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당)

당소종(唐昭宗) : 역사상 가장 형편없었던 마지막 황제

중은우시 2007. 8. 27. 20:12

당소종 이엽(李曄)은 당나라의 제19대 황제이다. 황소의 난 이후 15년간 재위했던 27살의 당희종(唐僖宗)이 죽자, 엉망안 나라는 수왕(壽王)이던 이엽의 손에 들어왔다. 그가 바로 당소종이다.

 

당소종은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역사서적과 유가경전에 밝았다. 즉위초기에는 대당을 진흥시키겠다는 포부도 가졌지만, 이미 당나라는 서산에 지는 해처럼 기울어져 있었다. 농민반란이 끊이지 않고, 환관이 득세하고, 번진세력이 할거하였으며, 백성들의 생활은 날로 힘들어져 갔다. 여러 해가 지나자 당소종의 혈기왕성했던 마음은 이미 재처럼 죽어버렸다. 당나라의 운명을 되돌릴 수 없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스스로 허수아비황제로 전락해 버렸으며, 생존을 위하여 도망쳐 다니는 꼴이 되었다. 16년간의 재위기간은 피눈물의 역사였다.

 

당소종에게는 두 적이 있었는데, 하나는 환관이고 다른 하나는 번진(藩鎭)세력이었다. 16년동안 당소종은 이들로부터 많은 고통을 받았고, 결국 이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당나라말기에 환관세력은 이미 통제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그들은 언제든지 황제를 폐위시키거나 죽일 수 있었다. 당소종의 할아버지뻘인 당경종은 바로 환관에게 직접 죽임을 당하였다. 당소종의 동부이모형제인 당희종이 한번은 도망칠 때, 잠시 쉬고 싶어했으나 환관들이 채찍을 때리면서 빨리 길을 가라고 재촉한 적이 있었다. 당소종의 외삼촌인 왕환(王環)이 절도사를 하고 싶어했으나, 환관인 양복공(楊復恭)이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양복공은 왕환이 부임하는 길에 배를 뒤집어서 익사하게 만들었다. 당소종이 이 소식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으나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900년, 당소종은 술을 마신 후 술기운에 몇명의 환관과 궁녀를 칼로 내리쳐 죽인 일이 발생했고, 환관 유계술(劉季述)의 분노를 샀다. 유계술은 대신들을 핍박하여 황상에게 이러한 행동은 역란(逆亂)이라고 주청하게 하고, 금군을 이끌고 당소종의 침실 앞까지 몰려갔다. 당소종은 놀라서 혼이 빠질 정도였다. 유계술로부터 어린아이처럼 훈계를 당하는 모욕을 당하였다. 그 후에도 당소종을 동궁에 가두어 두었는데, 당소종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문열쉬에 쇳물을 부어서 열지 못하도록 하였고, 벽에 구멍을 뚫어 음식을 넣어주었다. 당소종과 몇몇 후궁은 놀라서 몸이 다 굳었고, 추워서 온 몸을 떨었으며, 곡성이 하늘에 닿을 정도였다. 정말 생불여사였다.

 

겨우겨우 환관의 손아귀에서 도망쳐 나온 당소종은 다시 번진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당소종은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바둑돌처럼 이 번진에서 저 번진으로 떠넘겨졌다. 892년, 봉상절도사(鳳翔節度史) 이무정(李茂貞)은 일찌기 상소를 올려 당소종이 "만승의 고귀한 지위에 있으면서 외삼촌의 몸 하나 지켜주지 못하고, 구주에서 가장 존귀한 자리에 있으면서 양복공을 죽이지도 못하고 있다"고 욕을 한 바 있었다. 이무정의 조소는 당소종을 격분시켰다. 당소종은 노하여 병사를 일으켰으나, 참패하고 말았다. 이무정은 이 기회를 틈타 경성을 공략했고, 병사가 수도의 성앞까지 밀려왔다. 당소종은 부득이 재상 두능(杜能)등을 죽이면서 사죄했으니, 불쌍한 사람은 이런 속죄양들이다. 이때부터 당소종은 이무정이 시키는대로 하게 된다. 오래지 않아, 당소종은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가장 총애하던 위국부인 진씨를 절도사 이가용(李可用)에게 보내어 그의 환심을 산다. 구오지존(九五之尊)의 황제가 자기의 비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것은 역사상 거의 없는 일이다.

 

당소종은 인질처럼 이 사람 저사람에게 넘어갔다. 이무정에 붙잡힌 당소종은 배를 채우기 위하여 자기의 어의는 물론 후궁들의 악세사리까지도 팔아야 했고, 배가 고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성안에는 주전충(朱全忠)의 포귀공격으로 물자가 결핍되어 "인육은 근당 100전이고 개고기는 근당 500전"이 되는 참혹한 광경이 벌어졌다.

 

이무정이 주전충에게 무너지자, 당효종은 당시 최대의 번진세력인 주전충의 손에 넘어간다. 이엽의 생명도 끝날 때가 되었다. 주전충은 자신이 황제가 되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절도사들이 황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병사를 일으킬 수 없도록 하기 위하여, 그리고 백성들이 다시는 당소종을 생각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하여, 마침내 손을 썼다. 천우원년(904년)의 어느 깊은 밤에 자객을 보내어 꿈에서 놀라 깬 당소종 이엽을 살해한다.

 

이어지는 얘기는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전충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하고 밤을 달려 낙양으로 간다. 그리고는 영구앞에서 눈물콧물 흘리며 통곡을 한다. 당소종은 16년간 황제에 있었고, 죽을 때가 38세였다. 근 300년간 이어오던 당나라는 이렇게 당소종 이엽의 손에서 끝이 난다. 당소종이 죽은 후 그의 13살된 아홉째 아들이 황제로 옹립되기는 하였으나, 역시 5년도 되지 않아 주전충에게 살해된다.

 

중국의 역대 마지막황제를 보면, 주유왕에서부터 부의에 이르기까지, 당소종 이엽처럼 엉터리인 황제는 없었다. 평생을 낭패한 생활을 보낸 것이다. 당소종이 죽고, 당나라는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