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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진)

형가의 진시황암살이 실패한 이유

by 중은우시 2008. 7. 8.

작자: 미상

 

형가(荊軻)가 진시황을 암살하려는 장면은 약소국인 연(燕)이 강대국인 진(秦)에 대하여 일으킨 테러할동이라고 묘사되어 있으며, 실패할 운명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자세히 <<전국책>>과 <<사기>>를 읽어보면, 진시황암살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가는 절대로 간단한 살수가 아니다. 진시황암살의 실패는 형가의 의용비가(義勇悲歌)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태자단(燕太子丹)의 실찰(失察), 진무양(秦武陽)의 실상(失常), 무명씨(無名氏)의 실약(失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연태자단을 애기하자면, 우유부단함이 그의 부친 연왕희(燕王喜)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예전이 진나라에 인질로 잡혀가 있을 때, 시기심많고 의심많은 심성이 형성되었다. 형가의 진시황암살사건의 전과정을 보면 모두 이 성사부족 패사유여(成事不足 敗事有餘)의 연태자단이 암중에서 조종하고 있다. 소위 세 사람의 잘못은 모두 연태자단 한 사람에게서 연유하는 것이다.

 

형가가 진시황을 암살하러 가기 전에, 연태자단은 몇몇 고귀한 목숨을 차례로 거두었다. 먼저 심모원려, 용감침착한 전광(田光)이다. 연태자단의 한마디, 즉, "선생께서 누설하지 말아주기 바랍니다"라는 말때문에, 형가를 추천한 후에 스스로 자결하고 만다. 이 전광은 태부 국무가 태자단에게 추천한 사람이다. 비록 스스로는 전성기가 지나서 진시황암살사건을 직접 수행할 수는 없지만, 그의 경험과 모략은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연태자단은 이런 충의의 인물을 의심하여, 명백하게 자결하라는 암시를 주었으니, 이로써 그는 마음이 편협한 가짜군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진시황과 원한을 지니고 있고, 연나라에 피난와 있던 진나라장수 번어기(樊於期)이다. 번어기가 막 연나라로 도망쳐 왔을 때, 태부 국무는 이 자는 오래 거두어두어서는 안되니, 번어기를 흉노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자단은 그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인의를 가장한다. 사실 그는 일찌감치 번어기의 수급을 사용할 계획을 세워두었던 것이다. 두번에 걸쳐 연태자단은 먼저 공경하면서 뒤로는 계략을 꾸몄다. 심지어 형가에 대하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진무양을 파견해서 형가를 돕게 했는데, 이것이 가장 좋은 사례이다.

 

진무양은 누구인가? <<전국책>>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저 그는 연나라의 용사(勇士)라고, 13세때 사람을 죽인 적이 있고, 눈빛이 흉맹하여, 사람들이 감히 그와 마주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진무양은 확실히 형가가 고른 사람은 아니었다. 연태자단이 지명해서 파견한 자였다. 특수한 사명을 띤 파트너로서, 두 사람은 당연히 죽이 잘 맞아야 하고, 최소한 계획을 세움에 있어서 서로 뜻이 통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함양궁에서 진시황이 접견을 받을 때, 진무양은 흉맹한 눈빛도 사라지고, 그저 무서워서 얼굴색도 변해버린다. 손도 떨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시황의 신하들이 다 발견할 정도였으니까. 만일 형가가 아주 자연스럽게 덮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비수를 꺼내지도 못하고 암살극은 끝났을지도 모른다. 극독을 바른 비수가 진시황의 얼굴앞에 드러나면서 경천동지의 암살활동이 시작된다. 사료에서는 형가의 행동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연나라의 용사인 진무냥에 대하여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는 아마도 속수무책으로 붙잡혔거나, 그 자리에서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알아야 할 것은, 연태자단의 이번 행동은 아주 고심한 것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비수(匕首)도 많은 돈을 주고 조나라의 서부인(徐夫人)에게서 사왔고, 바른 독은 견혈봉후(見血封喉)였다. 이는 준비가 충분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왜 형가의 조수를 선택함에 있어서 이처럼 소홀했던가? 연태자단이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의 기준이 잘못되어 있었던 것이다: 주인공인 형가는 다른 사람이 추천했으므로, 담량이 뛰어나고 용감함도 남을 앞서며, 지모도 뛰어나다. 그런데, 조수는 형가가 선택하지 않고 연태자단 자신이 선택했다. 이는 감시에 편리하고, 형가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만일 두 형가가 함양궁에 있었다면 진시황이 도망칠 수 있었겠는가? 사서에는 형가의 두번에 걸친 웃음(笑)을 묘사하고 있다. 한번은 진무양이 얼굴에 놀란 기색을 드러냈을 때, 형가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어준 것이고, 다른 한번은 일이 실패로 끝났을 때, 형가가 기둥에 기대어 냉소를 보낸 것이다. 그는 왜 웃었을까? 그는 분명히 자신을 비웃었을 것이다. 왜 좀더 인내심을 가지고 그 무명씨(이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무명씨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이 눈앞에 있었을 것이다.

 

역수를 건너기 전에, 형가는 계속 이 무명씨를 기다렸고, 그와 함께 이 대사를 완수하려고 했다(만일 진무양이 형가가 만족할 정도였다면 무명씨를 기다리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명씨는 너무 멀리 살고 있어서, 제 시간까지 도착하지 못했다. 태자단은 기다리지 못하고 여러차례 형가를 재촉했다. 그리고, 형가를 자극한다: "해가 이미 지고 있소. 형경(형가)은 어찌 아무 생각이 없소. 단(태자단)은 진무양을 먼저 보낼까 하오" 형가는 태자단의 불신이 격노한다. 그리고 분노의 정서를 안고, 비감한 노래를 부르며, 진무양을 데리고 출발한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이 무영씨는 정말 형가가 그렇게 성격을 죽이면서 기다릴 가치가 있었을까? 우리는 '자진(刺秦, 진시황을 찌르다)'의 두 글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라는 것은 '자살(刺殺, 찔러 죽이다)' 이외에 '자탐(刺探, 찔러서 알아보다)'는 뜻도 있다. 형가는 '자진'에서 상하양책으로 나누었다. 상책은 진시황을 산 채로 붙잡은 다음에 그로 하여금 제후의 토지를 더 이상 뺏지 않도록 약속하게 하는 것이고, 하책은 이것이 안될 때, 진시황의 목숨을 빼앗아 연태자단의 복수를 하는 것이다. 형가가 보기에, 진무양은 자기를 도와서 하책을 완수하는데도 부족한 인물이다. 상책을 성취하려면 무명씨가 같이 가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관련 사료를 뒤져보면, 이 무명씨의 종적을 찾는게 어렵고, 후세인들도 함부로 추측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담하게 분석해볼 수는 있다: 첫째, 이 무명씨는 용감하고 지모가 분명 형가에 뒤지지 않았을 것이다. 형가가 힘들게 기다린 것은 무명씨가 동행해야만, 확실하고 승산이 있었던 것이다. 다른 문헌에서 우리른 발견할 수 있다. 형가의 지모는 상등이며, 진무양과 같은 필부지용이 아니었다. 무명씨는 분명히 대용약겁(大勇若怯, 크게 용감한 사람은 겁많은 것처럼 보인다), 대지약우(大智若愚, 크게 지혜로운 사람은 우둔한 것처럼 보인다)의 사람일 것이다. 둘째, 형가는 자기의 계획이 완벽하지 않다고 보았다. 혹은 그는 그 안에 있는 헛점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 무명씨가 와서 적절히 처리해주어야만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극비사항이므로, 연태자단에게도 누설할 수 없었다. 셋째, 형가는 대의를 아는 사람이다. 그는 아주 잘 알았다. 육체적으로 진왕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심지어 연나라의 멸망을 재촉할 수도 있다). 상책을 실현해야만 비로소 강대한 진나라에 위협을 줄 수 있고, 다른 제후들도 고무될 것이며, 이를 계기로 연합하여 강한 진나라의 통일일정을 늦출 수 있는 것이다. 분명히 형가는 함양궁에서 망설였을 것이다: 실력으로 보면 그는 상책을 실현할 자신이 없다; 바라는 것으로 보면, 그는 확실히 진시황을 암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자고이래로 연나라, 조나라에는 협사가 많다. 연태자단은 아주 풍부한 인재자원을 지니고 '진시황암살'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들 자원을 아끼고 활용할 줄 몰랐다. 오히려 계속 의심하고 우유부단한 과정에서 절호의 출기제승(出奇制勝)의 기회를 흘려보냈다. 형가는 연태자단의 약점으로 인하여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형가자진'의 이야기를 남겼다. 격앙되어 부른 영웅비가는 지금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풍소소혜역수한(風蕭蕭兮易水寒)

장사일거혜불부반(壯士一去兮不復返)

 

바람은 쓸쓸히 불고

역수의 물은 차다

장사는 한번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