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영(謝泳)
고향은 중국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의상(意象)이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문학작품에서 시시때때로 보이는 것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감탄이다. 다만,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느낌이 점점 소실된다. 고향은 그저 상상중의 장소가 되어 버렸거나, 혹은 잠시 머물수는 있지만 오래 살 수는 없는 거소이다. 오늘날은 객지에 살더라도 향수를 느끼는 경우가 드물다. 다만, 고향은 대부분 기억속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며, "머리를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거나 "달은 고향땅에도 밝겠지"라는 것은 그저 시에서나 볼 수 있는 정서가 되었다.
고향은 타향에 상대적으로 존재한다. 타향을 떠돌아다니는 사람의 특유한 감정이다. 이런 감정은 떠돌아다니는데서 나타난다. 일종의 길위에서의 감각이다. 고향은 회고의 시작점이다. 고향이 없으면 회고할 것이 없다. 그리하여 고향은 상상의 공간이다. 진짜로 고향을 찾아가면 고향은 그다지 예쁘지도 않다. 거리와 공간을 두어야만 고향은 역대 문인묵객들이 계속적으로 반복한 의상(意象)이 되는 것이다.
노신은 <<고향>>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다만 문장에서는 특수한 비애가 느껴진다. 중국현대문학사상, 한 특수한 현상이 있다: 고향은 그저 작가의 붓끝에만 있지, 그들의 진실한 생활속에는 없다는 것이다. 많은 중국작가는 일단 고향을 떠나면 평생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 노신, 곽말약, 호적등과 같이....고향에 대한 감정은 일종의 특수한 그리움이다. 모택동, 등소평등은 고향에 대한 감정이 더욱 기괴하다. 모택동이 고향에 돌아간 횟수는 아주 적다. 그리고 등소평은 고향을 떠난 후 아마도 돌아가본 적이 없는 것같다. 곽말약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고향은 향토사회 특유의 산물이다. 현대사회와 대비하여 말하자면, 고향에 대한 감정은 고향을 떠난 때에만 나타난다. 이는 향토사회의 정보와 교통이 불편함으로 형성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고향은 기본적으로 낙후의 상징이다. 타향에 사는 이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일종의 순결한 역사기억을 보존하는 것이지, 고향의 진실한 생활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와 감정이 전자전파에 의지할 수 있으므로, 고향에 대한 기억도 약화된다. 향수와 상사(相思)는 같은 조건하에서 나타난다.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일종의 특유한 감정이다. 그러나 이런 시대는 이미 흘러갔다.
당대인들의 고향에 대한 느낌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고향은 가족과 관련이 있는데, 그런 짙은 친족의 정은 단일한 가정에서는 발생하기 어렵다. 그저 부모만 있으면, 그들은 언제든지 자녀와 함게 흘러다니고 이사할 수 있다. 고향은 현재 점차 소실하고 있다. 왜냐하면 대가정이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대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일단 고향을 등지고 떠나면, 다시는 그런 진실한 생활 속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고향의 역사기억은 토지에 대한 감정이다. 중국인은 현재 이미 토지에 대한 귀속감이 없다. 모든 토지는 자기의 것이 아니다. 감정의 기억은 그 진실한 토지에 속한다. 그 위의 두 세칸의 간단한 집이나 대가정이 아니다. 자기의 토지가 바로 고향의 바탕이다. 전통사회에서 금의환향, 고로환향(告老還鄕), 해갑귀전(解甲歸田), 마방남산(馬放南山), 이런 중국문호ㅏ에서 탄생한 독특한 감정은 토지에 대한 그리움에 다름 아니다. 오늘날, 한 대학생이 고향을 등지고 떠날 때, 그리워할 물건이 존재하는가? 그의 고향에 대한 감정이 어디에 있는가?
중국의 도시화 과정에서, 농촌에 대한 최대의 영향은 그들의 안정적인 생활상태를 깨트렸다는 점이다. 정보의 편리와 교통의 편리는 고향의 폐쇄된 환경을 개방시켰다. 폐쇄되지 않는다면 고향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전통사회의 독서방식은 도시와 농촌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교육의 비용도 대체로 비슷했다. 대대로 글을 읽고, 논밭을 경작하더라도, 높은 이상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고향은 전원풍경이 없을 뿐아니라, 조그만큼의 안정도 없다.
오늘의 대학생은 고향을 등지고 떠나면, 인생의 목표는 하나의 방향이다. 만일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앞날이 없다. 토지가 없는데 고향이 어디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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