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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당)

의성공주(義成公主) : 돌궐칸에 시집간 수나라 공주

by 중은우시 2008. 4. 10.

글: 장계합(張繼合)

 

수나라에 의성공주라는 여인이 있다. 그녀는 흉노에 시집간 왕소군(王昭君)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토번에 시집간 문성공주처럼 신성하게 받을어지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그녀는 똑같은 정치적인 필요에 이하여 수문제 양견의 한마디 말로 그녀는 돌궐에 시집가게 된 것이다. 정략결혼은 예술이다. 중국황제는 여인의 예쁜 용모, 풍만한 몸매로 생살을 뜯어먹고, 피를 마시는 초원민족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의성공주가 돌궐로 시집가는데 무슨 낭만적인 분위기가 있었겠는가? 그저 명을 따랐을 뿐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본분을 잘 지켰고, 자신의 젊음을 낯선 돌궐의 칸에게 바쳤고, 또한 수나라의 변방안전에 바쳤다. 누가 이 여인의 희노애락, 생로병사에 관심을 가졌던가? <<수서>>와 <<자치통감>>을 보면 그녀는 '구세주'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먼저, 그녀는 위난에 처한 수양제를 구해준다. 615년, 수양제 양광이 산서 태원부근의 분양궁으로 가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북방을 순유하다가, 돌궐의 시필가한(始畢可汗)에게 겹겹이 포위되었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군신들은 당황하는 중에 의성공주를 생각해내고, 비밀리에 그녀에게 연락한다. 의성공주는 그녀가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분연히 일어나 수양제를 도와준다. 그녀는 돌궐의 변방에 급보가 왔다고 거짓보고를 올려, 시필가한의 군대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게 할 수 있었고, 수양제는 미친 토끼처럼 안문관으로 도망쳐갔다.

 

다음으로, 그녀는 수양제의 미망인 소황후를 거두어준다. 소씨는 천하절색의 미인으로 명성이 높았다. 양광이 죽자 그녀는 먼저 우문화급의 손에 들어간다. 나중에 농민군반란두목 두건덕이 접수한다. 그녀가 곤경에 처했을 때, 의성공주는 돌궐의 칸을 대표하여 그녀를 보내라고 요구한다. 두건덕은 감히 강력한 돌궐의 뜻을 거스릴 수 없어, 공손하게 소황후와 어린 손자들을 의성공주에게 보낸다. 이외에 수양제를 모해한 우문화급의 수급도 함께 보낸다. 수나라의 옛관계로 치자면 의성공주는 소황후를 올케로 불러야 하고, 소황후는 의성공주를 시누이로 불러야 한다. 이런 올케와 시누이는 함게 돌궐칸의 여인이 된다. 소황후는 새외(塞外)에서 18년간 생활한다. 수양제의 복수를 할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시누이는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올케는 그만두자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 사이에는 약간의 간격이 생긴다. 나중에 당나라의 명장 이정(李靖)이 돌궐을 무찌른 후, 의성공주는 죽여버리지만, 소황후에게는 예의를 다한다. 630년, 환갑이 다 된 나이의 소씨는 다시 장안의 땅을 밟는다.

 

여기서 한가지 따로 얘기해야 할 것은 의성공주의 특이한 혼인이다. '화친(和親)'이었으므로 무슨 사랑이 있었을 리는 없다 수문제가 부탁한 임무를 완성하기 위하여, 의성공주는 자신의 모든 것을 새외의 초원에 바친다 그녀는 4명이 돌궐 칸에게 시집을 가게 되는데, 부친에서 아들로, 형에서 동생으로.. 한족의 관점에서 보자면, 돌궐의 야만스러운 '오랑캐풍습'에 깜짝 놀랄 것이다. 혈연관계만 없다면, 아들은 부친의 여인을 이어받을 수 있고, 동생은 형의 처첩을 이어받을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조건을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무조건적인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수서>>의 기록에 따르면, 의성공주가 원래 시집간 것은 계명가한(啓明可汗)이었다. 그러나, 몇년후에 남편이 죽어버린다. 어떡할 것인가. 의성공주는 바로 계명가한의 아들 시필가한에게 간다. 아쉽게도 시필가한도 '단명'했다. 그가 죽은 후, 이어받은 계승자는 차례로 그의 동생인 처라가한(處羅可汗)과 힐리가한(利可汗)이었다. 당나라의 군대가 힐리가한을 멸망시킬 때, 의성공주도 당나라군대의 손에 죽는다. 그녀는 수나라에 대한 감정이 너무 깊었고, 시종 당나라는 '찬역(纂逆)'했다고 생각했다. 가련한 의성공주는 충성할 대상을 상실한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끝까지 수나라에 대한 충성을 다하였다. 그녀가 장렬하게 죽어가는 모습은 돌궐칸의 부인다웠다. 힐리가한은 그러나 부인처럼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없었다. 그는 장안으로 압송된 후 이세민의 계하수(階下囚)로 전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