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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홍루몽

홍루몽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한 쌍은?

by 중은우시 2007. 11. 12.

글: 손옥량(孫玉良)

 

홍루몽에 진정한 사랑이 있는가? 있다. 그러나 아주 드물다. 만일 남녀간에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으로 따진다면 사람수는 더욱 적어진다. 주인공인 가보옥(賈寶玉), 임대옥(林黛玉), 설보채(薛寶釵)도 아니다. 그들간에는 최소한 삼각관계이고, 더구나 가보옥은 일찌기 진가경(秦可卿)과 꿈속에 관계를 가지기도 하고, 화습인(花襲人)과 함께 자기도 한며, 금천(金釧), 오아(五兒)를 희롱한 바도 있으며, 시녀인 청문(晴雯)에게 애틋한 연민의 정을 느낀 적도 있다. 그러므로, 그의 임대옥과 설보채에 대한 사랑이 순수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우삼저(尤三姐)의 유상련(柳湘蓮)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이다. 유상련은 우삼저에 대하여 사랑은 없고 미안한 감정만 있을 뿐이다. 원춘(元春)은 입궁하여 비가 되었으니, 복은 있어도 사랑은 없고,  영춘(迎春)은 중산랑에게 시집갔다가 학대를 받아가 죽었고, 탐춘(探春)은 부모의 명에 따라 먼 곳으로 시집가고, 사상운(史湘雲)은 마음에 드는 남편에게 시집가기는 했지만, 이것도 역시 집안어른들의 명에 따른 것이고, 더구나 남편인 위약란(衛若蘭)이 요절할 줄은 알지도 못했었다. 화습인은 먼저 가보옥과 관계를 가지지만, 주인의 명에 따라 장옥함(蔣玉)에게 시집을 가니, 무슨 참사랑을 논할 것도 없다. 가진(賈珍), 가련(賈蓮), 가용(賈蓉), 가서(賈瑞)등 가씨집안의 색랑들과 이런저런 관계를 가지게 되는 우씨(尤氏), 우이저(尤二姐), 왕희봉(王熙鳳), 평아(平兒), 진가경등의 사람들도 무슨 진정한 사랑을 논할 수가 없다. 뽑고 뽑다보니, 남는 것은 두 쌍의 소설내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만 남게 되었다.

 

하나는 장금가(張金哥)와 장안수비(長安守備)의 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사기(司棋)과 그녀의 사촌동생인 반우안(潘又安)이다.

 

장금가는 장안현(長安縣) 장부잣집 딸이다. 먼저 부모의 명에 따라 장안수비의 아들과 정혼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장금가는 다시 장안부사의 처삼촌인 이아내(李衙內)의 눈에 들었다. 그리하여 권세를 쫓던 장부자는 딸인 장금가를 다시 이아내에게 시집보내게 된다. 장금가는 부모가 장안수비의 아들과의 정혼을 취소했다는 말을 듣고는 밧줄에 못을 매서 조용히 자살했다. 장안수비의 아들도 아마 정이 많은 사람이었나보다. 장금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도 강에 몸을 던져 자결한다. 이들간의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속에서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하여 그들 사이에 벌어진 일을 전해주고 있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들간에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보기는 좀 억지인 것같다. 장금가는 부모의 명에 따라 장안수비의 아들과 정혼한 것이므로 기껏해야 그녀의 집안은 부자였으므로 어려서부터 "닭에게 시집가면 닭을 따르고, 개에게 시집가면 개를 따르라"는 봉건적인 사상을 깊이 교육받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부모가 다시 딴 사람에게 시집보낸다는 말을 듣고는 희망이 없어졌다고 보고 자결한 것이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사랑" 보다는 "의리"라는 요소가 더 큰 것이 아닐까? 장금가와 장안수비의 아들은 바로 이러한 "의리"때문에 목숨을 버린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진정한 사랑으로 살고, 사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린 경우는 오로지 한 쌍이다: 즉 사기와 그녀의 사촌동생 반우안이 그들이다. "그 사기는 어려서부터 반우안과 함께 놀고 웃고 살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장래에 너 아니면 시집가지 않고, 너 아니면 장가들지 않겠다고 약속을 굳게 했습니다" 이들은 청매죽마(靑梅竹馬, 어려서부터 함께한 친구)의 서로 사랑하는 연인간이었다. 어려서는 함께 놀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철이 들어가면서도 각종 장애와 난관을 뚫고 사랑을 이어갔다. 대관원의 문을 지키는 아줌마에게 뇌물을 주고서 몰래 대관원의 한 아름다운 귀퉁이에서 밀회를 했다. 이는 엄청난 리스크를 안은 행동이다. 옛날에 남녀간의 연애는 모두 부모의 명을 따라야 하는 것이고, 중매장이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 남녀간에 직접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그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일이었다. 더구나 사기와 반우안은 둘 다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대관원은 남녀간의 사사로운 사랑을 금한다는 것을. 임대옥이 가보옥을 사랑한다는 것도 몇몇 심복들만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임대옥을 가장 아끼는 할머니 가모(賈母)마저도,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함께 지내면 좋은 점도 있다. 지금은 커서 철이 들었으니, 당연히 나누어야 하고, 그래야 여자아이로서의 본분을 다 할 수 있고, 내가 마음속으로부터 아낄 수 있다. 만일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뭐가 되겠는가? 내가 괜히 아낀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만일 남녀간에 몰래 사랑에 빠지는 죄를 짓는다면, 약하면 쫓겨날 것이고, 심하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사기와 반우안의 사랑은 절정에 달하였다. 연애하는 동안 남녀는 종종 머리가 멍청하게 되기도 한다. 하는 일도 일체를 고려하지 않는다. 더구나 사기는 성격이 보통이 아니었고, 대관원내에서 "부소저(副小姐)"라는 별명까지도 얻었다. 일찌가 달걀찜 한 그릇때문에 시녀들을 이끌고 주방으로 몰려가서 주방을 뭉개버린 일도 있었다. 주인에게 총애를 받다보니 그녀는 "명지산유호, 편향호산행(明知山有虎, 偏向虎山行, 산에 호랑이가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굳이 호랑이가 있는 산으로 걸어들어간다)"의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반우안과 잘못인줄 알면서도 잘못을 범하여 위험한 지경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연정을 담은 서신을 자주 보낼 뿐아니라, 서로 몰래 만나기도 하고, 몸을 허락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운이 나쁘려고 우연히 지나가던 원앙(鴛鴦)에게 들켜버린다. 그리하여 사소한 밀회가 목숨이 오고가는 큰 사건으로 변해버리게 된다. 사기와 반우안은 깜짝 놀라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원앙에게 눈감아달라고 부탁한다. 비록 원앙은 입밖에 내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긴 했지만, 반우안은 놀라서 가씨집에서 멀리 도망친다. 사기는 병이 크게 들었고, 나중에 사정이 들통나서, 대관원에서 쫓겨난다.

 

반우안은 겁쟁이인가? 사기의 눈에 그는 일이 날 것을 겁내는 겁쟁이였다. 반우안이 도망쳤다는 말을 듣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만일 일이 터지면 당연히 함께 죽어야지, 그는 남자가 되어가지고는 먼저 도망치다니 정말 매정하구나" 그러나, 사기는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이후의 사실은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겁쟁이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반우안을 잘 알고 있었다. 만일 남아있게 되면, 이런 일은 계속 감추고 있기 힘들다는 것을 언젠가는 대권원내에 소문이 쫙퍼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그와 사기간의 일은 다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될 뿐아니라 두 사람 모두 죽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죽는 것은 사나이로서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도망친 것이다. 이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정확히 보았다. 그와 사기의 사랑이 그렇게 힘든 것은 오로지 그의 집이 가난했고, 지위도 아무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도망친 후에, 세상을 유랑하며 도망다닌 것이 아니라, 큰 돈을 벌고, 극에서 가난한 서생이 장원급제한 후에 금의환향하는 바로 그러한 길을 걸으려고 한 것이다. 그는 언젠가 금의환향하여 사기를 정정당당하게 처로 맞이하려고 생각했었다.

 

반우안은 참을성있는 사나이였고, 흙속에 숨겨진 진주였다. 얼마되지 않아 그는 성공했다. 비록 가씨집안만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세상을 알고 세력과 이익을 쫓는 사기의 어머니의 눈으로 보기에, 그가 번 돈으로도 고향에서는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정도였다. 반우안은 사기의 집으로 가서 청혼을 하려고 하고, 사기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한다. 그런데, 돈을 가지게 된 반우안은 또 생각핸다: "나는 사기와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쓴데, 사기가 나를 보면, 나라는 사람을 사랑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돈을 사랑할 것인가?" 그래서 그는 사기에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장난을 친다. 극중에서 돈많은 공자가 여자의 마음을 시험할 때와 마찬가지로, 반우안은 원래의 가난뱅이로 분장하고, 사기의 집을 들어간다. 사기는 역시사랑과 의리가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그녀의 모친에게 "나는 그를 위해서 나온 겁니다. 나도 그가 양심없다고 미워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가 돌아왔으니, 어머니가 그를 때리려면 차라리 나를 때려죽이세요." "한 여자는 한 남자의 짝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그에게 속아서 실수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의 사람입니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갈 수는 없습니다" "그가 한평생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평생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지 않습니다" "그가 어디를 가면 나도 거기로 갈 것입니다. 빌어먹는다고 하더라도 좋습니다" 사기는 사랑과 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기의 어머니는 세력과 이익에 눈이 멀었다. 반우안이 가난뱅이인 것을 보고는 화가나서 말한다: '넌 내 딸이다. 내가 그에게 안주겠다는데, 네가 어쩌나 보자." 어찌 알았으랴. 사기라는 이 강렬한 성격의 여자가 두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벽에 머리를 부딛쳐 머리가 깨어지고, 피를 흘리며 죽어갈 줄은. 반우안의 이 때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아마도 후회막급일 것이다. 만일 그녀의 사랑을 시험하려고만 하지 않았더라면...만일 반우안이 원외랑의 옷을 입고, 가마를 타고 곁에 시종을 거느리고 사기의 집으로 가서 청혼을 했더라면...그렇다면 사기의 어미는 아마도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사기도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역시 내가 고른 남자는 다르다"고 기뻐했을 것이고, 두 사람은 바로 화촉동방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더라도 모두 늦었다. 사기는 반우안에게 진심이었다. 그렇다면 반우안은 어떠했는가? 반우안도 이 때 모든 생각이 없어졌고, 돈도 흙처럼 보였다. 그의 마음은 온통 사기에 대한 사랑뿐이었다. 사기에 대한 사랑을 빼면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가슴에서 금은보석을 꺼내서 사기의 어미에게 준다. "이 금과 보석을 드리겠습니다. 나는 나가서 관을 사오겠습니다" 그리고는 나가서 관을 2개 사온다. 모두 놀라는 와중에 그는 사기의 염을 다 하고 나서, 작을 칼을 꺼내서 자기의 목을 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