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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언어

50년안에 간체자(簡體字)를 폐지하는 것이 어떨까?

by 중은우시 2008. 3. 2.

글: 왕간(王干)

 

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그저 블로그에 쓰는 글이다. 간체자를 폐지할 것인가 아닌가라는 큰 주제에 대하여 짧은 글로서 논증할 수는 없다. 블로그는 그래서 좋은 점이 있다. 그저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의 생각과 서로 같거나 같지 않은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사람의 주장이라고 생각하고, 찬성하지 않더라도 너무 화를 내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타당하다고 여기면 타당하다고 얘기해주기 바란다.

 

첫째, 간체자가 존재하던 이론적 기초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간체자의 이론적 기초는 무엇이었는가? 아래 글을 보자: "한자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한자개혁은 세계문자공동의 병음(알파벳)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병음화를 실현하기 이전에, 반드시 한자를 간화시킴으로써 목적을 달성하기 쉽게 하여야 한다. 동시에 적극적으로 병음화를 위한 여러 업무를 진행하여야 한다"

 

즉, 간체자를 추진한 것은 바로 한자를 병음(알파벳)화하기 위한 길을 닦는데 있었다. 그래서 지난 50년동안 1956년의 제1차간체자뿐아니라, 1977년의 제2차간체자도 나온 것이다. 목표는 병음화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다. 당연히 1977년의 제2차간체자는 이미 폐지되었다. 오늘날, 한자를 간체화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순수하게 한자병음을 쓰는 신문잡지도 찾아볼 수 없다.이제는 병음화를 한자개혁의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어진 것같다.

 

한자병음화와 라틴화는 서구화사고에서 발생한 괴물이다. 이후의 실천에서 증명된 바는 병음화의 방향은 틀렸다는 것이다. 중화민족의 한자는 중국의 현대화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둘째, 실용적인 각도에서 보더라도, 당초에 간체화를 제안한 것은 어느 정도 합리성이 있었다. 원래의 한자필획은 복잡하였으므로, 글을 쓰는데, 특히 타자를 치는 속도가 확실히 느려서 장애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 날, "당대의 필승(畢昇)"이라고 불리우는 왕선(王選)이 한자의 컴퓨터입력문제를 해결하였다. 한자의 입력속도가 영어나 다른 알파벳화된 문자에 비하여 뒤떨어지지 않는다. 간체자의 장점이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물며, 컴퓨터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한자를 손으로 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시험과 같은 중요한 경우에도 컴퓨터로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문안이나 문본은 별론으로 하고 서명, 서예같은 것은 원래의 글과 많이 달라지게 되어 버렸다. 서명은 그다지 많은 시간을 요하지도 않으며, 서예는 하나의 예술이 아닌가?

 

셋째, 전문가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제1차간체화때, 간체자는 문맹과 초등학생의 글자익히기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우리의 문자개혁과 발전은 문맹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사고도 초등학생의 사고를 기준으로 하여서도 안된다. 중국교육발전에 있어서, 우리의 사명은 이제 더이상 문명퇴치가 아닌 것이다.

 

넷째, 한자는 중화민족문화의 뿌리이다. 간체자는 고전문화전적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많은 지식인들이 통박하는 일이다. 이 문제는 적지 않은 전문가들에 의하여 날카롭게 지적되고 연구되었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오늘 날, 중화민족문화가 부흥하는 것은 큰 추세이다. 뿌리가 깊어야 잎이 무성한 법이다. 간체화된 상처를 회복하여 뿌리를 치유하는 것이 중화민족문화를 진흥시키는 길이다.

 

다섯째, 해협양안의 통일에도 유리하고, 중화민족문화의 순결성유지에도 유리하다. 대만, 해외화인(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제외)은 지금까지 번체자를 쓰고 있다. 홍콩, 마카오가 주권회복된 후에도 간체자를 쓰지 않고있다. 중국인민문학출판사의 전사장인 도안선생도 지금까지 해외의 사람들과 교류할 때는 번체자를 쓴다. 미국에서는 두개의 중국어교육방식이 있는데, 대륙이민온 아이들은 간체자반에 대만홍콩이민자들은 번체자반에 들어간다. 일부 중국학교들도 아예 두 가지 문자반을 따로 만들어버린다. 도안 선생은 어려서부터 번체자를 배웠기 때문에 해외학자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다시 몇년이 흐른다면, 번체자를 숙련되게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외화인(華人, 중국국적을 지닌 경우는 "화교(華僑)", 현지국적을 취득한 중국계는 "화인(華人)"이라고 부른다)들과의 교류에도 아마 번역이 필요할지 모른다.

 

필자가 보기에 간체자를 폐지할 이유는 비교적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즉시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간체자는 최소한 3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한꺼번에 번체자를 회복시킨다면, 많은 혼란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일국양제의 방식을 빌려와서, 두 가지 글자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사실상 많은 분야에서 번체간체의 두가지를 통용해온지 오래되었다. 이렇게 하여 서서히 간체자를 폐지시키는 것이다. 아마도 50년은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필자 본인이 복고주의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필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간체자는 이미 세상에 나왔다. 필자는 간체화문화의 배경하에서 성장했다. 필자 자신은 번체자를 숙련되게 사용하지 못한다. 어떤 글자는 정확히 알아보지도 못한다. 필자가 간체자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간체자가 그 사명을 다하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 개인의 호오(好惡)와는 관계가 없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여러해전에 저명한 언어학자인 장지공이 했던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자는 공헌한 바가 있다. 그리고 특유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강렬한 민족감정이 응축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개혁하고자 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측면으로 청나라후기에, 중국민족이 위기에 처하였을 때, 많은 지식인들이 과학을 통하여 조국의 운명을 구원하고자 했다. 그들은 우리나라가 낙후된 이유로서, 한자가 어렵다는 것을 주요한 이유로 생각했다. 이런 감정에서 출발하여, 그들은 한자를 시급하게 개혁하고자 한 것이다. 이런 두 가지 감정은 한편으로는 한자를 애호하고, 한편으로는 한자를 개혁하고자 했다. 보기에 모순되고 대립되었지만, 사실은 하나의 출발점이다.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다. 두 가지 감정은 모두 아름답다. 모두 존경받을만 하다. 이것은 바로 두가지 서로 다른 각도에서 한가지 문제를 바라본 것이다. 서로 다른 측면을 바라보았지만, 실제로는 통일된 것이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한자문제를 검토할 때, 전면적이고 깊이있고 과학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한자가 도대체 어떤 유리한 요소가 있는지, 어떤 불리한 요소가 있는지, 편견을 지니지 않고, 어떤 감정도 지니지 않고 하여야 비로소 실사구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