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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선진)

하희(夏姬) : 만인의 사랑을 받은 여인

by 중은우시 2008. 2. 21.

하희(夏姬)는 여희, 식규의 미모에, 달기, 포사의 고혹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해지며, 심지어 채양보음술을 익혀서 40여세에 이르기까지 어린 소녀의 용모를 하고 있었다고도 전해지는 여인이다. 그녀는 일찌기 "3번 왕후가 되고, 7번 부인이 되었다(三爲王后, 七爲夫人)"는 것으로 유명하고, "공후(公候)가 그녀를 두고 다투고, 그녀에게 미혹되지 않는 자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기록이 남아있는 한, 그녀는 중국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여인일 것이다.

 

하희는 정(鄭)나라의 군주인 정목공(鄭穆公)의 딸이다. 어려서부터 예뻤다고 전해지며, 나이가 들면서 많은 남자들과 염문을 뿌렸다. 그러자,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소문이 퍼지지 않았을 멀리 떨어진 진(陳)나라로 시집을 보내게 된다. 그녀는 그리하여 하어숙(夏御叔)의 처가 된다. "하희"라는 이름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하어숙은 원래 진나라 군주인 진정공(陳定公)의 손자이고, 부친은 공자소서(公子小西)로 자는 자하(子夏)였다. 그래서 그는 "하(夏)"를 성으로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진나라의 사마(司馬)로 군총사령관인 셈이었다. 그는 군주의 손자였으므로 주림(株林)에 자기의 봉지(封地)가 있었다. 그런데, 하희는 하어숙에게 시집온지 9개월만에 튼튼한 사내아이를 낳는다. 하어숙은 의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희의 미모에 혹하여, 그다지 따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외부에서는 "이 아이가 어떻게 미숙아같으냐. 분명히 정나라에서 밴 잡종일 것이다"라고 말들이 많았다.

 

이 아이의 이름은 하남(夏南) 혹은 하정서(夏征舒)라고 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무기를 가지고 놀기를 즐겼고, 몸이 아주 튼튼했다. 10살이 넘어서는 키만큼 큰 말을 타고 다녔고, 부친을 따라 사냥을 하곤 했다. 어떤 때에는 부친의 친구인 공녕(孔寧), 의행보(儀行父)와 함께 말을 타고 놀러다니기도 하였다.

 

하남은 12,3세가 되었을 때, 이미 청년의 모습이 나타났고, 부친의 작위를 물려받았으며, 교육을 위하여 외할아버지가 있는 정나라로 가서 문무를 익힌다. 정나라는 문인들이 몰려 있고, 교통의 요새이며, 예의지국이었다. 군사, 정치, 경제, 교육등의 여러 측면에서 모두 구석진 곳에 있는 진나라보다 발달하였다. 하남은 정나라임금의 외손자이므로 자연히 아주 좋은 교육을 받고, 뛰어난 인재로 성장한다.

 

그런데, 하어숙이 갑자기 죽어버린다. 소문에는 하희의 채양보음술에 당해서 그렇다고 하였다. 하희는 과부가 된 후에 잠시 독수공방한 후, 하희의 집에는 공녕과 의행보가 드나들기 시작했다.

 

하희의 미모와 자태는 아주 뛰어났다. 그리하여 공녕과 의행보는 그녀에게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이러한 삼각관계는 여러해동안 지속되었다. 그 와중에 진나라의 임금인 진령공(陳靈公)이 끼어들게 되면서 이들간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아마도 공녕이 삼각관계에서 따돌림을 당했는지, 진령공에게 하희가 뛰어나다고 추천하게 된다. 진령공은 반신반의했다: "하희의 명성은 오래전부터 들었다.그렇지만 거의 마흔이 되지 않았는가? 도화꽃도 삼월 한때인데, 이미 때가 지나지 않았을까?' 그래도 공녕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종용했다: "하희는 천부적으로 기품을 타고났습니다. 그리고 주안술에도 뛰어납니다. 나이가 비록 마흔에 가까워졌지만, 오히려 더욱 성숙해졌으니, 보시면 믿으실 것입니다. 시간을 내서 한번 주림으로 가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당시, 나라운영이 순조로와 특별한 일이 없던 진령공은 하희가 살고 있는 주림으로 가게 된다. 사전에 소식을 들은 하희는 화장을 하고, 집안을 잘 청소해놓는다. 그리하여, 진령공은 마치 자기 집에 돌아온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희는 군왕집안 출신이니, 예의범절에도 밝았고, 행동거지에 기품이 있었다. 진령공은 그녀를 보고 처음에는 어린 소녀인줄 알았다. 진령공은 바로 그녀에게 빠져버린다. 주불취인인자취(酒不醉人人自醉,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한다). 이날부터 진령공은 하희를 자주 찾게 된다. 하희가 한번은 내의를 세 사람에게 선물한다. 세 사람은 하희가 선물한 내의를 입고 조회에 참석했고 서로 자랑했다.

 

세월이 흘러, 하남은 교육을 마치고 귀국하게 된다. 견식을 넓혔을 뿐아니라, 무예도 뛰어났다. 진령공은 하희에게 잘보이기 위하여, 하남을 그의 부친이 생전에 가졌던 관직과 작위에 임명한다. 하남은 졸지에 진나라의 사마가 되어 병권을 장악한다. 하남은 군왕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열심히 일을 하고, 성과를 내게 된다.

 

그런데, 민간에 퍼지는 노래 하나에 하남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다.

 

"호위호주림? 종하남(胡爲乎株林? 從夏南);

치주환회혜! 종하남(治酒還會兮! 從夏南)"

 

그 뜻은 진령공의 가마가 자주 주림으로 가는데 왜 가는가? 바로 하남때문이다. 진령공이 주림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즐기는데 왜 그런가? 역시 하남과 밤새워 마시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이것이 풍자하는 바는 명백하다. 하남본인은 정나라에 유학한 후 막 돌아왔는데, 어찌 진령공과 주림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진령공이 임금으로써 자주 주림에 들른다면 그것이 무슨 뜻이겠는가? 주림에 살고 있는 것은 하남의 모친이 하희이다. 답은 물어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다. 혈기방장한 하남으로써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났다면 그 다음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남이 귀국한 후 처음 얼마간은 진령공도 하희를 찾는 일을 삼가했다. 그러나 결국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공녕과 의행보를 데리고 하남이 귀국한 다음 달 초에 주림으로 찾아간다. 하남은 그 소식을 듣고 바로 마중을 나간다. 처음에는 하희도 약간은 조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의 면모를 드러내게 된다. 게다가 진령공, 공녕, 의행보간에 서로 하남이 누구의 아들인지를 놓고 얘기하는 것을 듣자,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된다. 그는 부하들로 집을 둘러싸게 한 후, 활을 들고 들어가서 진령공을 쏘아 그자리에서 절명하게 한다. 뒤이어 병사를 이끌고 성으로 들어가서, 진령공이 급사했다고 말하고, 세자인 규오를 임금으로 세우니, 그가 진성공(陳成公)이다.

 

공녕과 의행보는 황급히 도망쳐서 초(楚)나라로 간다. 하희와의 복잡한 이야기는 숨기고 그저 하남이 진령공을 시해했다고만 말한다. 초장왕은 그들의 말만 듣고 진나라를 토벌하기로 결정한다.

 

진나라 사람들은 모두 진령공과 하의의 관계를 알고 있었으므로, 초나라의 대군이 쳐들어와도 수수방관했다. 그리하여 하남은 체포되어 '차열(車裂)'의 형을 받는다. 하희는 초장왕에게 끌려간다. 초장왕도 하희를 보고는 마음이 동해서 후궁으로 삼고자 한다. 그러나, 굴무(屈武)가 나서서 반대를 한다. "안됩니다. 하희를 취하는 것은 색을 탐하는 것이고, 색을 탐하는 것은 음란한 것이며, 음란한 것은 크게 벌할 일입니다. 왕께서 굽어 살피소서" 초장왕은 영명한 인물이었다. 그녀 하나로 인하여 초나라의 이미지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아쉽지만 그녀를 윤양공(尹襄公)에게 하사한다.

 

1년도 되지 않아 윤양공이 전장터에서 사망한다. 그러자, 윤양공의 아들이 서모와 난륜을 마다하지 않고, 하희와 사통한다.

 

더욱 웃기는 일은, 초장왕으로 하여금 하희를 취하지 못하도록 건의했던 굴무가 실은 일찌감치 하희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희가 정(鄭)나라에 돌아가 있을 때, 마침 사신으로 제(齊)나라에 가던 굴무가 정나라로 돌아서 가다가 역참에서 하희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이후, 굴무는 사신의 업무도 내팽개치고, 하희와 함께 진(晋)으로 도망친다. 그리하여, 초장왕은 굴무의 가족들을 모두 주살해버린다. 굴무는 가족의 주살을 각오하고 하희와 도망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굴무와 하희의 사이에는 예쁜 딸을 하나 낳게 된다. 나중에 진나라의 대신인 양설자(羊舌子)의 아들인 숙향이 그녀를 처로 삼고자 하였는데, 그의 모친이 "기이하게 복이 많은 사람은 기이하게 화를 당하는 법이고, 기이하게 예쁜 여인은 반드시 나쁜 점이 있기 마련이다"라고 하면서 하희의 딸이 집안에 들어오면 반드시 화를 입을 거라고 말하면서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