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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중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의 외국나라이름의 한자비교

by 중은우시 2008. 1. 9.

글: 공경동(孔慶東)

 

중국과 일본은 외국의 나라이름을 번역할 때 모두 한자로 표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그 나라의 발음을 표시하는 동시에 그 의미도 약간은 표시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그 나라의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그 글자의 의미에 따라 먼저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중일양국은 사전에 미리 협의한 바가 없으므로, 번역된 한자는 각각 다르다. 이는 비교적 자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번 살펴볼 필요는 있고, 재미도 있다.

 

먼저 관심을 끄는 것은 일본은 아메리카공화국을 "미국(美國)"이 아니라 "미국(米國)"으로 쓴다는 점이다. 동경대학의 학생들은 매일 "일미군사동맹(日米軍事同盟)"을 반대하고, "미군(米軍)"이 아시아에서 철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번역은 아주 마음에 든다. 그 나라의 주요한 특색은 아름다움(美)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먹어도 먹어도 남아도는 쌀(米)과 밀가루에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진정한 농업대국이다. 정부, 은행, 대외무역, 교통, 기업이 모두 농업에 봉사하고, 농장에 봉사하고, 농민에 봉사한다. 그들은 삼농문제를 해결한 모범이다. 그 나라에서 "얼굴은 황토를 대하고 등은 하늘을 향한(面朝黃土背朝天)" 중국식 농민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중국은 앞으로 "아미리가(亞米利加)"와 "미국(米國)"으로 부를 것을 건의한다. "미국(美國)"이라는 듣기좋은 이름은 유엔이 주관해서 공개입찰을 시켜, 돈많이 내는 나라가 있으면 5년동안 쓰게 하고, 5년후에 다시 입찰에 붙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일본은 러시아를 "아라사(俄羅斯)"가 아니라, "노서아(露西亞)"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의 이 명칭은 인정하기 곤란하다. 이 이름은 어쩐지 귀엽고 예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나라가 피터대제이후에 건립해온 거칠고 야만적인 민족이미지와는 어째 맞지 않는다. 차라리 배고파서(餓) 소리지르고 흉신악살의 나찰귀(羅)나 함부로 찢어버리고 먹어치우는 것이 오히려 비슷하지 않는가?

 

일본은 프랑스를 "법국(法國)", "법란서(法蘭西)"가 아닌 "불란서(佛蘭西)"라고 부르고 있다. "불"자는 약간 늙은 느김이 들고, 낭만적인 나라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 차라리 "법"자는 물수(水)자가 있으니, 활발(活)하고 약간은 낭만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같다. 중국의 법률이 활발한 것을 보지 못했는가? 지도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법률의 내용이 그렇게 해석되지 않던가?

 

일본은 이탈리아를 "의대리(意大利)"라고 번역하지 않고, "이태리아(伊太利亞)"라고 번역했다. 이것은 잘못한 것이다. 아주 활발한 플레이보이같은 나라에게 할머니같은 이름을 붙여주었다. 파시시트진영에 들어 일본과 함께 고난을 겪은 형제국가인데, 어찌 이렇게 형제간의 우의를 보여주지 못하는가? 이는 일본인들의 기존원칙에도 어긋나는 것같다. 중국처럼 "의대리"라고 번역하면 얼마나 통쾌한다. 수수께끼놀이를 할 때, "자본가가 바라는 것은? 나라이름을 대라"고 하면 정답은 바로 "의대리(意大利, 큰 이익에 마음을 둔다)"인 것이다.

 

또 하나의 파시스트국가인 도이칠란드에 대하여 "덕국(德國)", "덕의지(德意志)"로 부르지 않고 일본은 "독일(獨逸)"로 부른다. 이는 가장 뛰어난 번역이다. 일본이 한자사용에 있어서 최고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이 "덕의지"라고 부르는 것도 괜찮기는 하다. 이는 이 민족의 이성과 존귀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독일"과 비교하면 약간의 손색이 있다. "독일"에는 "덕의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뿐아니라, 시의(詩意)까지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다른 무리들보다 뛰어난 이미지는 당연히 괴테, 하이네, 베토벤, 모차르트, 마르크스, 니체등의 위대한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터키에 대하여 중국은 "토이기(土耳其)"라고 부르는데, 일본은 "토이고(土耳古)"라고 부른다. 둘은 거기가 거기다. 유목민족에 대한 감각이 번역에서 나타난 것이다. 비록 "기"와 "고"를 썼지만 둘 다 비슷하다. 피차일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카나다에 대하여 "가나대(加拿大)"라고 부르지 않고, "가가내(加加奈)"라고 부르는것은 일본인들의 발음이 잘못된 것같다. 글자에서 자그마하다는 느낌이 나올 뿐이다. 이로써는 국토면적이 세계2위인 대국의 이미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가나대"가 큰 느낌을 주지 않는가. 누가 매일 집안에 틀어박혀(家家)있어야 하고 어찌할 수 없는(無奈) 나라로 이민가고 싶겠는가?

 

일본은 스위스를 "서사(瑞士)"가 아닌 "서서(瑞西)"로 번역했다. 이것도 별로 좋지 않다. 왜냐하면 이 나라의 이미지는 남성화되어야 한다. 중국에 이런 수수�도 있다: "사나이. 나라이름을 대라" 그러면 정답은 "서사"인 것이다. 스위스는 스위스시계와 스위스군도로 유명하다. 생각해보라, 신사가 되어야 팔에 호화로운 시계를 차고 허리에는 호화로운 군도를 찰 수 있지 않겠는가? 만일 여성냄새가 물씬 풍기는 "서서"라면, 시계와 군도가 팔리지 않을 것같다(*서서는 Lucy라는 여성이름을 한자로 번역할 때 쓴다)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하여 중국은 "오태리아(澳太利亞)"라고 부르는데 반하여, 일본은 "호태자리(濠太剌利)"라고 부른다. 이것은 엉망인 번역이다. 멍청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주는 느낌이 구덩이(濠溝)에 가득찬 먹다버린 물고기뼈(魚刺)등이 느껴지고, 사람을 찌르고 눈부시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같다. 오스트레일리아정부는 일본에 정중하게 손해배상을 요청해도 좋을 것이다. 이는 너무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번역이다. 중국에서 한 번역은 "오"에서 대양국가라는 것이 느껴지고, "태"에서 큰 나라라는 것이 느껴지고, "리아"에서 아시아를 이롭게 할 친구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렇게 이름 짓는 것이 바로 학문이다.

 

마지막으로 네덜란드와 벨기에이다. 일본은 네덜란드를 "하란(荷蘭)"이 아닌, "화란(和蘭)"으로 번역한다. 벨기에는 "비리시(比利時)"가 아닌 "백이의(白耳義)"로 번역한다. 네덜란드는 그래도 봐줄만하다. 다만 약간 촌스럽다. '화란'은 마치 어디 시골 아가씨 이름같다 춘란의 여동생쯤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하란"만 못하다. "하란"은 연꽃과 난꽃의 두 개의 꽃이면서, 이 나라가 세계최대의 화훼수출국이라는 점을 나타내준다.

 

벨기에를 "백이의"라고 하는 것은 글자 자체에서 아름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주는 느낌은 귀(耳) 속에 흰개미(白蟻)가 가득차있다는 느낌을 준다. 단순이 "백이"라는 말을 놓고 보더라도 이는 아무 것도 없이 아주 가난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한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한성"을 "수이(首爾)"라고 한 것보다 못하다(수이는 목잘린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비리시"라고 부를 때 장점은 무엇인가? 여기에도 무슨 우아한 이유가 있는가? 당연히 있다. 그 연유를 말해보면 다음과 같다. 청나라 말기때, 벨기에의 한 장교가 있었는데, 중국통이었다. 그는 팔국연합군의 무리에 끼어 북경을 점령하고 여기서 재미를 좀 보았다. 협상때, 그는 중국인들이 왜 그들 나라이름을 번역할 때 이렇게 듣기 좋지 않은 글자를 골라주었는지 항의했다. "법란서" "포도아(葡萄牙, 포르투갈)"는 얼마나 듣기 좋은가? 왜 우리나라만 무시하는 것인가? 그러자, 청나라의 한 대신이 문앞에 피어있는 복숭아꽃(桃花)을 가리키며, 대련의 상련(上聯)을 냈다.

 

공문도화쟁영일(公門桃花爭榮日)

관청 문에 피어있는 복숭아꽃이 영화로운 날을 다투네.

 

자리에 않아 있던 사람들이 한참을 생각했지만 아무도 하련(下聯)을 만들 수가 없었다. 상련을 냈던 대신이 천천히 하련을 읊었다:

 

법국하란비리시(法國荷蘭比利時)

프랑스의 연꽃과 난꽃이 이익을 비교할 때...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의 삼개국명임)

 

벨기에인은 그 말을 듣고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국가가 강성하지 못하면, 이름이 아무리 듣기 좋아도 소용이 없다. 국가가 강성하면, 이름이 개같고 고양이 같더라도 모두 향기있는 것이 되어버린다. 믿지 못한다고? 만일 미국을 "멸국(滅國, 멸망한 나라)"이나 "매일해(每日咳, 매일 기침하다)"나 혹은 "매리전(煤裏煎, 석탄 속에서 달인다)"이라고 한다고 하더라도(셋다 아메리카와 비슷한 독음임), 수천 수만의 사람은 멸망한 나라의 다리를 붙잡거나 매일 기침하는 것을 갈구하거나, 석탄속에서 달여질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