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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당)

선화부인(宣華夫人): 천고표령제왕화(千古飄零帝王花)

by 중은우시 2008. 10. 17.

 

 

 

글: 진성(陳誠)

 

사람들은 자주 "천고표령제왕화"라는 말로 시대를 잘못만나 불행한 처지에 놓인 망국의 공주를 형용한다. 확실히 "표령(飄零)"이라는 두 글자는 원래 천자의 귀한 딸로 태어났지만, 나라가 망한 후에 의탁할 곳이 없어, 이리저리 다른 사람의 뜻대로 끌려다니는 불행하고 막막한 처지가 잘 드러나 있다. 역사상 유명한 수나라때의 선화부인은 바로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기면 왕이요 지면 도적인 상황하에서 이긴 왕에게 마음대로 끌려다니고 반복적으로 유린당한 망국의 공주이다.

 

선화부인은 원래 남북조시기의 남진(南陳)의 공주였다. 그는 남진 선제의 딸이며, 후주 진숙보의 여동생이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게 되니, 이러저리 굴러다니다 수나라의 후궁이 되었다. 그러나, 불행한 액운은 그녀를 떠나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우울하게 생을 마친다.

 

이 남진의 공주는 건강(建康, 남경)의 화려한 궁중에서 태어났고, 원래 인간세상의 부귀를 다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진후주는 정사를 돌보지 않고, 귀비 장려화(張麗華)를 총애하다가 북방의 수나라에 기회를 주었다. 수나라 개황8년(588년)에 진왕 양광이 군대를 이끌고 장강을 건넌다. 그리고 건강으로 직접 진격하였고, 남진의 황실은 싸우지도 않고 항복해버린다. 결과적으로 이 남진의 공주는 다른 황족여자들과 함께 수나라의 후궁이 된다.

 

당시 수문제의 처인 독고황후는 질투가 심했다. 수문제가 비빈을 두거나 후궁들과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엄히 막았다. 독고황후가 병사한 후에야 수문제는 비로소 아무 거리낌없이 비빈들을 품을 수 있었다. 이 천향국색의 망국공주는 이때 총애를 받고, 선화부인으로 봉해진다. 또 다른 미인인 채씨는 용화부인(容華夫人)에 봉해진다.

 

그러나, 이때, 수문제는 이미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 정사도 태자인 양광에게 위임하고 있었다. 양광은 원래 수문제의 차남이고, 진왕에 봉해졌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효성스럽고 부친을 잘 따르며 예의바랐지만, 실제로는 심기가 깊은 인물이었다. 그는 먼저 모후인 독고씨의 사랑을 얻고, 그 후에 이간질을 해서, 독고황후로 하여금 원래의 태자인 양용에게 불만을 갖게 만든다. 나중에 고육계를 써서, 수문제와 독고황후가 태자가 양광을 독살하려 했다고 믿게 만든다. 그리하여 양용은 폐위되고, 양광은 바라던 태자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양광은 불안했다. 급히 황제에 오르고 싶어했을 뿐아니라, 부황이 얻은 두 미녀에게도 눈독을 들였다. 인수4년(604년) 수문제의 병이 위중해지고, 선화부인과 용화부인은 병상에서 수문제를 돌본다. 수문제는 그녀들이 계속 쉬지도 못하는 것을 보고 그녀들에게 옷을 갈아입고 좀 쉬라고 말한다. 선화부인이 인수궁을 떠나 옷을 갈아입을 때, 태자 양광을 만난다. 양광은 부친의 병이 위중하고, 눈앞에 절세미인이 나타나자, 경거망동하게 무례한 짓을 했다. 수문제가 그 말을 듣고는 대노했다. 그리하여 그날로 불효한 양광을 태자위에서 폐위시키려고 한다. 원래 그는 대신들을 불러서 태자를 폐위하는 것을 논의하려고 하였는데, 이 일을 논의하기도 전헤, 문제는 병이 악화되어 사망한다. 비록 후세인들은 수문제가 양광을 암살하였다고 하지만, 정사인 <<수서>>에는 이런 기록이 없다. <<수서>>, <<북서>>의 기술은, "황제의 병이 심했다. 백관들과 작별을 하고 손을 잡고, 대보전에서 붕어했다." <<양제기>>에도 간단하게, "고조가 붕어했고, 황상이 인수궁에서 즉위했다."고만 적었다.

 

수문제가 죽자, 양광이 즉위한다. 바로 수양제이다. 이때부터 선화부인의 악몽은 시작된다. 당시, 선화부인은 수문제가 돌연 죽었다는 궁중의 변고를 듣고, 전율하며 사색이 되었다. 그녀가 홀로 궁안에 앉아서 근심하고 있었는데, 부끄럽기고 하고 화가 나기도 하였으며, 머리카락을 제대로 정리도 하지 않고 화장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한 내시가 와서 성지를 읽었다. 선화부인에게 금합(錦盒)을 하나 하사한다는 것이었다. 선화부인은 금합에 독약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미인박명이라는 생각에 슬픔이 밀려왔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의 청백을 보전하기 위하여 하얀 옷과 장식으로 갈아입었다. 그렇게 하니 더욱 아름다워 보였고, 사람의 마음을 울렁이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가 금합을 열자, 안에 든 것은 독약이 아니라, 붉은 색의 동심결(同心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원래 서모인 선화부인은 어쩔 수 없이 원래 자기의 친생이 아닌 자식의 동심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리하여, 그날 이후, 선화부인은 양광과 잠자리를 함께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실을 양광의 정실부인인 소황후가 알게 된다. 결국 소황후는 선화부인의 면전에서 양광을 부친의 후궁을 간음했다고 질책하고, 만일 선화부인을 쫓아내지 않으면, 이 추문을 천하에 알려버리겠다고 협박한다. 소황후의 핍박으로, 양광은 할 수 없이 선화부인을 황궁에서 멀리 떨어진 선도궁에 머물게 한다. 그러나, 그는 선화부인을 그리워하여,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선화부인을 궁중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선화부인은 우울증이 병으로 되어 1년만에 죽는다. 나이 겨우 스물아홉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