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방주자(方舟子)
얼마전에 북경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46세인 만(滿)여사는 몸이 좋지 않았다. 중의를 깊이 믿고 있던 그녀는 유명한 중의에게 가서 병을 진맥했다. 그녀는 스스로 임신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나, 그 명망있는 중의는 진맥을 한 후에, 임신은 불가능하다고 하고, 갱년기종합증이라고 하면서 그녀에게 대량의 한약을 지어주었다. 약을 먹어도 전혀 효과가 없어서, 1달후에 다시 진맥하러 갔다. 이 중의는 다시 또 다른 한약을 제조해 주었으나, 여전히 효과는 없었다. 만여사는 다른 중의를 찾아서 진맥했고, 모두 4곳을 찾았다. 결론은 모두 같았다. 갱년기종합증이라는 것이었고, 계속 한약을 먹으라는 것이었다. 몇달후, 만여사는 결국 서의(西醫, 즉 洋醫)를 찾았다. 그리고는 이미 임신후기라는 것을 알았고, 인공유산을 하기는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남자아이를 낳았다. 임산부로서 기본적인 임신기간동안의 보호와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데다가 중증 임신고혈압종합증을 얻었다. 남편은 가족계획위반으로 직장에서 쫓겨났다. 법원에 4곳의 중의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했으나, 법원은 기각해버렸다.
법원의 설명도 재미있다. 만여사는 가임기의 여성이고, 일찌기 아이를 낳아본 적이 있었으므로, 임신여부를 확인하는 상식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임신이 의심되면 당연히 양의를 찾아야지, 중의를 찾아서 물어본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하여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중의의 진맥은 아주 신기하다고 알고 있고, 여자들이 임신했는지 여부도 안다고 했고, 심지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안다고 하지 않았는가? 어찌 만여사는 그리 억울하게 여러명의 중의들이 모두 임신맥을 잡아내지 못했단 말인가.
중의의 진단방법은 "망문문절(望聞問切)"의 네 가지이다. 이 방법은 다른 민족의 전통의술에서도 어느 정도 채용하고 있는 방안이다. 현대의학에서도 여전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물론, 일종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된다. 정확한 진단은 그래도 의료기기에 의존한다. 모두가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중의에게는 스스로의 특색이 있다. 그중 가장 특색있는 것은 중의의 진맥(중국어로 切脈)이다. 체계가 복잡하고, 맥이 번잡하게 많고, 맥잡는 장소가 중요하고, 신기한 전설도 많다. 다른 의술체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중의들이 집는 맥은 12경맥중의 하나이다.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누르는 곳은 손목의 개략 1촌길이의 부분이고, "촌구(寸口)"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맥의 박동을 느낄 수 있으며, 기(氣)의 운행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백맥(百脈)의 조종(祖宗)으로 불리우며 백가지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한다.
중의는 1촌길이의 맥을 세 단으로 나눈다. 요골경돌처의 맥은 관맥(關脈)이라고 부르며, 이곳에서는 장기의 병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장기에 속하는지는 역대 명의들이 서로 다르게 말해서 조화롭게 설명할 수가 없다. 현재 비교적 많이 알려진 견해는 바로 왼손의 촌(寸), 관(關), 척(尺)은 각각 나누어 심(心), 간(肝), 신(腎)이고, 오른손의 촌, 관, 척은 각각 폐(肺), 비(脾), 명문(命門)이라고 보는 것이다.
왜 이렇게 나누는가? 이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행상극의 이론에 근거하는 것이다. 오른 손의 척은 극하(極下)로 부는데 수명의 근본이므로, 그래서 명문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수명이후, 만물이 흙에서 나오고, 비(脾)는 토(土)에 속하므로, 오른손의 척상면의 관은 비에 속한다. 비토는 금(金)을 낳으므로, 오른손 관상의 촌은 폐에 속한다. 이후 왼손의 척으로 돌아가서 차례로 폐금은 신수를 낳고, 신수는 간목은 심화를 낳는다. 그래서 왼손의 척, 관, 촌은 각각 신, 간, 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은 소위 수태음폐경이 바로 요동맥(橈動脈)이라는 것이다. 동맥은 기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박동하는 것이다. 요동맥은 인체의 여러 동맥중의 하나이고, 무슨 특별한 것도 없다. 그저 그가 촌구를 지나가는 곳은 피부의 바로 아래에 있으므로 만져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박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촌구의 동맥은 그저 요동맥의 일부구간에 불과하다. 그리고 촌, 관, 척은 바로 요동맥상에 이어져 있는 세개의 짧은 구간이다. 이것의 박동빈도도 당연히 요동맥과 일치한다. 그리고 전신의 다른 동맥과도 일치한다. 모두 심장박동의 반영이다. 심장이 빨리 뛰면 촌관척의 맥도 빨리 뛰고, 심장이 느리게 뛰면, 촌관척의 맥도 당연히 느려진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 촌관척의 맥도 불규칙해진다. 어찌 중의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하나의 동맥에서 이어진 세개의 곳에서 서로 다른 맥박을 느낄 수 있고, 서로 다른 장기의 정상여부를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임신맥"이라는 것을 살펴보자. 중의서적에서는 어떤 맥의 모습이 임신맥인지에 대하여 여러가지 견해가 있는데, 어느 것 하나 검증을 제대로 받은 것이 없다. 일종의 견해는 "척맥활질(尺脈滑疾)"이 있으면 임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척맥이 활질이면, 촌, 관맥도 당연히 활질이다. 척맥만 빨리 뛰고, 촌, 관은 느리게 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은 폐경인 사람은 척맥이 끊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폐경이라도 척맥이 끊어지지 않으면 바로 임신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더욱 황당하다. 척관척은 모두 하나의 동맥선상에 있는데, 끊어지면 같이 끊어지는 것이지, 절대로 척맥만 끊어지도, 촌, 척은 끊어지지 않는 경우란 있을 수 없다.
대체로 그 짧은 구간의 동맥을 촌,관,척으로 나누는 것도 아무런 합리성이 없다. 현재 유행하는 일종의 견해는 "활맥(滑脈)"이면 임신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떤 것이 "활맥"인가" "맥이 흐르듯이 오고, 접시위에 구슬이 구르는 것과 같은 맥"이 활맥이다. 맥을 집을 때, 맥의 박동이 마치 구슬이 접시위에 구르는 것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느낌인가? 완전히 주관적인 상상일 뿐이다. 만일 제대로 진맥하면, 감각이 맞는 것이고,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면 바로 감각이 잘못된 것이다.
중의의 맥을 집는데 대한 표현은 모호한 비유가 많다. 예를 들어, 혁맥(革脈)은 북가죽을 누르는 것과 같은 것이고, 삽맥(澁脈)은 가벼운 칼로 대나무를 긁는 것같은 것이고, 현맥(弦脈)은 금(琴)의 줄을 누르는 것과 같은 것이고, 긴맥(緊脈)은 줄을 묶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 중의들의 주관적인 느낌이거나 상상이다. 서로 다른 의사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되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것이다. 이런 모호성은 마음대로 해석하기에 유리하고, 이론의 실패에 대하여 퇴로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진맥을 통해서 임신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사실 이것은 "문(問, 물어보는 것)"의 공로이다. 물어봐서 월경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고, 그렇다면 임신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시 맥을 집어보는 척하면서 임신을 맞추면 바로 모든 것인 맥을 잘 집은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소문은 퍼져간다. 만일 임신을 못맞추면, 아무도 와서 따지지는 않을 것이다. 인성의 약점은 바로 알아맞춘 것에 대하여는 잘 기억하고, 알마맞추지 못한 것은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왜 점이나 풍수가 아직도 일정한 생존공간을 지니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만여사의 불행은 바로 그녀가 이미 갱년기에 도달했으므로, 당연히 월경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중의들은 절대 임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고, 그래서 아무리 유명한 사람을 찾더라도 임신맥을 진단해낼 수 없는 것이다.
맥으로 남자여자를 알아낸다는 것에 대하여 무슨 왼손의 활맥이 무거우면 남자아이이고, 오른손의 활맥이 무거우면 여자아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남좌여우(男左女右)"의 습속에서 생겨난 황당한 소리일 뿐이다. 예측적중률은 50%를 많이 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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