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의 지방/북경의 오늘

북경 전문의 "대책란(大柵欄)"은 왜 "da sha lar"로 부르는가?

by 중은우시 2008. 12. 16.

 

 

 

글: 왕명삼(王銘三)

 

북경 전문(前門)에는 번화한 상업거리가 있는데, 이름이 "大柵欄"이다. 그 곳에는 북경과 해외에서 유명한 "동인당(同仁堂)약방", "장일원(張一元)차장" "동승화(同陞和)혜점"이 있고 주위에는 "육필거(六必居)장채점", "서부상(瑞祥)비단점"등이 있다. 매일 그다지 넓지 않은 이 작은 거리는 항상 사람으로 넘쳐나고, 어깨와 발을 부딛치며 사람들이 복잡하게 움직인다. 바로 이처럼 사람이 붐비는 번화한 모습때문에, 각지의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외지인들은 이 곳에 가보지 않으면, 북경에 오지 않은 것과 같다. 북경인들은 이 곳에 와보지 않으면, 세상구경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런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이곳에 분명히 쓰여 있기로는 "大柵欄"인데, 사람들이 부를 때는 왜 "da sha lar(따샤랄)"이라고 하는가? 만일 "책란(柵欄, 울타리라는 뜻임)"의 발음을 그대로 한다면 당연히 "da shan lan(따샨란)"이 되어야 할 것이고, 혹은 북경사투리로 한다면, "da zha lar(따쨔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전문의 바깥에 있는 이곳의 "大柵欄"만은 굳이 "da sha lar(따샤랄)"이라고 하는 것일까?

 

역사를 살펴보면, 전문의 "大柵欄"은 원나라 초기에 만들어졌다. 그 때는 상업거리가 아니었고, 황실에서 산호(珊瑚)를 보관해두는 창고와 산호를 가공하는 작방(作坊)이 있었다.

 

산호는 깊은 바다에서 난다. 산호충의 석회질뼈가 석회화퇴적된 것이며, 원래 흐린 눈을 밝게 하고, 심신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여 약으로 쓸 수 있고, 공예품으로 만들어서 탁자위에 놓아두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공물로 궁중에서 선보였고, 나중에는 상품이 되어 고관대작의 집안에 놓였다. 계속하여 금, 옥, 자기에 다음가는 귀중한 물건으로 취급받았다.

 

만주와 몽고의 연맹은 서로 언어가 통하고, 습속이 가깝기 때문이다. 원나라와 청나라는 관모(官帽)를 모두 정대(頂戴)라고 부르는데, 정대위에는 갈아서 가공한 산호를 붙이고, 산호에는 옥으로 만든 영자관(翎子冠)을 달았다. 관에는 치계령(稚鷄翎)을 꽂았다. 하나의 영자관은 단안화령(單眼花翎)이라고 부르고, 두 개의 영자관은 쌍안화령(雙眼花翎)이라고 부르며, 세개의 영자관은 삼안화령(三眼花翎)이라고 불렀다. 보통관리는 1개의 영자관만을 꽂고, 두 개의 영자관을 꽂는 것은 고위관료이다. 세개의 영자관은 황제가 공신들에게 내리는 특별한 하사품이다.

 

산호가 관료사회에 들어가면 쓸모가 많아진다. 그리하여 북경성에는 산호를 저장하고 가공하는 곳이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전문의 "大柵欄"이 가장 크고, 가장 유명했다.

 

몽골어로 "산호"를 "sha la"라고 부른다. 북경어의 얼화(兒化)하다보니, "sha lar"이 되어버렸다.

 

구어를 글로 표현하다보니, 역사자료에는 "sha la"를 "사랄(沙剌)"로 음역했다. 지명으로 쓸 때는 "사락(紗絡)"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리하여, 북경에는 현재도, "사락"이라고 쓰는 "후통"이 있다. "대사락"이건 "소사락"이건 "전사락"이건 "후사락"이건...모두 그곳이 예전에는 산호와 관련있는 곳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전문밖의 "大柵欄"은 원래 "대사락(大紗絡)"이라고 써야 할 것인데, 마침 이 골목길의 양쪽에 각각 낮에는 열고 밤에는 닫는 대철책란(大鐵柵欄)이 있었다. 그리하여 음에다 뜻을 엮어서 "大柵欄"이라고 쓰게 된 것이다.

 

북경사람들은 아주 완고하다. 네가 어떻게 쓰든 어떻게 고치든, 나는 원래대로 부르겠다는 것이다. 네가 쓴 것이 "왕광복사가(王廣福斜街)"이더라도, 나는 여전히 "왕과부사가(王寡婦斜街)"라고 부른다. 네가 간판에다 커다랗게 "구미가원(歐美家園)"이라고 붙여 놓더라도, 나는 여전히 "난사강자(亂死崗子)"라고 부른다. 네가 "총노선삼항(總路線三巷)"이라고 명명해놓더라도, 나는 여전히 "사후통(死胡同)"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후통표지에 "차항불통행(此巷不通行, 이 골목길은 통행할 수 없음)"이라고 쓰여있기 때문이다....네가 "大柵欄"이라고 쓰더라도, 나는 여전히 "da sha lar(따샤랄)"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곳의 "大柵欄"은 모두 명실상부한 "大柵欄"이지만, 전문 바깥의 "大柵欄"은 사실 "대산호(大珊瑚)"인 것이다. 몽골외래어인 "大 sha lar"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