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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방/북경 올림픽

올림픽과 대국굴기

by 중은우시 2008. 4. 27.

글: 설용(薛涌)

 

올림픽은 대국굴기의 계기가 될 수는 없지만, 대국굴기의 전시창은 될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바로 1964년의 동경올림픽이다. 원래, 일본은 1940년올림픽의 개최권을 취득하였으나, 중국을 침략하면서 취소되었고, 그해의 올림픽은 세계제2차대전으로 중단되었다. 2차대전후, 일본은 패전한 침략국으로 국제적으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자신의 국토를 미군에 점령당한 것은 물론, 헌법마저도 자기의 손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헌법 제9조'에서는 대외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주권도 포기하였다. 다만, 일본인들은 은인자중하고, 열심히 일을 해서, 50년대에 경제는 이미 회복되었다. 1964년에 이르러서는 전국민이 정치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국민소득배가'계획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이때 동경에서 개최한 올림픽은 바로 일본이 전세계에 자신들이 이미 철저히 군국주의를 포기하고, 발달하고 번영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로 삼았다. 과연, 국제사회는 동경올림픽에서 이를 보게 되었다. 일본은 고통스러운 전쟁을 거쳐, 국제사회에 받아들여지고 존중받게 된 것은 동경올림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쨌든 동경올림픽은 비서방국가에서 개최한 첫번째 올림픽이었다. 일본은 세계에 자신이 서방의 선진국이 보유한 물질적인 번영과 조직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아니라, 동양국가는 더 이상 서방과 이웃나라에 위협적이 아니라는 점도 나타내주었다. 과연, 일본은 거의 동시에 유일하게 비서방 선진국이 되었고, 서방과 어떤 '문화적 충돌'도 일으키지 않았다.

 

북경올림픽이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동경모델이다. 최근 사반세기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은 세계경제의 엔진이었고, 마침 대국으로 굴기하고 있다. 중국의 GDP는 이미 세계3위,4위수준이며, 금방 일본을 넘어서고 심지어 미국도 넘어설 예정이다. 동시에, 중국은 자기와 서방선진국은 서로 다른 가치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여 왔으므로, 이처럼 강력한 굴기는 자연히 서방국가에 불안감을 주었다. 북경올림픽은 바로 이런 배경하에서 중국에게 국제사회에 자신의 전시창(쇼케이스)을 전시할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중국은 평화로 굴기한 국가이고, 서로 다른 것을 포용하는 국가이며, 국제사회에 대해 책임지는 구성원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중국의 굴기는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만일 세계가 북경올림픽에서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다면, 올림픽은 세계가 중국을 받아들이고, 중국의 굴기에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동경올림픽모델이 뛰어난 점은 전후의 발전경제학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전후에 비서방국가의 경제굴기는 대체로 두가지 모델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자력갱생모델이다. 대표자는 중국, 인도, 그리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국가이다. 또 하나는 대외의존모델이다. 대표자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등의 국가나 지구이다. 이 모델은 신속히 글로벌체계에 진입하는 것을 강조하고, 국제시장을 경제발전의 기초로 삼는다. 전후의 경제발전에 따르면, 두번째 모델을 채택한 국가의 경제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발전했다. 첫번째 모델을 체택한 나라는 금방 뒷힘을 잃어버렸다. 그리하여, 중국, 인도는 이미 첫번째 모델을 포기하고, 두번재 모델로 21세기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와 같은 두가지 모델의 서로 다른 운명이 나타난 근원적인 이유는 첫번째 모델은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하는데, 국내시장은 아직 개발도상이므로, 구매력에 한계가 있어, 금방 포화상태가 되고, 결국 경제동력이 부족하게 된다. 이외에, 이런 모델은 민족산업을 국가범위내로 축소시켜, 낙후된 현상에 안주하고, 선진국의 제품과 직접 경쟁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며, 수준이 제고되기 힘들다. 두번째 모델은 두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즉, 선진국의 왕성한 구매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가장 선진적인 제품과 경쟁을 통하여 자신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델은, 두가지 민족문화심리를 나타낸다. 첫번째 모델은 자력갱싱이므로, 뭘하든지 스스로 만족하면 되고, 누구도 이들을 건드리지 못한다. 민족주의정서가 아주 강렬하다. 두번째 모델은 대외에 의존하므로, 허리를 굽힐 때는 굽히고, 다른 국가가 자신들을 받아들여주는 것이 바로 발전의 최우선적 조건이다. 동경올림픽은 아주 질서있게 개최했고, 겸손하며 평화롭게 진행했다. 이는 일본이 전후에 두번째 모델을 채택한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이미 첫번째 모델에서 두번째 모델로 전환했다. 그러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 중국이 어쨌든 첫번째 모델로 30년간을 발전하여왔으므로, 이들 모델에 의하여 형성된 문화가 존재하고, 이런 문화 속에서 성장한 세대가 있는 것이다. 소위 80년후(80년이후출생자)의 세대도 사실 첫번째 모델의 문화속에서 자랐다. 동시에 근대에 외국인들에게 핍박받았던 참통한 역사로 민족자손심은 아주 취약하다. 무슨 일만 있으면 굴욕을 받았다는 느낌을 가지고, 무슨 일만 있으면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게 된다. 이는 바로 까르푸불매운동의 애국청년들이 고취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중국민족의 심리상태는 첫번째 모델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관점은 서방국가는 중국의 굴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며, 중국의 발전을 파괴하기 위하여 심계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모르겠는가? 최근 사반세기에 중국은 바로 서방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의 차에 올라탔다는 것을. 중국은 총알하나 포탄하나 쓰지 않고, 말라카해협을 마음대로 통과하고, 미국등 선진국가의 시장은 중국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중국은 이런 질서의 수익자이지, 피해자가 아니다. 더구나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이 정치의식면에 있어서 중국와 완전히 대립되는 우파적인 신문도, 최근들어 자유무역의 측면에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으며, 중국의 지도자들과 기업지도자들에게 포럼을 제공해주고 있다. 만일 중국이 계속하여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런 것들을 보지 못한다. 하루 종일 누군가 우리를 괴롭히지 않을까, 어떻게 괴롭힐까를 걱정하고, 우리가 얻은 이익을 보지 못하고, 세계에서 우리가 획득한 좋은 점은 보지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올림픽은 이제 두달여 남았다. 만일 중국사회가 여전히 항의, 질책, 불매운동으로 점철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분노의 올림픽을 개최할 것인가? 아니면 평화와 즐거움의 올림픽을 개최할 것인가? 중국이 세계에 보여주려는 것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제든지 폭발하며, 어떻게 보복할지 골몰하는 국가를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대범하고 관용적이며, 겸허하고 평화롭고 다른 사람에게 감사하며, 다른 사람이 잘되도록 해주려는 국가를 보여줄 것인가? 우리는 오늘 까르푸에서 물건을 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큰 까르푸라는 점이다. 중국GDP의 1%는 한때 월마트의 매장에 놓여 있었다. 세계각국의 수펴마켓, 연쇄점은 중국경제발전의 중요한 동력이다. 까르푸 자체도 중국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만일 이렇게 계속 소동을 피운다면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자력갱생의 쇄국시대로 돌아갈 작정인가? 그리하여, 새로운 시대의 중국인들은 경계해야 하고, 애국청년들이 올림픽을 망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