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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당태종)

당태종의 정치쇼

by 중은우시 2008. 9. 4.

글: 정계진(丁啓陣)

 

당태종(唐太宗) 이세민(李世民)은 중국역사상 아마도 정치쇼를 가장 잘한 황제일 것이다. 문헌에 기재된 그의 정치쇼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아래에는 그 중에 세 가지를 얘기해보기로 한다:

 

첫째, 메뚜기를 집어삼킨 이야기

 

정관2년(628년), 장안 일대에 가뭄이 들었는데, 메뚜기떼가 대량으로 나타났다. 하루는 당태종이 황가원림에서 논을 시찰하다가, 메뚜기를 보게 되었다. 그러자 바로 몇 마리를 손으로 잡아서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사람은 곡식을 먹고 사는데, 네가 그것을 먹다니, 이는 나의 백성을 해치는 짓이다. 백성들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잘못은 나 한 사람에게 있다. 너히가 만일 지각이 있다면 나의 심장을 갉아먹어도 좋다" 그리고는 메뚜기를 집어삼키려고 하였다. 곁에 있던 대신이 황급히 말렸다: "이렇게 하다가 병을 얻을 수 있습니다. 메뚜기를 드시면 안됩니다" 그러자, 당태종은 의연하게 답변했다: "나는 원래 재해를 내 자신에게 옮기고 싶은 것이다. 내 혼자서 감당하겠다. 병나는게 뭐 무서우냐?" 그러면서 손에 움켜쥐고 있던 몇 마리의 메뚜기를 그냥 입에 넣고 삼켜버렸다.

 

필자의 생각에 당태종은 사전에 물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메뚜기가 사람 몸에 절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곁에 있던 그 대신도 메뚜기가 당태종의 몸에 무슨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도 아마 모르는 척했을 것이고, 그렇게 충성을 표현한 것일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백성을 사랑하는 당태종의 마음이 더욱 돋보이게 해준 것이다. 이세민이 메뚜기를 먹은 1330여년이 지난 후에, 또 다른 황제급의 인물이 친히 삼년간의 '자연재해'를 만들고,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정치쇼를 벌인 바 있다. 전해지는 소식에 의하면, 당시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몸은 부어있었던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감동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창의성으로 보나, 연기수준으로 보나,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정치쇼는 '메뚜기를 집어삼킨' 정치쇼에 한참 못미친다. 그저 중국의 백성들이 너무 순박하고, 역사를 비교하기를 즐기지 않아서, 그저 감동하였을 뿐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앞으로 누군가 큰 인물이 '랍스터를 먹지 않겠다'는 정치쇼를 벌인다고 하면, 역시 십삼억의 백성들은 감동을 금치 못할 것이다.

 

둘째, 새매(sparrow hawk, 雀鷹)를 숨막혀 죽게 하다

 

한번은 당태종이 아주 예쁘기 그지없는 새매를 한 마리 얻었다. 팔뚝에 올려놓고 혼자서 감상하며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위징(魏徵)이 걸어오고 있었다. 당태종은 할 수 없이 새매를 품속에 숨겼다. 당태종은 위징이 보지 못한 줄 알았지만, 사실 위징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앞으로 다가와서 말을 했고, 그 내용은 고대의 제왕이 향락을 즐기다가 망한 이야기였다. 취지는 당연히 당태종에게 향락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함이었다. 말이 길어지게 되자, 시간이 한참 흘렀다. 당태종은 비록 새매가 품속에서 숨막혀 죽지 않을까 걱정은 되었지만, 위징을 경외하는 마음이 있어서, 할 수 없이 그가 말을 다 끝내도록 내버려 두었다. 위징의 말이 끝나자, 이 새매는 죽어 있었다. 당태종의 품속에서 갑갑해서 숨막혀 죽은 것이다.

 

중국역사상 당태종과 위징의 관계는 아주 재미있다. 하나는 아무 말이나 내뱉을 수 있는 담량이 있었고, 하나는 아무 말이나 들어줄 도량이 있었다. 그리하여 만고에 아름다운 이름이 전해지는 명군, 충신의 한 쌍이 되었다. 아마도 위징은 천성적으로 직선적인 성격이었던 것같다. 문무에 능하고, 여러 사람의 추대를 받은 이세민이라는 군주를 만나면 두 사람이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한번은 화가나서 당태종이 위징이라는 촌놈을 죽여버리고자 생각하기도 하였다. 다만, 이세민은 대사를 도모하고, 명군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했고, 확실히 흉금이 넓기도 하고, 두뇌도 맑았던 황제이다. 그는 이 촌놈은 진심으로 그를 위해서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필자의 생각으로, 한동안의 마찰을 겪은 후에, 그들 두 사람은 '이인극'의 정치쇼를 하는데 이골이 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연기하면 할 수록 더욱 뛰어나고, 다른 사람을 감동시킨 것일 것이다.

 

셋째, 참새집을 제거하다

 

정관때, 홀연 한 마리의 하얀 참새가 당태종의 침전앞의 홰나무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이 하얀 참새는 아주 희귀한 것이었다. 그가 지은 새집은 보기에 허리에 다는 북과 비슷했다. 대신들은 속속 찾아와서 축하하였다. 황제가 영명하니 국가에 경사가 났고, 하늘이 상서로운 동물을 내려보냈다는 것이다라는 등등의 말이었다. 당태종이 이에 넘어갈 사람은 아니다: "나는 자주 수양제가 상서로운 것을 좋아하는 것을 조롱해왔다. 사실 현명한 사람의 보좌를 받는 것 자체가 상서로운 것아니냐. 참새집 하나 정도가 무슨 축하받을 일이냐?" 그리고는 명을 내려 참새집을 없애도록 하였다. 그리고 하얀 참새는 야외로 날려보냈다.

 

송나라때의 대학자인 홍매(洪邁)는 당태종의 방식에 동의하지 안�다. 그는 참새집의 형상이 기괴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이 그에게 아부할 때, 그들을 비난만 하고 끝내면 되지, 굳이 참새집을 철거할 것까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홍매는 당태종의 이런 행동을 "호명(好名, 명성을 얻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즉, 명예를 낚으려 한다는 것이다. 홍매의 말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고 하더라도, 참새집을 남겨두는 것이 환경보호, 동물보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칭송받을 것이다. 다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태종은 실로 고명하였다는 점이다. 그는 희극의 규율을 잘 알고 있었다. 갈등의 충돌은 첨예하고 강렬할수록, 예정한 예술효과를 다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사람을 감동시키고, 사람을 놀라게 한다. 정치쇼는 그저 말로만 해서는 안되고, 봄바람이 얼굴에 부는 정도로는 안된다. 그자리에서 행동으로 보이고, 천둥 번개가 내려치듯이 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정치가가 쇼를 한다면, 거의 폄훼하는 의미로 쓰인다. 필자가 여기에서 말하는 당태종이 정치쇼를 잘했다는 것은 조금도 폄훼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 속담에: 말만하고 수련하지 않는 것은 가짜 초식을 익히는 것이고, 수련만 하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멍청한 초식을 익히는 것이고, 말도 하고 수련도 하여야 비로소 좋은 초식을 익힐 수 있다. 당태종은 좋은 초식을 익혔다. 정관지치는 바로 그가 제대로 수련하였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당태종은 전혀 싫어하지 않고, 계속 정치쇼를 해댔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정말 총명하고 영명한 군주가 되고 싶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백성에 대하여도 인내심을 가졌고, 어느 정도 애정도 가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명령을 내려서 백성들의 입을 막으면 되는 것이고, 백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만나거나 말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