, 위씨의 두 가문에 땅을 달라고 했었고, 이번에는 우리 집안에 땅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땅을 주지 않았다. 이제 그는 분명히 우리 조씨 경족에 무력을 쓸 것이다.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 어느 곳이 우리 조씨가 장기간 버티는데 적합하겠는가?
장맹담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말한다. 진양(晋陽, 지금의 산서성 태원)이라고. 조양자는 말한다. 좋다. 그렇게 정하자.
그리하여 조양자는 즉시 장군 하나를 먼저 진양으로 보내고, 자기는 곧이어 도착한다. 진양에 도착한 후, 조양자는 성벽, 창고를 시찰한다. 그 후에 장맹담에게 말한다. 진양의 성벽은 견고하다. 양식창고도 충실하다. 유일하게 부족한 것은 화살이다. 어떡하면 좋겠는가? 그러자 장맹담은 이렇게 답한다. 예전에 진양성을 만들 때, 궁전의 벽은 모두 갈대, 가시나무로 만들었다. 뿌리가 모두 일장이 넘으니, 화살대로 쓰기 적합합니다. 조양자는 그 말을 듣고 시험해보니 과연 아주 적당했다. 조양자는 기뻐하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구리가 부족했다. 화살촉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장맹담은 또 말했다. 듣기로 예전에 진양성을 만들 때, 건물기둥의 가장 아래쪽의 기초는 모두 구리를 부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을 가지고 화살촉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양자는 그 말을 듣고 연신 좋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양자는 전체 진양성의 전투준비를 마치게 된다.
지백은 지씨, 한씨, 위씨의 세 집안의 군대를 이끌고 진양을 공격하러 온다. 3개월간 공격했지만, 진양성을 함락시킬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군대를 펼쳐서 진양을 포위하고, 조양자를 말려죽이고자 한다.
진양성의 바깥에는 강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진수(晋水, 지금의 汾河)이다. 진양은 진수의 북쪽에 놓여있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진양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게 되자, 지백은 도도히 흐르는 진수의 물을 보고는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된다. 강물로 진양성을 수몰시키자는 것이다. 그는 바로 착수했다. 진수의 도도한 물을 인공으로 끌어들여서, 흉맹하게 진양성을 향하여 밀려왔다. 진수는 계속 불어나서, 나무판 3개 정도만 더 불어나면 강물이 성을 넘어 성안으로 밀려들 상황이 되었다.
위선자가 수레를 몰고, 한강자가 경위를 담당했으며, 지백은 편안히 수레위에 앉아 있었다. 진양성이 물에 잠기려는 것을 보자, 지백은 기뻐서 소리쳤다. 강물이 한 나라를 멸망시킬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었구나. 오늘에야 알겠다. 분수는 안읍을 수몰시킬 수 있고, 강수는 평양을 수몰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뻐서 좋아하던 지백은 여기서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한강자와 위선자는 그 말을 듣자, 마음 속으로 불안해 졌다. 왜냐하면 안읍은 위씨 경족의 도읍이고, 평양은 한씨 경족의 도읍이었기 때문이다. 조양자가 오늘 진수에 수몰당하는 참상을 보면서, 한씨경족의 어른과 위씨경족의 어른은 모두 말로 하기 힘든 토사호비(兎死狐悲)의 비애를 느낀 것이다. 그리하여 위선자는 수레위에서 팔꿈치로 한강자를 건드리고, 한강자는 발끝으로 위선자를 건드렸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지백이 친 큰소리 하나로 한씨 위씨는 자신들의 이후 운명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만일 지백이 여기서 성공하면, 조씨의 오늘은 바로 한씨, 위씨의 내일인 것이다.
지백은 진양을 꼬박 3년이나 포위공격한다. 성안에는 물이 가득해서, 사람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생활한다. 솥도 걸어놓고 밥을 했다. 양식도 다 떨어져 갔다. 사병들은 말라서 뼈만 앙상했다. 조양자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지자 다시 장맹담을 찾아가서 상의한다.
장맹담은 일찌감치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조급해진 조양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한, 위 두 집안의 어른을 찾아가서 뵙겠다. 조양자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저 좋다라고 할 수밖에.
장맹담은 성을 빠져나와 한강자, 위선자의 두 어른을 찾아간다. 그들 두 사람에게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도리는 말할 것도 없다. 조씨는 즉시 끝날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조씨가 망한 후에 당신들 두 집안도 조씨의 뒤를 밟게 될 것이다. 한강자와 위선자는 말했다. 그 이치는 우리 둘도 잘 알고 있다. 지백의 사람됨은 우리도 잘 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계획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는데, 지백이 이 일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둘은 끝장이다. 장맹담이 말한다. 계쇡은 당신 두 사람의 입에서 나와서 내 귀로 들어갔다. 절대 제4의 인물이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한강자, 위선자는 즉시 장맹담과 하나의 비밀합의를 달성한다.
장맹담은 한강자, 위선자와 합의를 이룬 후에 즉시 진양성으로 되돌아온다. 합의를 달성한 일을 조양자에게 상세히 보고한다. 조양자는 격동하여 장맹담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장맹담이 지백의 군영에 갔을 때 군영대문에서 지과(知果)를 만난다. 지과는 장맹담을 보고는 바로 군영으로 들어가서 지백을 만난다. 그리고, 한씨, 위씨가 아마도 변고를 일으킬 것같다고 말한다. 지백은 말한다: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지과가 말한다: 현재 군영의 입구에서 장맹담을 보았는데, 아주 기세등등했다. 거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십중팔구는 한씨, 위씨의 두 집안을 설득해서 공동으로 우리에 대항하도록 성공한 것같다. 지백이 말한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들 두 집안의 어른들과 약속을 했다. 조씨를 함락시키면, 세 집안이 공평하게 조씨의 토지를 나누어갖기로. 변고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지과는 지백의 군영을 나오다가 다시 한강자와 위선자를 만난다. 그는 다시 즉시 군영으로 들어가서 지백에게 말한다. 한씨, 위씨 두 집안의 어른들 얼굴색을 보니 잘못된 것같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배신할 것입니다. 빨리 두 사람을 처치하는게 좋겠습니다. 지백은 그래도 믿지 않았다. 우리 세 집안이 진양을 공격하기 시작한지 3년이 되었다. 이제 조만간 진양이 함락될 것인데, 그리고 3년의 전쟁성과를 나누어가질 것인데, 그들이 딴 마음을 먹을 리가 없다.
지과는 말했다. 만일 네가 그들 둘을 죽이지 않으려면, 절대 그들을 너무 가까이 하지는 말라. 지백은 이해가 되지 않아 지과에게 물었다. 너무 가까이 하지 말라는게 무슨 말이냐. 지과는 말했다. 위선자의 가신인 조가, 한강자의 가신인 단규는 모두 그들 두 경족의 어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중신들이다. 너는 하루빨리 그들과 약정을 맺어라. 일단 진양을 함락시키면, 그들 둘에게 만호인구의 현을 하나씩 주겠다고. 이렇게 하면 한강자와 위선자는 아마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고, 너는 조나라를 무찌르는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지백은 그 말을 듣고는 귀찮게 생각했다. 조나라를 무너뜨리면 이미 세 집안이 나눠가질텐데, 만일 두 가신에게 다시 만호의 현을 봉해준다면, 우리는 얻는게 너무 적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건 안될 말이다. 지과는 지백이 자기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지백의 종말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즉시 그들 소종족의 성을 보(輔)로 바꾸었고, 지씨가족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 후론 지백을 만나지 않았다.
장맹담을 이 말을 듣고, 즉시 조양자를 만나러 가서 말했다. 나는 영문에서 지과를 만났다. 그는 이미 우리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같다. 지과가 지백을 만난 후에 즉시 "보"로 성을 바꾸었는데, 그는 이미 우리가 상의하는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늘 저녁에 지백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조양자는 즉시 장맹담을 보내어 한, 위의 두 경족의 우두머리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날 밤에 손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날 저녁, 지백의 진수제방을 지키던 수호병사들은 죽임을 당하고, 도도한 진수는 방향을 틀어서 진양성으로 향하지 않고, 지백의 군영으로 향했다. 지백의 군영은 큰물이 돌연 밀려오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한씨와 위씨의 두 군대가 좌우에서 밀고 들어좠다. 조양자도 자기의 사병을 이끌고 성문을 열고 지백의 군영으로 달려왔다. 지백의 군대는 대패하고, 지백본인은 조양자에게 생포되어 죽었다. 지백의 토지는 한, 위, 조의 세 집안이 나누어가지게 된다. 전체 지씨가족은 멸족이 되었다. 단지 지과의 일족만 겁난을 피해갔다.
이 해는 기원전 453년이다. 이때부터 진나라의 정치는 한, 위, 조의 세 집안이 절대적으로 통제하게 된다.
20년후, 진유공(晋幽公)이 즉위할 때, 한, 위, 조의 세 집안을 두려워하여, 세 집안의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한, 위, 조의 세 집안이 진나라의 나머지 토지를 나눠가졌다. 그저 강(絳, 지금의 산서성 익성)과 곡옥(曲沃, 지금의 산서성 곡옥)의 두 땅만 진유공에게 남겨주었다. 이로부터 한, 위, 조를 합쳐서 삼진(三晋)이라고 부르게 된다.
50년이 지난 후인 기원전 403년, 한, 위, 조의 세 가문은 당시 일찌감치 허울만 남은 주나라 천자 주위열왕(周威烈王)으로부터, 한, 위, 조를 제후로 임명하도록 압박하여, 정식으로, 한, 위, 조는 독립제후국으로 책봉받는다. 이때, 진(晋)은 정식으로 세 나라로 나뉘어진다. 이것이 유명한 "삼가분진(三家分晋)"이다. 이후 진나라의 국호는 폦되고, 진나라의 역사는 끝이 난다.
어떤 학자는 진나라는 일찌기 그렇게 강대했고, 휘황한 역사와 과거를 지니고 있으며, 일찌기 춘추시기에 가장 강대한 제후국의 하나였으므로, 진나라가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천하를 통일한 것은 아마도 진나라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한, 위, 조를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이 한때 불가일세의 지백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실력은 나머지 세 가문을 집어삼킬만했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것은 또 무슨 이유에서인가? 현재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삼가분진의 최대실패자는 바로 지백이라는 것이다. 한강자는 최대의 승리자의 하나이다.
지백은 한, 위, 조의 삼가의 세력을 비교할 때 가장 강력했다, 그런데 왜 실패자가 되었는가? 한강자는 실력이 가장 약했다. 그런데 왜 최종적인 승리자가 될 수 있었는가?
첫째, 지백은 광망자대(狂妄自大)했다. 한, 위, 조, 지의 네 가문 중에서 지씨의 실력이 가장 강했고, 조씨가 그 다음이고, 위와 한의 실력이 가장 약했다. 객관적으로 강대하였다는 점이 지백을 광망자대하게 만들었다.
지백의 광망자대는 시종일관된다. 한번은 지백이 위씨의 종주인 위선자(魏駒), 한씨의 종주인 한강자(韓虔)를 연회에 초청한 적이 있다. 주연에서 지백은 돌연 한강자를 놀리고, 한강자의 가신인 단규를 모욕준다. 중국고대의 경대부(卿大夫)의 봉지(封地)를 가(家)라고 하고, 경대부의 신하를 가신이라고 하였다. 지백의 가신인 지과는 지백에게 일깨워준다. 오늘의 무례로 인하여 댓가를 받을 것이니, 일찌감치 준비하라고. 지백은 말한다. 난(難)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내가 난을 일으키지 않는데, 누가 감히 나에게 난을 일으킨단 말인가. 지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주인께서 난을 대비하지 않으면, 난은 반드시 옵니다. 이번의 연회에서 두 사람에게 원한을 사게 되었다. 한 사람은 한강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단규이다. 연회를 열어 다른 사람에게 치욕을 준 경우이다. 그런데도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다.
진양의 전투에서, 지과는 두번이나 지백에게 한, 위의 양가를 경계하라고 하지만, 지백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백은 왜 이처럼 광망자대했을까? 왜냐하면 지백은 한, 위의 두 경족이 감히 그를 배반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근본원인이다. 지백은 왜 한, 위의 두 가문이 그를 배반하지 않는다고 믿었을까? 한, 위는 계속 그의 말을 잘 들었고, 한번도 지백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조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며, 한씨, 위씨도 곧 지씨와 함께 조씨의 땅을 나눠가질 것이고, 3년간 전쟁의 성과를 나누어가지기 직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어. 진어구>>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당시 지선자(知宣子)가 지요(知瑤, 즉 지백)을 후계자로 세울 때, 지과는 앞장서서 반대했다. 지요는 지소(知宵)만 못하다고 본 것이다. 지선자는 지소가 너무 악독하다고 생각했다. 지과는 말한다. 지소의 악독함은 그저 얼굴에서이다. 지요의 악독함은 마음 속에 있다. 얼굴이 악독한 것은 국가에 해를 끼치지 않지만, 마음이 악독한 것은 국가에 위해를 끼친다. 지요의 장점은 아주 분명하다. 수염에 멋있고, 몸매가 건장하며, 가마를 잘 몰고, 말을 잘하며, 성격이 강인하다. 결점은 단지 한 가지이다. 인애(仁愛)가 없다. 지요의 장점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당연히 그가 뛰어나다. 다만, 한가지 인애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모든 것을 뒤덮을만하다. 만일 지요를 후계자로 삼으면, 지씨는 결말이 좋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선자는 지과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여전히 가족을 지요에게 넘겨주고, 이후 지씨멸족의 씨를 뿌린다.
둘째, 한,위가 머리싸움을 잘 했다. 한강자는 스스로 역량이 지씨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지씨에 공개적으로 대항하지 않고, 지씨에 복종했다. 그리하여 지씨가 강대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게 했다. 한강자의 방식은 참고 양보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종용하는 것이었다. 그의 인내와 양보는 지백으로 하여금 더욱 광망하게 만들었다. 그의 종용은 지백으로 하여금 더욱 교만하게 만들었다. 지백의 멸망은 어떤 의미로 말하자면, 한강자가 역량을 보존하고,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고 준비한 것에서 조성된 것이다. 만일 한강자가 처음부터 지백과 다투고, 지백에게 땅을 넘겨주지 않았더라면, 한강자는 분명 지백과 전투를 벌여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되었다면, 한강자의 역량으로는, 절대 지백의 적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최종적인 실패자는 분명 한강자였을 것이다.
위선자의 역량도 지백만 못했다. 그는 한강자의 계시하에 인내와 양보의 똑같은 방식을 채택한다. 한, 위의 두 집안의 인내와 양보는 지백으로 하여금 더욱 설치게 만들었고, 더욱 교만하게 만들었다. 결국은 지씨일족의 멸문을 가져온다.
지백은 스스로 화를 불러왔다. 한강자는 불씨를 그에게 던졌다. 최종적으로 한, 위, 조의 세 가문중 역량이 가장 강한 조씨가 지백과 자웅을 겨루게 되고, 결과는 최종순간 세 가문이 연합하여 지씨를 멸망시키게 되는 것이다.
셋째, 조양자는 지용(智勇)을 겸비했다. 진양전투를 3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에 조양자가 큰 역할을 한다. 조양자는 한 경족의 실력으로 지백을 필두로 한 세 경족의 연합공격에 3년이나 버텨낸 것이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먼저 근거지를 정확하게 선택했다. 조양자는 세 경족이 그를 연합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처음 한 일이 바로 장기항전의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진양을 선택하기 전에, 그의 수하는 그에게 다른 두 곳의 성을 추천한 바 있다. 하나는 장자(長子)이고 다른 하나는 한단(邯鄲)이었다. 장자는 성벽이 완벽하고 견고했다. 한단은 창고에 비축이 충분했다. 다만, 조양자는 모두 거절한다. 왜 그랬던가? 조양자가 생각하기에 장자의 성벽은 확실히 견고하지만, 그것은 백성들을 고생시켜가면서 지은 것이었다. 이런 성벽은 아무리 견고하다고 하더라도 장기항전의 근거지로 삼기에 힘들다. 왜냐하면 성을 쌓으면서 조씨들이 인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단의 창고에 비축은 확실히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조양자는 이 성의 비축도 백성들로부터 긁어모아서 쌓아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씨는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인심을 잃었다. 그래서 그는 최종적으로 진양을 선택한 것이다. 왜 진양을 선택했는가? 진양의 지방관은 인심이 넉넉하고 후덕했다. 민심이 조씨에 향해 있었다. 조양자가 장기항전의 근거지를 선택할 때 주로 고려한 것은 민심이었다. 이를 보면 조양자는 아주 머리가 맑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그가 철저하게 준비하였다는 점이다. 조양자는 진양에 도착한 후, 성벽을 시찰하고, 병기를 준비했다. 진양이 지백의 수로변경으로 수몰된 이후에도 끝까지 버텨냈다.
그 다음으로는 사람을 잘 썼다는 점이다. 전체 진양방어전에서, 조양자의 가신인 장맹담은 큰 역할을 한다. 이 전쟁에서 장맹담은 극본, 감독, 배우의 세가지 역할을 한꺼번에 해냈다. 계획도 그가 조양자에게 제안한 것이고, 밤에 성을 나가서 한강자, 위선자를 만나서 이해관계를 명확히 분석하고, 양대경족과 연합한 것도 그가 기획하고 집행한 것이다. 조양자의 뛰어남은 그가 장맹담을 발굴하고 그를 잘 썼다는데 있다. 장맹담이 대담하게 한, 위의 양족과 연합하자고 주장할 때 조양자는 그를 적극 지지한다. 장맹담이 한, 위의 양족과 지백을 멸망시킬 방안을 마련한 후에 조양자는 그 계획을 전면적으로 집행한다. 이렇게 하여 조양자는 진양을 3년간 지켜낼 수 있었고, 큰물이 성을 수몰시킬 위기에 처해서도 오히려 반격을 가해, 한, 위와 연합하여 지씨를 멸망시킬 수 있었다.
바로 조양자의 3년항전이 있었기 때문에, 조양자가 한, 위와 연합하여 지백을 멸망시키는 계획을 이행할 수 있었던 것이고, 지백을 망하게 할 수 있었고, 진나라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었다. 4경집정에서 3가분진으로 바뀌며, 진(秦)나라가 동쪽으로 확장하는데 가장 큰 장애이던 진(晋)이 세 나라로 분열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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