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문학/홍루몽

설보채와 임대옥의 비교

중은우시 2007. 8. 13. 13:21

북경텔레비전 차기드라마 <<홍루몽>>에서 임대옥으로 선발된 이욱단(李旭丹)

 

글: 세월무성(歲月無聲)

 

설보채(薛寶釵)와 임대옥(林黛玉)은 <<홍루몽>>의 아주 중요한 여자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누가 낫고 누가 못한지에 대하여 <<홍루몽>>이 처음 나타나 유행하던 때로부터 친구들 사이에서도 임대옥과 설보채에 대한 포폄(褒貶)이 다른 것때문에 주먹질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저명한 홍학가(紅學家)인 유평백(兪平伯)의 경우 작자는 설림위일(薛林爲一), 즉 설보채와 임대옥을 하나로 보았으므로 무슨 포폄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두 인물에 대하여 서로 다른 견해가 나타난 이유는 바로 독자들이 보는 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또 어떤 홍학가는 설보채는 봉건제도의 수호자이고, 임대옥은 봉건제도의 반역자라고 보고, 그리하여 임대옥은 치켜세우고, 설보채는 까내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체 가부(賈府, 가씨집안, 홍루몽의 배경이 된 집)에서 사실상 가정배경이든, 경제조건이든, 처세든, 관리능력이든, 거주환경이든, 건강상황이든 애정혼인이든 모두 설보채는 임대옥보다 낫다. 그래서, 필자는 설보채의 가부내에서의 지위는 임대옥을 훨씬 초과한다고 생각한다. 아래에서는 일곱개 분야에서 이를 논증해보기로 한다:

 

1. 가정배경상

 

1. 설보채의 설가(薛家)는 "4대가족"에 속한다. 자미사인(紫微舍人) 설공의 후예로서, 현재의 영내부탕은행상이다. 모친은 가부의 주인인 왕부인의 여동생이다. 설보채의 외삼촌인 왕자등은 일찌기 경영절도사를 지냈다. 즉 경성의 군대를 장악한 인물로 명실상부한 군부요인이다. 나중에 구성통제사에 이른다. 왕자등의 계속되는 승진은 설보채 모친일가의 가부내에서의 지위상승에도 도움이 되었다.

 

2. 임대옥의 임가(林家)는 종정지족(鐘鼎之族), 서향문제(書香門第)이지만, "4대가족"에는 끼지 못한다. 부친인 임여해는 과거급제출신이고 탐화(3등)를 한 바 있으며 관직은 난태사대부에 이른다. 황제가 친히 찍어서 순염어사로 내보내는데 40세에 요절한다. 모친인 가민은 가정의 여동생인데, 일찌기 죽었다. 임대옥의 외삼촌인 가정도 원외랑으로 지위는 왕자등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가정은 평소에 그저 손님들과 술마시고, 바둑두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아서, 집안 일은 모두 부인인 왕부인의 손에 장악되어 있었다.

 

설보채는 왕부인의 친여동생의 딸이고, 임대옥은 왕부인의 시누이인 가민의 딸이다. 설보채는 왕부인과 혈연관계가 있지만, 임대옥은 왕부인과 혈연관계가 없다. 누가 가깝고 누가 먼지는 분명한 일이다.

 

2. 경제조건상

 

1. 설보채의 집안은 황상(皇商)이다. 부친이 비록 돌아가셨지만, 상당한 재산을 남겨두었고, 전당포도 열고 있었다. 경제조건은 아주 뛰어났다.

 

2. 임대옥의 상황은 완전히 반대였다.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고, 의지할 데가 없어서 가부에 의탁했다. 먹고 입는 것을 모두 가부에 의지했다. 그래서 언행에 항상 조심했고, 다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고 했다. 설가처럼 가부내에서 태연하게 머물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가부에서 가보옥을 제외하고는 아랫사람 윗사람 모두 부귀를 중시했고, 체면을 중시했으며, 모두 가난한 주인을 싫어했다. 이런 환경에서 임대옥은 자연히 꾹 참고 지낼 수 밖게 없었고, 점차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

 

3. 위인처세상

 

1. 설보채는 성격이 활달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임대옥보다 아랫사람들의 인심을 얻었다. 가부의 시녀들은 설보채와 노는 것을 좋아했다. 이외에 설보채는 수시로 가부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었다. 예를 들어 각 자매들에게 궁화(宮花)를 보낸다든지, 설반이 출장갔을 때 가져온 물건들을 나눠준다든지 했다. 조이낭까지도 설가의 선물을 받은 후 기분이 좋아져서 왕부인에게 가서 설가에 대하여 좋게 이야기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2. 임대옥은 가부에 들어온 이후 가모(賈母, 가정의 모친)의 보살핌으로 살았다. 의식에 부족한 점은 없었지만, 누구도 정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고고하였고, 속된 것은 눈에 두지도 않았다. 그리고 수시로 성깔을 부렸다. 가보옥이 그녀만을 사랑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

 

설보채는 가부에서 주인으로서의 이미지나 시녀들의 지지에 있어서 모두 임대옥보다 뛰어났다. 그래서, 설보채의 인간관계는 이 점에서 임대옥보다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4. 관리능력상

 

1. 설보채는 비록 대갓집 소저였지만, 어려서부터 모친을 도와 집안일을 보살폈다. 아주 세심하고 근면했다. 설보채는 왕희봉이 병으로 쉬는 기간동안 이환(李紈)과 함께 가탐춘(賈探春)을 도와서 집안일을 했으며, 가씨집안을 관리하는 삼두마차의 한 명이었다.

 

2. 임대옥은 이런 재능이 없었다. 임대옥은 그저 시를 짓고, 소녀의 아름다운 꿈에 탐닉하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하루종일 우수에 젖은 얼굴로, 눈물이 그치질 않았으며, 가부의 집안일은 조금도 도와주지 않았다.

 

가부의 일은 어쨌든 왕부인에게서 가보옥의 부인에게로 넘어가야 했다. 하물며 가부의 현재상황은 외부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내부는 이미 썩어있었다. 한걸음 한걸음씩 저점 쇠락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리하여 더욱 집안경영을 잘하는 사람이 이 국면을 지탱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설보채는 임대옥보다 훨씬 적임자였다.

 

5. 거주환경상

 

1. 설보채는 대관원(大觀園)내에서 "형무원(蕪園)"에 거주했다. 원내에는 돌이 영롱하고, 기이한 풀들이 나 있으며, 향기가 풍부했다. 양쪽으로는 유랑이 있어 걸어들어오기 편했고, 5칸짜리 깨끗한 집이 연이어 지어져 있었으며, 4방으로 복도가 있었다. 녹색창에 기름종이바른 벽이 아주 청아했다.

 

2. 임대옥이 대권원내에서 거주하는 곳은 "소상관(瀟湘館)"이다. 원내의 양쪽에 취죽(翠竹)의 협로(夾路)가 있으며, 땅에는 푸른 이끼가 가득찼다. 중간에는 꼬불꼬불한 돌길이 있다. 문을 들어서면 꾸불꾸불한 유랑을 지난다. 정방은 3칸인데, 하나는 밝고, 둘은 어두웠다. 꽃이 피어있고, 버드나무그늘이 져있으며 새소리와 계곡물소리가 들렸다.

 

방위적으로 보면, 형무원은 대관원의 정문에서 가장 가깝다. 그러나 소상관은 아주 귀퉁이에 놓여 있다. 배치에서 보면, 형무원은 기세가 크고, 5칸의 깨끗한 집이다. 그러나, 소상관은 자그마하면서 운치있게 지었고, 정방이 3칸이다. 원내에 심은 식물로 보더라도, 형무원내에는 곳곳에 기이한 꽃과 풀이 있고, 향기가 가득하나, 소상관내에는 취죽(푸른 대나무)의 좁은 길이 있고, 아주 차갑고 쓸쓸한 느낌이다. 이렇게 집은 나눈 것만 보더라도, 설보채의 지위가 임대옥보다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 건강상태상

 

1. 설보채는 건강이 아주 좋지는 않아서, 자주 "냉향환(冷香丸)"을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태어난 듯하다. 태어나면서 태열에 시달렸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냉향환 한 알만 먹으면 해결된다.

 

2. 임대옥은 어려서부터 아주 허약했고, 기혈이 부족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약을 같이 먹는데, 어려서부터 계속 이러했다. 그리고 수시로 기침을 하고, 식사를 잘 못하거나, 잠을 잘 못자거나 하여 건강상태가 날이갈수록 나빠졌다.

 

몸은 살아가는 근본이다. 건강은 성공의 전제이다. 가씨집안의 며느리가 되려면, 수십수백건의 집안일을 처리해야 하고, 후손을 잇는 일도 해야 한다. 임대옥은 몸이 좋지 않아서, 자기 스스로를 돌보는데도 힘이 부족하니, 다른 일까지 신경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7. 애정혼인상

 

1. 설보채는 "금옥양연(金玉良緣)"의 장점과 여러 사람이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결국 가보옥에게 시집간다. 그리고 명실상부한 가부의 며느리가 된다.

 

2. 임대옥은 비록 가보옥과 "목석전맹(木石前盟)"이 있었고, 가모가 아껴주고 보살펴주었으며, 가보옥이 그렇게 사랑했지만, 결국 가보옥과 인연이 없었다. 눈물이 마르면서 결국 죽었다.

 

가보옥과 임대옥이 죽기살기로 사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도 임대옥의 한을 품고 죽어야 하는 운명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가보옥은 설보채와 결혼하여 금슬이 좋지는 못했지만, 결국 그녀를 처로 맞이해야 하는 운명을 거스르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