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민국 후기)

한복거(韓復渠)의 황당무계한 강연

by 중은우시 2008. 7. 27.

[한복거는 중화민국시절 군벌로 산동성주석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일자무식인데, 문자를 쓰기를 좋아하여 엉터리문자를 많이 써서 가는 곳마다 온갖 우스개를 남겼다. 아래에 소개하는 것은 그가 제로대학(齊魯大學)에서 한 강연의 내용이다]

 

제위(諸位), 각위(各位), 참석하신 여러분(在齊位):

 

여러분 오늘이 무슨 날씨인지 아는가? (날과 날씨를 혼동)

 

오늘은 강연하는 날씨야.

 

오늘 참석한 사람이 정말 적지 않네. 모두 도착했나? 보자하니 최소한 5분의 8은 온 것같군. 참석하지 않은 사람은 손들어 봐. 아무도 손들지 않는군. 좋아. 좋아. 모두 참석했군. (5분의 8, 오지 않은 사람 손들어라)

 

너희가 오늘 아주 무성(茂盛)하니, 본인은 실로 감기(感冒)를 느낀다. (무성, 감기...사람에게는 나무에 쓰는 말을...감사는 감기로...)

 

오늘 내가 여러분을 소집한 것은 주로 훈계를 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말하는데 맞지 않는 게 있으면 여러분이 서로 이해해라. 왜냐하면 나와 여러분은 다르기 때문이다. (소집. 훈계는 군대에서나 쓸 말이고...내가 잘못 말하는 부분이 있으면 너희가 서로 이해해라...)

 

너희는 문화인이다. 모두 대학생, 중학생, 유학생이다. (중학생, 유학생까지..)

 

너희들 이 오합지졸은 과학과(科學科)해서 나왔고, 화학화(化學化)해서 나왔다. (대학생은 오합지졸, 화학화, 과학과)

 

모두 여러 나라의 영어를 안다. 나는 무지랭이다. 나는 중국의 영어도 모른다. (영어도 여러 나라의 영어가 있고, 중국의 영어도 있다)

 

너희는 모두 붓으로 컸고, 나는 대포통속에서 커왔다. 그래서 너희와 비교하자면 군계일학(鶴立鷄群)이다. (스스로가 군계일학...? 학생은 닭, 자신은 학..)

 

오늘, 내가 여기에 서서 여러분들에게 훈계의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봉필생휘(蓬生輝)하고 감은대덕(感恩戴德)하다. (봉필생휘는 가난한 집안모습을 가리키는 말인데..., 감은대덕도 무슨 큰 은혜를 받았을 때 쓰는 말인데)

 

사실 나는 너희들에게 강연을 할 자격은 없다. 그래서, 강연을 하려고 하니...마치...마치...소귀에 경읽는 것이다(對牛彈琴). (소귀에 경읽기라니..학생들이 소가 되고, 한복거는?)

 

오늘 나는 여러가지를 말하려고 준비하지는 않았다. 먼저 세가지를 얘기한다:

 

장위원장의 신생활운동은 내가 쌍수를 들어 찬성한다. 그런데 한가지. 행인은 우측통행하라고 되어 있다. 내가 며칠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같다. 이건 너무 멍청한 짓이다. 여러분은 모두 잘 알 것이다. 너희가 한번 생각해봐라. 행인들이 모두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왼쪽은 누가 걷게 남겨둔단 말인가? (장위원장은 장개석을 가리킴. 우측통행을 하면 왼쪽길은 비어버린다...?)

 

또 한가지, 내가 잘 모르겠는 것이 있다. 외국인들은 모두 중국에 대사관을 만들었다. 우리 중국인들은 왜 자기의 땅에 대사관을 짓지 않는 것이냐? 어쨌든 이것은 우리 중국이 너무나 연약한 것이다. 그래 안그래? (대사관이 뭔지를 모르는...)

 

어제 내가 여학교에 갔는데, 학생들이 농구대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십여명이 공 하나를 놓고 싸우고 있더라고. 이건 너무 보기에 안좋았다. 여러분은 모두 문화인인데, 이게 무슨 꼴인가?  만일 너희들 교무처장이 돈을 빼돌린게 아니라면, 학교가 어떻게 이렇게 가난해보일 수가 있단 말인가? 다시 공을 여러개 더 사서 한사람에 한개씩 나눠줘라. 그래서 서로 공하나 가지고 서로 다투지 않도록 해라. 그래야 체통이 서지 않겠는가? (여러명이 공하나를 다투는게 안쓰러워 공살 돈을 주겠다는...약간의 인정미는 느껴진다)

 

좋다. 오늘 내가 할 말은 다 했다. 나는 가겠다.

 

아. 내일 내 집에 와서 돈 받아가는 것을 잊지 말라. 불쌍한 여학생들에게 공 하나씩 사주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