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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선진)

주비산경(周髀算經) : 고대 중국과 고대 인도의 닮음꼴 우주관

by 중은우시 2007. 8. 7.

 

글: 강효원(江曉原)

 

<<주비산경(周髀算經)>>은 중국고대 본토의 천문학과 수학의 경전으로 인식되어 왔다. 10여년전에 필자는 <<주비산경>>을 시간들여 연구한 적이 있고, 책 전부에 상세한 주석을 달고 문어체로 번역문을 달았다. 연구과정에서 책속의 많은 내용은 필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아무리 보더라도 이것은 외국에서 전래된 것처럼 보였다. <<주비산경>>내의 주목을 끄는 부분을 먼저 소개해 보겠다.

 

<<주비산경>>은 주공(周公)이 상고(商高)와 대화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일찌기 옛날 사람들은 이 책을 주나라때 책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재 학자들이 인정하는 비교적 보편적인 의견은 <<주비산경>>이 책으로 완성된 것은 기원전100년경인 서한(西漢)시대라는 것이다. 책안에 쓰여진 내용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그저 추측할 수밖에 없다.

 

고대중국의 천문학자는 기하적인 우주모형에 대하여 연구한 전통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대수적인 방법으로 각종 천문학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우주가 도대체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지에 대하여는 그들이 전혀 연구하거나 관심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주비산경>>은 고대중국에 있어서 이 방면의 유일한 예외이다. 책안에서 고대중국의 유일한 기하우주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개천(蓋天)"이라는 우조모형의 구조는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하고 대부분은 스스로 수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비산경>>의 "개천"우주모형은 이전에 오랫동안 사람들에 의하여 "구관형(球冠形)"이라고 오해받아왔다. 그러나, 필자가 고증한 바에 의하면 이 모형의 정확한 모양은 다음과 같다. 개천우주는 하나의 유한한 우주이며, 주요한 포인트와 수치는 아래와 같다.

 

1. 대지는 하늘과 80,000리가 떨어져 평행하는 원형평면이다.

2. 하늘의 중심은 북극(北極)이다. 북극의 아래에 있는 대지는 중앙에 높은 기둥모양의 물건이 있다. 이 기둥은 위는 좁고 아래는 굵은 높이 60,000리의 "선기(璇璣)"이다. 바닥의 직경은 23,000리에 이른다. 하늘의 북극이 있는 곳도 평면이 아니라 상응하게 융기되어 있다.

3. 개천우주모형을 만든 사람은 원형대지상의 자기의 거주지의 위치를 확정했는데, 이 위치는 중앙이 아니라 남쪽으로 치우쳐 있다.

4. 대지의 중앙에 기둥은 하늘의 북극이 있는 곳으로 솟아 있다.

5. 일월성신(해달별)은 하늘에서 북극을 휘감아 도는 평면원주운동을 한다.

6. 태양은 이 원주운동에서 다중의 동심궤도(七衡六間)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반년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궤도를 옮긴다(1년에 1번 왕복한다).

7. 태양의 상술한 운행모델은 상당한 정도로 밤과 낮이 있는 것과 태양의 주기년도를 운동중의 일부 현상으로 설명한다(예를 들어 1년 사계절)

8. 태양광선은 사방으로 비추는 극한은 167,000리이다. 태양운동의 가장 먼 곳의 궤도는 반경 238,000리를 더하여야 한다. 즉, 개천우주의 최대치는 반경 405,000리이다.

 

프톨레미의 정교한 우주론과 비교하면, <<주비산경>>의 개천우주모형은 상당히 조악한 수준이다. 이 점은 이상할 것도 없다. 다만,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개천우주모형의 8개 특징은 모조리 고대인도의 우주모형의 특징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고대인도의 우주모형에 대한 기록은 주로 <<푸라나스(Puranas)>>에 기록되어 있다. <<푸라나스>>는 인도의 성전이며 동시에 고대의 역사서적이고, 백과사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구체적인 완성연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그 안의 우주모델에 대한 개념은 학자들이 베다(Veda)시대 즉 기원전1000년전으로 보고 있다. <<푸라나스>>에서 언급한 우주모델은 아래와 같다:

 

- 대지는 편평한 원반과 같다. 대지의 중앙에는 높은 산이 솟아 있는데 이름은 수메루(Sumeru) 또는 메루(Meru)라고 한다. 한자로 번역한 중국에서는 須彌山이라고 부른다. 수메루산의 바깥은 환형(環形)의 육지가 둘러싸고 있는데, 이 육지는 다시 환형의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이처럼 차례로 둘러싸여 바깥으로 펼쳐지는데 모두 7개의 대륙과 7개의 바다가 있다.

 

- 인도는 수메루산의 남쪽에 있다.

 

- 대지와 평행한 천상에는 일련의 천륜(天輪)이 있다. 이 천륜의 축중심은 수메루산이다. 수메루산의 꼭대기는 바로 북극성(Dhruva)이 있는 곳이다. 여러 천륜은 각종 천체를 데리고 회전한다. 이 천체에는 해, 달, 항성,...그리고 5대행성(차례로 수성, 금성, 화성, 목성과 토성)이 포함된다.

 

- 수메루산을 이용하여 검은 밤과 밝은 낮의 교차를 설명한다. 태양을 거느린 천륜은 180개의 궤도가 있다. 태양은 매일 1궤도씩을 옮긴다. 반년후에는 반대방향으로 중복한다. 이로써 해가 뜨는 방위각이 년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당나라때 석도선(釋道宣)의 <<석가방지(釋迦方誌)>> 권상(卷上)에서 고대인도의 우주모형을 묘사하고 있다. 구체적인 점에서 교묘하게 상술한 기재와 서로 보충이 된다: "수메르산은 바로 경전에서 말하는 수미산이다. 바다에 금륜표(金輪表)가 반쯤 바다위로 8만 유순(由旬) 솟아있고, 해와 달은 그 허리를 돈다. 바깥에는 금산(金山)이 일곱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가운데에는 각 바닷물이 있고, 8공덕을 갖추고 있다."

 

이상의 기재를 종합하면, 고대인도의 우주모형은 <<주비산경>>의 개천우주모형과 놀랄 정도로 닮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점에서 거의 모든 곳이 일치한다.

 

1. 양자의 하늘, 땅은 모두 원형이고 평행하는 평면이다.

2. "선기"와 "수메루산"은 마찬가지로 대지의 중앙에서 "천주(天柱, 하늘기둥)"의 역할을 하고 있다.

3. 주나라와 인도는 모두 각자 대지의 중심에서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4. "선기"와 "수메루산"은 바로 위쪽은 모두 각종천체가 회전하는 중심축인 북극이 있다.

5. 일월성신은 모두 하늘을 도는데, 북극을 중심으로 평면원주운동을 한다.

6. 만일 인도의 수메루산의 "칠산칠해(七山七海)"라는 숫자가 <<주비산경>>의 칠형육간(七衡六間)을 생각나게 한다면, 인도우주에서 태양천륜이 180개의 궤도를 가졌다는 것은 성질상으로나 공능상으로 칠형유간과 완전히 일치한다(태양은 칠형의 사이에서 왕복하는데 이것도 매일 연속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7. <<주비산경>>의 하늘과 땅의 거리는 8만리인데, 수메르산도 해상에서 "8만유순"의 높이를 가지고 있다. 그 위는 천륜이 있는 곳이니, 양자는 하늘땅간의 거리에서 모두 팔만이라는 숫자를 사용하고 있다.

8. <<주비산경>>은 태양광선이 사방으로 비치는 극한은 167,000리로 하였는데, 불경인 <<입세아비담론>>의 권5, "일월행품제십구"의 말미에서는 "태양광의 경도는 7억2만1천2백 유순이다. 주위는 21억6만3천6백 유순이다" 비록 구체적인 수치는 다르지만, 태양광이 비치는 반경이 유한한 고정수치를 지닌다는 점은 이미 놀랄 정도로 일치하는 것이다.

 

인류문명의 발전역사상, 문화가 다원적이고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것은 완전히 가능하다. 그러므로 많은 서로 다른 문명에서도 서로 닮은 점이 나타나는 것인데, 이것은 아마도 우연일 수 있다. 그러나, <<주비산경>>의 개천우주모형과 고대인도의 우주모형간의 닮은 정도는 너무나 심하다. 전체 설정에서 세부적인 점에 이르기까지 일치하는 것이다. 이것까지도 "우연"이라고 설명한다면 너무 억지스럽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