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손옥량(孫玉良)
홍루몽에 나오는 시녀들은 이치로 따지자면 모두 "착취당하는 노비"에 속하는 "피압제자"들이다. 어떤 여인은 대대로 노비로 지냈고, 어떤 여인은 가정이 빈곤하여 가씨집안에 팔려온 경우도 있었다. 가씨집안이라는 이 "사람잡아먹는" 감옥 안에서, 그녀들은 전전긍긍하며 살았고, 조금만 잘못되면 목숨이 위험했다. 금천은 성희롱을 당하고 우물에 몸을 던져 죽었으며, 청문은 쫓겨나서 목숨을 잃었다. 원앙은 핍박받아 목을 매어 자결했으며, 서주는 무고하게 진씨를 위하여 순장되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살아남은 시녀들에게 있어서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들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모두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마음 속으로 장성한 다음에 아무에게나 첩으로 보내지게 되면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운명에 저항하는 사람도 있다. 시녀, 노비라는 신분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들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반고지(攀高枝, 높은 가지를 탄다 즉, 신분높은 남자와 결혼한다)"이다. 자신의 미모와 심지(心智)로 가씨집안의 주인인 남자들에게 시집가는 것이며, 첩이 되거나 심지어 부인까지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가씨집안에서는 이러한 시녀들의 심지싸움도 있다.
그렇다면, 누가 가씨집안내에서 가장 심계가 뛰어난 시녀인가?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가보옥의 시녀인 화습인(花襲人)을 떠올릴 것이다. 그녀는 확실히 심계에 뛰어나다. 먼저 나이어린 가보옥에게 자기의 몸을 주고, 이로써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음으로 조만간 시집가버릴 것처럼 가장해서 가보옥이 그녀를 아끼는 마음을 이용하여 그를 구속한다. 셋째, 가보옥의 친어머니인 왕부인과 가보옥의 정실부인이 될 설보채에게 그녀의 견식을 드러내어 두 사람의 신임을 얻는다. 넷째, 가보옥이나 다른 시녀들이 그녀를 몰래 조롱해도 꾹 참고 지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산다. 습인은 여러 측면에서 아주 일을 잘 처리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원하는대로 가보옥의 첩이 되지는 못했다. 그저 신분이 낮은 극쟁이인 장옥함에게 시집갔을 뿐이다. 그녀는 사람을 잘못 고른 것이다. 가보옥은 가씨집안에서 가장 총애받는 인물이었고, 아주 많은 여인들이 그를 노렸다. 고른 목표가 너무 높았으므로, 이상이 손쉽게 실현하기 어렵다. 조금만 잘못하면 모든 공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습인보다 심지가 약간 더 높은 인물은 바로 가보옥의 신변에 있던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시녀인 임홍옥(林紅玉)이다. 그녀야말로 가씨집안의 시녀들중 심계가 가장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 인물이다.
임홍옥은 '고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두 가지 조치를 취한다. 첫번째 단계: 자리바꿈. 임홍옥은 원래 가씨집안의 총관인 임지효(林之孝)의 딸이다. 임대옥, 가보옥의 이름과 겹치는 것을 치하기 위하여 이름도 "소홍(小紅)"으로 개명한다. 부친이 가씨집안의 총관이므로 그녀 집안 사람들은 가씨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 대하여 아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원래 그녀를 가보옥이 있는 이홍원(怡紅院)에 배치한 것은 원래 습인과 마찬가지로 가보옥의 호감을 얻어서 가보옥의 첩이 되려고 했던 것임에 틀림없다. 책속에서도 이런 말이 나온다: "이 홍옥은 비록 세살물정을 잘 모르는 시녀이지만, 그녀의 원래 약간 미모를 지니고 있고, 마음 속에 망상을 품어 높은 가지를 타려고 해서, 매번 가보옥의 앞에서 얼쩡거리곤 했다" 그러나 가보옥의 곁에는 미녀들이 수두룩했다. 청문의 아름다움, 습인의 온유함은 시녀들중 최고였다. 사월, 추문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영리하기 그지없어서, 임홍옥이 어디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리바꿈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회는 항상 기회를 노리던 사람에게 온다. 홍옥이 어떻게 기회를 붙잡았는가? 하루는 그녀와 어린 시녀인 추아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문관, 향릉, 사기, 대서등이 정자로 올라왔다. 두 사람은 말을 멈추고 그녀들과 웃고 떠들었다" 바로 이때, 가씨집안의 실권자인 왕희봉이 언덕에서 손으로 사람을 불렀다. 홍옥은 "급히 다른 시녀들을 버리고" 왕희봉의 곁으로 달려가서 웃음을 함박 띄우곤 물었다: "마님께서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이 장면을 잘 보라. 왕희봉은 그저 아무나 오라고 손짓한 것이고, 다른 시녀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데, 이 임홍옥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 속에 왕희봉은 가씨집안의 CEO, 즉 실권자였다. 기회는 한번 놓치면 다시 오기 힘든 법이다. 그래서 그녀는 급히 다른 시녀들을 버리고 달려간 것이다. 이 '급히(忙)'와 '버리고(棄)'라는 두 글자는 임홍옥의 심리상태를 잘 표현하고 이다. 임홍옥의 행동은 다른 시녀들의 질투를 샀다. 청문은 차갑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역시나, 원래 높은 가지를 타려고 했으니, 우리는 눈에 들지도 않을 거야." 홍옥은 왕희봉이 맡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여 왕희봉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내일 나를 따라가자. 내가 너를 수양딸로 삼겠다. 내가 잘 가르치면 분명히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다" 더 큰 기회가 온 것이다. 홍옥이 어찌 붙잡지 않겠는가. 그녀는 한편으로는 그녀의 모친이 왕희봉을 수양어미로 삼은 적이 있으니, 이치대로라면 홍옥은 왕희봉을 수양할미로 불러야 할 것이다. 보라. 홍옥의 나이가 몇이고 그녀의 모친의 나이가 몇일 것인가. 그럼에도 왕희봉을 수양어미로 삼다니. 왕희봉이 홍옥에게 자기의 시녀가 되고 싶으냐고 묻자 홍옥은 바로 말한다: "원하고 않고는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저 마님을 따라서, 조금이라도 배우고 크고 작은 일에 견식을 넓힐 수만 있으면 됩니다" 왕희봉은 과연 가보옥에게 홍옥을 달라고 요청한다. 가보옥은 마침 방에 없었는데, 습인이 나서서 홍옥을 쫓아보낸다. 이들 시녀들은 홍옥의 행위를 싫어했던 것이다. 그녀가 떠난다고 하자, 경쟁상대방이 하나 줄어든 것이니 왜 반기지 않겠는가? 홍옥은 이처럼 순조롭게 '자리바꿈'에 성공한 것이다.
두번째 단계: '시집가기' 홍옥은 왕희봉의 시녀가 된 후에 과연 중용되었다. 원래 별로 중요하지 않던 하급시녀에서 졸지에 습인, 청문 풍아, 사기등과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는 신분의 고급시녀로 변모하게 된다. 하하 이런 고급시녀들은 거의 '부소저'급이 아닌가. 일반적인 하급시녀와 일하는 아주머니들과 비교하여서는 한단계 더 높은 것이다. 그러나, 홍옥은 그러한 지위에 만족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언젠가 노비의 신분을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을 잊지 않았다. 노비신분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로는 바로 가씨집안의 남자를 하나 잡아서 시집가는 것이었다. 실제로 왕희봉의 시녀가 되기 전에 홍옥은 일찌감치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들어갔었다. 가보옥에게 시집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해졌다. 가보옥은 신분이 너무 높고 가모의 총애를 받으며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다. 성격도 맞지 않았다. 관직에 관심을 두지 않는 주인은 그녀의 관심밖이었다. 그리하여 홍옥은 가씨집안의 다른 공자들에게 눈을 돌렸다. 가보옥의 시녀로 있을 때 우연한 기회에 가보옥의 수양아들인 가운(賈芸)을 보게 된다. 이때 홍옥과 만나게 된다. 홍옥은 이때 가운을 점찍고, 죽어라 가운에 접근한다. 홍옥은 왜 처음부터 가운을 점찍었을까? 일반적인 논리나 추리로는 그도 가씨집안의 남자이고, 생긴 모습도 준수하고 청아했으며, 말하는 것과 행동이 모두 절도있었기 때문에 홍옥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이외에 또 하나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임홍옥은 총관인 임지효의 딸이므로 한 사람의 신세내력을 알아내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쉽다는 것이다. 부친모친에게 한번 물어보면 바로 알 ㅅ 있다. 가운은 바로 가씨집안의 적계이다. 부친이 일찍 사망하여서 과부인 모친과 같이 살고 있지만, 가씨집안의 다른 자제들과 비교하자면, 인품이 출중하고, 심계가 남달랐다. 그는 가보옥이 "내아들같다"고 한마디 하자, 바로 그의 수양아들이 되었다. 그는 영국부에서 일을 처리하기 위하여 빙편, 사향을 사서 왕희봉에게 뇌물로 주기도 했다. 그리하여 대관원에서 나무와 꽃을 심는 일거리를 따냈다. 그는 수양아들이라는 명분으로 가보옥에게도 두 개의 백해당을 선물하였다. 대관원내에 "해당시사"가 생긴 것은 바로 그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남편에게 시집간다면 일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며, 그에게 시집간다면 첩이 아니라 부인의 신분이 될 수 있었다. 비록 그의 집이 가난하기는 하지만, 가운과 임홍옥이라면 살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홍옥의 가운에 대한 생각은 꿈으로 영글었다. 홍옥은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홍옥이 창문밖에서 "홍옥아. 네 손수건을 내가 주웠다"는 말을 듣고 얼른 달려나가니 바로 가운이 손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홍옥은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ㅇ르 띠고, "둘째 공자님은 어디서 주우셨나요?"라고 묻는다. 가운은 웃으면서, "이리 와봐라. 내가 얘기해주겠다"고 한다. 한편으로 말하면서, 한편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홍옥은 급히 몸을 돌려 도망치는데, 이것은 모두 홍옥의 꿈이었다.
교묘한 것은 홍옥의 아름다움은 가운의 사랑을 얻는다는 점이다. 그녀가 잃어버린 손수건을 정말로 가운이 줍게 된다. 그리고 가보옥이 병에 들었을 때, 가운은 그의 수양아들이므로 집안의 시종들을 데리고 와서 밤낮으로 간호하게 된다. 이리하여 서로 만나는 일이 많아지고 점차 가까워지게 되었다. 홍옥은 가운이 들고 있는 손수건을 보고는 자기가 이전에 잃어버린 것같기는 한데, 물어보기는 쑥스러워 물어보지 못하고 만다. 대관원의 다리에서 가운과 홍옥이 만난다. "가운은 걸어가면서 한편으로 홍옥을 한번 훑어본다. 홍옥은 추아와 얘기하는 것처럼 하면서 눈을 돌려 가운을 한번 쳐다본다. 네 눈이 마주쳤을 때, 홍옥은 얼굴을 발그랗게 물들인다" 가운은 영민해서 그 의미를 바로 알아차린다. 그는 추아를 찾아서 그녀를 통해 홍옥의 손수건을 돌려보낸다. 뭔지 모르는 추아는 과연 가운의 손수건을 홍옥에게 전해준다. 홍옥은 돌아와서 가운에게 손수건을 하나 만들어 보낸다. 이리하여 손수건을 두 사람들 사이의 정물이 되고 만다.
홍옥이 왕희봉의 시녀가 되고 난 후에 가운은 일이 있던 없던 왕희봉에게 와서 일거리를 찾았다. 홍옥은 당연히 둘 사이의 말을 전하는 사자역할을 했다. 그녀는 기회를 틈타 가운에게 물었다: '예전에 내가 둘째공자님께 바꿔서 보내드렸던 손수건은 받으셨는지요?" 가운은 이 말을 듣자 내심 기뻐하며 두 사람은 거의 부부처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게 된다.
가운과 홍옥의 최후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고악이 지은 후반 40부에서는 명확히 쓰지 않았다. 어쨌든 가운은 그의 미래의 '장인'인 임지효와 함께 일을 했다. 가씨집안에 도둑이 들었을 때, 임지효와 가운이 함께 대처했던 것이다. 어떤 판본에 따르면, 80회후에 가운, 임홍옥은 순조롭게 결혼한다고 되어 있고, 어던 판본에서는 심지어 가보옥이 감옥에 들어간 후, 가운과 홍옥이 예이를 통하여 습인을 찾아내고, 풍자영을 찾아내서 최종적으로 수용, 위약란을 찾으며, 마침내 가보옥과 왕희봉을 구해낸다고도 하였다. 어쨌든, 홍옥의 두번째단계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원하는대로 가씨집안의 정식 부인이 되었고, 신분을 바꾸어 시녀에서 주인으로 된 것이다 가씨집안의 모든 시녀들 중에서 그녀는 유일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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