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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홍루몽

설보채의 숙녀이미지 배후의 진상

by 중은우시 2007. 4. 21.

글 : 소금(蘇芩)

 

 

 

일반독자의 눈에 설보채(薛寶釵)는 홍루몽의 제일 숙녀이고, 박학하며 도량이 넓고, 고귀하며, 여러 꽃들중의 여왕인 모란에 해당한다. 그리고 성격도 아주 부드럽고, 성숙되었으며 예의를 알아, 임대옥과 같은 무리와 같이 철없는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설보채는 <<홍루몽>>에서 성격상의 결점이 가장 적은 여자의 한 명이다. 성격상 결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세속의 사람들이 이해하고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독자가 본 설보채일 뿐이다. 그러나, 작자인 조설근의 붓끝에서 그려진 진정한 설보채는 그렇지 않았다. 설보채는 숙녀인가 아닌가? 그녀는 봉건도덕상의 숙녀표준에 부합하는가 아닌가?

 

필자가 보기에는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습인(襲人)은 왕부인이 이홍원(怡紅院, 가보옥의 거주지)에 심어놓은 밀정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잊어버린 것이 있다. 가보옥의 거주지에 있는 시녀는 실제로 전부 가모(賈母)가 파견했다는 것을. 그렇다면, 그중에는 자연히 가모의 '밀정'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밀정은 아마도 청문(晴雯)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청문은 일찌기 설보채에 대하여 이렇게 불만을 표현한 적이 있다. "일이 있던 없던 달려와서 앉아가지고, 우리보고 삼경 한밤중까지 잠도 못자게 한다" 청문의 말투에서 우리는 설보채가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이나 심지어 아주 늦은 때에 사촌동생인 가보옥의 집에 와서 얘기를 나누고 놀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숙녀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다. 책에서 여러번 설보채가 저녁 또는 가보옥이 낮잠자는 시간에 혼자 이홍원의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심지어 가보옥을 위하여 복대를 수놓아주기도 한다. 이것은 설보채와 같은 숙녀에게 있어서는 아주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다. 책에서 가보옥이 낮잠잘 때 임대옥이 방에 들어간 것으로 그린 바는 없다. 이것이 두 아가씨의 진정한 성격이고, 대비된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자세히 <<홍루몽>>을 음미해보면, 책안에서 가보옥과 설보채가 단독으로 만나는 장면이 나오면 항상 배경은 침실이나 침대곁이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설보채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도 있다. 항상 숙녀의 풍모를 나타내는 설보채가 실제는 진짜 숙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제34회에 가보옥이 부친 가정으로부터 매를 맞고 방으로 돌아온 후, 습인이 그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었다. 이 때는 가보옥의 침실에는 시첩인 습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시녀조차 자리에 없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 설보채는 당당학 걸어들어오고, 가보옥이 바지를 끌어올릴 시간도 없었다. 할수없이 습인이 급히 침대깔대로 가려서 덮게 된다. 생각해보라. 한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의 침실로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피해야 할 일이다. 특히 엉덩이에 매를 맞고난 다음이라면 분명히 아랫도리를 내놓고 있을 것이다. 바지를 황급히 입을 틈이 없다면 어떡할 것인가? 그것은 너무 덜렁거린 것이 아닌가.

 

만일 이런 장면이 사상운(史湘雲)에게 일어났다면 대부분 독자들이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사상운은 어쨌든 거리낌도 없고, 자잘한 것에 구애받지도 않는 여자아이니까. 그러나, 설보채는 다르다. 그녀는 항상 마음을 쓰고, 머리를 굴리고 있다. 그녀가 어찌 이런 세심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 있는가. 확실히 이상하다. 아마도, 설보채의 가정교육이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좋지 않았을 수 있다. 그저 그녀 자신이 숙녀의 풍모를 지니고 싶어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설보채는 상인집안이고, 그 당시에 장사는 그다지 존경받는 업종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무리 부유한 상인이라고 하더라도 귀족으로 봐주지 않았다. 나는 가모가 가보옥과 설보채간의 결혼을 찬성하지 않은 이유중에 설보채의 집안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돈만으로는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당시 귀족문벌은 혈통을 중시했다. 임대옥처럼 선비가문출신의 여자아이라야 비로소 신분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