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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송)

주자(朱子)와 두부(豆腐)

by 중은우시 2008. 9. 17.

글: 정계진(丁啓陣)

 

이런 속담이 있다. "사람은 성인이 아닌데, 누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는가(人非聖賢, 孰能無過)"

 

필자의 생각으로 이 속담은 문제가 있다. 문제는 바로 성현이라면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성현도 잘못을 저지른다. 송나라때의 거유이며 이학가인 주자, 즉, 주희(朱熹)는 죽고나서 얼마되지 않아 공묘(孔廟)에 배향되었다(즉, 공자의 곁에 인물상을 만들어 함께 서서, 공자와 함께 사람들로부터 분향을 받고 절을 받는다). 그리고 청나라 강희제때는 공문 '십이철(十二哲)'의 하나로 추가되기도 하였다. 의심의 여지없이 주자는 성현급의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주자는 잘못을 범한 적이 있다. 그것도 아주 저급하고 웃기는 잘못을...그것은 바로 두부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바로는 서한의 회남왕인 유안이 두부를 발명했다고 한다. 오늘날 이것은 외국으로 퍼져나가서 아시아에 널리 알려져 있다. 4대발명품의 뒤를 이어 세계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금발벽안의 서양인들도 이미 '두부'를 발음할 줄 알게 되었다. 생산업체가 이익에 눈이 어두워, 표백제나 멜라민같은 신체에 유해한 것들을 첨가하지 않는 한, 두부제품은 맛은 물론, 몸에도 아주 이로운 것이다. 이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다만, 학문이 깊은 주자는 이를 몰랐다. 주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두부를 만드려면, 콩, 물, 그리고 첨가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들을 모두 합쳐서 무게를 재어보면 얼마나 나가는지 알 수가 있다. 다만, 실제로 만들어진 두부는 중량이 콩+물+첨가물의 무게보다 훨씬 많이 나간다.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좋아했던 주자는 두부의 제작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그는 두부를 먹는 것을 거부했던 것이다.

 

주희가 두부를 먹지 않은 이야기를 생각하니, 두 가지 일이 머리에 떠오른다.

 

첫번째는 한나라때의 일이다. 양한의 개국황제인 유방과 유수는 각각 그들의 손윗사람과 의견차이가 있었다. 서한의 개국황제인 유방은 젊었을 때 주색을 즐겼고, 삼교구류의 인물들과 사귀고, 손씀씀이가 헤펐다. 그리하여 집으로 돈을 가져오는 일이 없었따. 그의 부친인 유태공은 이 자식은 재산을 모을 줄 모른다고 걱정하여 자주 그의 둘째형을 예로 들어 혼내곤 하였다. 유방이 황제가 된지 9년째 되는 해에 미앙궁을 완공하고 조정에서는 대형 연회를 열어, 여러 신하들과 함께 축하했다. 연회가 시작되었을 때, 유방은 백옥잔을 들어 부친에게 축하주를 올리면서 말했다: "당초 부친은 내가 돈을 집으로 가져 오지 않아, 재산을 모을줄 모른다고 둘째형보다 못하다고 항상 말했지 않습니까. 이제 보십시오. 내 재산과 둘째형을 비교하면, 누가 더 많은지?" 당시 미앙궁의 여러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는 모두 만세를 부르며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고 한다. 유방의 9대손인 유수는 9살때 부친을 잃고, 숙부인 유량의 밑에서 자랐다. 유수의 성격은 유방과 정반대였다. 그는 부지런하고, 착실하게 농사를 지었다. 그리하여, 협의를 행하기 좋아하는 형은 자주 그를 조롱했다. 그는 유방의 둘째형과 같이 싹이 노랗다고 하였던 것이다. 유수는 성격이 비록 유방과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26세에 의거를 일으켜, 3년간의 전투끝에 그는 광무제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현재의 일이다. 최근들어 한창 시끄러운 중의서의의 논쟁이다. 역사적으로 중화민족은 지진, 태풍, 가뭄, 홍수, 눈, 황사, 전염병, 전쟁등등의 각종 천재지변을 겼었지만, 일맥이 이어지고, 구맥이 모여서 후손들이 날로 번창했다. 결국 세계제일의 인구대국으로 발전한 것이다. 원인을 따져보면, 수천년간 내려온 중의중약의 공로도 무시할 수는 없다. 중의 중약은 중화민족의 번성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그런 점에서 아주 가치있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중의 중약은 중화민족의 인구번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는 아무리 우매한 자라도 다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현재, 일부 해외유학파 박사들은 하루종일 과학의 기치를 걸고, 소위 과학원리를 동원하여, 중의중약사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유방의 부친, 유수의 형, 해외유학파 박사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 그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관념이 편협하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가치관념에 고착되어, 다른 사람이나 다른 방식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주자와 마찬가지로, "격물치지"를 할 때, 결함이 있는 원칙을 고집하다보니, 두부를 맛보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첫머리에서 언급한 그 속담을 언급하기로 한다: "사람은 성인이 아닌데, 누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는가(人非聖賢, 孰能無過)" 이 말은 사실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증에 따르면, 이 말의 원전은 <<좌전. 선공2년>>에 진나라의 대신인 사계(士季)가 한 말인, "사람이면 누가 잘봇을 저지르지 않겠는가, 잘못을 저지르고 고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人誰無過, 過而能改, 善莫大焉)" 이로써 볼 때, 이 원전에는 "성인이 되면 잘못을 범하지 않는다"는 뜻은 전혀 담겨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성현이라고 하더라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무서운 것은 아니고, 무서운 것은 잘못을 저지른 다음에 회개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