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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선진)

달기(妲己)는 어떻게 구미호로 변모했는가?

by 중은우시 2008. 7. 9.

작자: 미상

 

상(商)나라의 주왕(紂王) 이전부터 불여우(狐狸精), 구미호(九尾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우(禹)임금의 사랑이야기이다. 즉 우의 처는 여교(女嬌)라고 하는데, 도산씨(塗山氏)의 딸인데, 도산씨는 바로 구미호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고대의 <<산해경. 남산경>>에서는 청구(靑丘)의 산에 짐승이 있는데, 그 모습은 여우와 같은데 꼬리가 아홉개 달려 있고, 목소리는 갓난아기같고, 사람을 먹을 수 있으며, 먹는 자는 사악해지지 았다(食者不蠱)고 적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구미호의 원형이다. 당시 우임금은 치수로 바쁘다보니 30세가 되도록 결혼을 하지 못했다. 하루는 하남성 숭현의 숭산자락에서 하얀 여우를 만났다. 우는 여우와 서로 가까워졌고, 산위에서는 노래가 들려왔다. 내용은 하얀여우는 꼬리가 아홉개인데, 결혼하면 자손이 번성할 것이라는 말이다. 우임금은 노래에 이끌렸는지, 이 여우와 결혼하니, 이 여우가 바로 여교이다.

 

당연히 우임금의 부인이 진짜 여우일 리는 없다. 그 당시라고 하더라도 사람과 짐승간의 교배가 유행하지는 않았다. 아들인 계(啓)가 태어난 것으로 봐서도 절대 여교가 여우는 아니다. 그러므로, 아마도 도산씨는 여우를 토템으로 숭배하는 부락이었을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과 구미호간에 결혼했다는 말이 나온 것일 것이다.

 

여교가 불여우이건 아니면 여우를 숭배하는 부락의 딸이건, 우임금은 여전히 후손들의 이미지 속에서 치수의 영웅이다. 당연히 지금은 불여우나 구미호라고 하면, 모두 좋지 않게 생각하고, 낮추는 말(貶義語)되어 버렸다. 그러나, 고대에는 불여우나 구미호도 아주 정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 봉황(鳳凰), 기린(麒麟)처럼 성스러운 동물의 의미가 있었고, 선풍도골(仙風道骨)의 분위기를 풍겼다. 나중에 여우는 재수가 나빴다. 봉황이나 기린은 그저 상상중의 토템처럼 남지 못했다. 그리고, 여우는 너무 예뻤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구미호의 털과 피부는 거의 무색에 가까운 흰색이라고 한다. 눈동자는 핏빛의 선홍색이었다. 달빛과도 같이 맑고 아름다운 은색의 동물이었다. 야수로서 그렇게 예쁠 필요가 있었을까? 후세에 연화되는 과정에서 구미호는 점점 여자의 호미(狐媚)와 연결되어 점차 요사(妖邪)한 이미지로 변화한다. 당나라때까지는 아직도 구미호를 숭상하는 흔적이 있다. 그러나, 송나라이후에는 철저하게 요사한 것으로 변모된다. 사람들은 자주 남자를 유혹하기를 잘하는 여자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금병매>>의 서문경의 큰부인 오월랑은 다섯째부인 반금련이 '아홉개의 꼬리를 가진 불여우"라고 욕한다. 유사한 여인중에서도 극치에 도달하였다는 의미로 쓰인다.

 

역사상 유명한 미인인 달기를 불여우(구미호)와 연결시키는 것은 남북조(南北朝)시대부터 시작된다. 당시의 저명한 문인인 이라(李邏)가 <<천자문>>의 "주벌은탕(周伐殷湯)"을 주석하면서 달기를 구미호로 표현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런 기록은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도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본조계문수>> 권11 <<호미기(狐媚記)>>에는 "은나라의 달기는 구미호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 <<호미기>>는 일본 경화3년, 즉 1101년에 쓴 것이다. 이 시기는 송휘종의 시기에 해당한다. 일본에도 이런 전설이 있다고 한다: 천고의 요사스런 동물인 구미호가 있는데, 먼저 인도에서 큰 난을 일으킨 다음에, 중국으로 건너온다. 상나라때 달기로 변신하여 사람을 해치고, 나중에 출국하여 일본으로 간다. 일본의 토바(鳥羽)천황을 유혹하다가 천황의 곁에 있던 음양사에게 죽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후세인들은 불여우의 가장 큰 특징은 홍안화수(紅顔禍水, 미모로 화를 불러옴)이다. 요사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남자를 미혹하여 나라를 망하게 하거나 사람을 죽게 하거나 집안을 망치게 하는 것이다.

 

고대그리스전설에의하면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네가 있다. 그녀는 아주 아름다웠을 뿐아니라 애인 파리스와 도망치고 결국 10년에 걸친 트로이전쟁을 불러온다. 그리하여 헥토르와 아킬레우스등 무수한 영웅들이 전장터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후대 서방의 남자들에게 있어서 그녀는 여전히 꿈에도 추구하는 여신이고, 숭배의 대상이다. 만일 이 여인이 중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아마도 달기의 이 "천하제일의 요사한 여인"이라는 악명은 이 여인의 목에 걸렸을 것이다.

 

상나라 주왕과 달기간의 이야기는 대대로 내려오면서, 마침내, "가장 잔혹하고 음탕한 군왕"과 "가장 악독하고 요사스러운 여인"이라는 악명을 얻게 된다. 사실 주왕은 주(紂)씨가 아니다. '주"의 원래 뜻은 '잔혹하고 좋지 않다'는 의미의 폄의어이다. 그가 스스로에게 왜 그런 이름을 짓겠는가? 이것은 후세인들이 그에게 붙여준 이름에 불과하다.

 

상나라 마지막 왕의 진정한 이름은 상나라 제32대 제왕인 "자신(子辛)"이다. "제신(帝辛)"이라고도 한다. <<사기. 은본기>>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자질과 판단력이 재빠르고, 듣고 보는 것이 민첩하며; 힘이 남보다 세고, 손은 맹수와 같다; 지식은 간언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이고, 말은 잘못된 것도 가릴 정도였따; 그는 다른 신하들의 능력이 모두 자기보다 아래라고 자부했다" 이로써 볼 때 아주 뛰어난 재주가 있었고, 정벌을 좋아하며, 강퍅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웅은 미인관을 넘기 힘들다고, 사마천은 그를 "술을 좋아하고 음락을 즐겼으며, 여자에 빠졌다"고 하였다. 사실 고대의 제왕중에서 대부분이 이러했을 것이다. 한무제는 자기 스스로 3일간 밥을 먹지 않을 수는 있지만 하루도 여자가 없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영웅호색이 나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단지 상나라주왕은 한 여인을 총애한 것에 있다. 그 여인은 바로 아름다운 여자포로였다.

 

천하를 정복하는 것은 세계에서 일정한 권력을 장악하고 정력이 왕성한 남자들의 통병이다. 히틀러가 범했고, 나폴레옹도 범했으며, 알렉산더도 범했고, 중국의 제신도 마찬가지였다. 권세를 더 이상 펼칠 곳이 없고, 정력을 발설할 데가 없어지자, 도처를 정벌했다. 상나라는 '은'에 수도를 정했는데, 지금의 하남성 안양이다. 제신은 젊었을 때 황하유역을 돌아다녔을 것이고, 장강이남을 가보고 싶어했다. 그리하여 청동기로 무장한 대군을 이끌고 계속 정벌을 진행했다. 중간에 회하유역에서 유소씨(有蘇氏) 부락을 정복했는데, 여기서 아름다운 여자포로를 얻는다. 즉 제후 소호의 딸인 달기였다.

 

신분으로 보자면, 달기는 여자포로이다. 당시의 노예제사회제도에서 그녀의 신분이 이전에 아무리 고귀했더라도, 그녀가 아무리 아름답더라고, 전쟁의 포로가 되면 그녀는 그저 노예일 뿐이다. 다만, 제신은 신분차이를 무시하고, 평등주의정신에 따라, 전혀 뒤돌아보는 것 없이 이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그때 제신은 이미 60여세였다. 충분히 늙었다고 할 수 있다. 달기는 겨우 20여세였다. 청춘기였다. 어떤 사람은 노인이 사랑에 빠지면 방에 불을 놓은 것과 같이 어떻게 하더라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이 나이를 잊은 사랑은 원래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아쉽게도 정치라는 마귀에 옮겨붙는다.

 

<<사기. 은본기>>에서는 상나라 주왕이 "달기를 사랑하고, 달기의 말이라면 모두 들었다"고 쓰여 있다. 사실, 이것은 그저 쓸모없는 말이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 그녀와 함께 있고 싶고, 여러가지 정사를 돌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마천은 달기로 인하여, 제신이 그렇게 많은 황당한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녹대를 만들고 사구원림에는 각종 기이한 동물,새를 가져다 놓고, 주지육림에 빠지고, 남녀를 발가벗고 숲속을 뛰어다니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이 기록만으로 보면, 상나라주왕과 달기는 포르노의 비조이다. 만일 <<사기. 은본기>>에서 얘기한 이런 아이디어가 모두 달기에게서 나왔다면, 달기는 일개 여인으로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지혜'가 있을 수 있었을까? 그녀가 청순한 소녀에서 '남녀를 발가벗고 숲속을 뛰어다니게'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심리적 변화를 겪었을까?

 

명나라때 나온 <<봉신방>>은 이에 대하여 이렇게 해석한다. 이것은 사람이 요괴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달기는 구미호가 붙었고, 이 구미호는 여와낭낭이 보낸 간첩인데, 은나라를 망하게 하라는 사명을 받고 왔으며, 전문적으로 군왕을 미혹시켜 사람에게 해를 가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여우(구미호)라면 발가벗고 숲속을 뛰어다니게 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화된 <<신봉신방>>은 이렇게 해석한다. 달기는 주문왕 희발이 어렸을 때 만나서 서로 사라앴다. 희발은 천하를 위하여, 애인을 주왕에게 보내어 첩을 삼게 하고, 그녀로 하여금 상나라강산을 망치도록 하게 시킨다. 달기는 할 수 없이 '남녀를 발가벗고 숲속을 뛰어다니게' 하였고, 결국 혁명이 성공한다. 그러나 희발은 안면을 바꾸고, 애정의 실패자인 달기는 죽임을 당한다.

 

다만, 사람들은 달기의 성격을 분석한다. 먼저 그녀의 신분이다. 달기, 이전에는 부락의 '규방에 갇혀 살면서 바깥세상을 몰랐던' 아가씨가 나중에 전쟁의 포로가 된다. 자신이 이미 망국의 몸이지만, 군왕을 기쁘게 함으로써 부귀권세를 얻는다. 선천적인 미모로 육십을 넘긴 주왕의 사랑을 얻고, 자연히 후궁에서는 가장 큰 힘을 갖는다. 후궁비빈들은 모두 제후귀족출신이므로 당연히 원한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신이 달기를 위하여 조정을 돌보지 않으니, 내외에서 공격을 받게 된다. 달기의 명성이 좋을 리 없는 것이다.

 

20세기초엽, 고고학자들은 하남성 안양현 소둔촌에서 많은 상나라때의 유물을 발굴한다. 그 중에는 옥기, 동기가 있는데, 특히 귀갑과 수골에 대량의 문자와 '복사(卜辭)'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전설중의 제왕에 대하여 기록이 있다. 당시 은상은 부강하였으며, 음주가 유행하였다. 그리고 점복으로 대사를 결정했다. 제신은 정벌을 좋아하고, 주색을 즐겼다. 대충신 비간을 죽이기도 했고, 달기를 사랑했다. 그러나, 망국의 원인을 어찌 한 여인에게서 찾겠는가.

 

동남지역에 대한 과도한 정벌과 경영으로 본거지가 비었다. 그리하여 서부의 강대한 주나라가 헛점을 보고 쳐들어올 수 있었다. 목야지전에서의 최후의 승부가 정해지고, 자존심이 아주 강한 제신은 불을 질러 스스로 자살한다. 그리하여 600년간 지속되던 상나라는 패망한다. 이것이 바로 상나라왕조가 패망한 진정한 원인이다.

 

달기의 역할에 대하여 말하자면, 기껏해야 하나의 도화선이 되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혹은 주나라가 상나라를 모멸하는 하나의 정치적 수단일 뿐이었다. 그런데, 후세가 되면서 더 심해졌다. 춘추시대에 제신은 겨우 진언하는 비간 한 명을 죽였을 뿐이고, 역대 어느 왕조에서나 현군이건 혼군이건 신하를 죽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가 되면서 비록 말더듬이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한비자(韓非子)는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 주왕이 상아젓가락을 준비하자 기자가 놀랐다. 상아젓가락은 흙으로 만든 용기와는 어울리지 않으니, 반드시 서옥으로 만든 술잔을 준비할 것이다; 상아젓가락과 옥배에는 콩이나 야채는 안될 것이고, 반드시 소 코끼리 표범고기가 필요할  것이고, 소, 코끼리, 표범고기를 먹으려면, 좋지 않은 옷을 입고 띠집에서 먹을 수가 없으니, 비단옷에 구중궁궐이 필요하고 고대광실이 필요할 것이다. 5년이 지나서, 주왕은 육포를 만들고, 포락을 실시하며 조구에 오르고 주지에 임하니 주왕이 망하게 된다"

 

'헛되이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 나쁜 것을 숨기지 않는다"는 사마천에 이르러, 한비자의 주지육림에 기초하여, 다시 '남녀가 그 사이를 발가벗고 뛰어다닌다'는 내용을 넣어서 더욱 생동감있게 하였다. 나중에 진나라에 이르러, 황보밀은 아마도 직업이 의사여서 그랬는지, 글을 쓰면서도 직업병이 발동하여, 주왕이 달기의 종용하에 회임한 여자를 해부해서 태아의 형상을 보았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마침내 명나라때 집대성된 <<봉신방>>에서 달기는 이미 구미호의 화신이고, 주왕을 종용해서 온갖 나쁜 짓은 다하며, 강황후의 눈알을 파내고, 포락지형을 설치하고, 임부의 배를 가르고, 성인 비간의 심장을 파내는 등등의 나쁜 짓을 저지른다. 결국 성탕의 천하를 망쳐버리고, 여와낭낭의 명을 다시 받으러 갔을 때, 여와는 안면을 바꾼다. 그리하여 부득이 강자아(강태공)이 서방보배를 써서 목을 잘라버린다. 이것은 형을 집행하는 망나니가 그녀의 아름다움 때문에 손을 쓰려고 하지 않아서이다.

 

요사한 여인으로 포지셔닝된 후, 주나라의 정치수단에다가 역대문인들의 계속되는 윤색으로, 문학적인 상상력 속에서 아주 과장되게 그녀는 요마화되었다. 그리하여 상주왕과 달기는 천하의 악명을 얻는다. 홍안화수도 좋고, 여인망국도 좋은데, 망국의 원인을 한 여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남자들의 무책임한 태도이다. 지금까지 이처럼 무책임한 주장은 여전히 적지 않은 남자들의 신경을 좌우하고 있다. 일단 누군가가 사랑에 빠지면, 사랑에 빠져서 일을 망치거나 하면, 무의식중에 '홍안화수'라는 말이 튀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