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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그림

당백호(唐伯虎)의 <<맹촉궁기도(孟蜀宮妓圖)>>

by 중은우시 2007. 5. 15.

 

당인(唐寅, 1470-1523), 자는 백호(伯虎) 또는 자외(子畏). 호는 육여거사(六如居士), 도화암주(桃花庵主)등. 소주부 오현의 상인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비록 장사꾼이지만, 아들이 글을 읽어 장래에 과거에 합격하여 관리가 되기를 바랐다. 명나라 홍치11년(1498년)에 당인은 응천부 향시에 참가하는데, 나이 29세때이고, 일거에 1등으로 통과한다. 주시험관인 양저(梁儲)는 그의 문재를 대단히 칭찬한다. 그리하여 북경으로 가서 회시(會試)를 칠 준비를 한다.

 

북경으로 가는 도중에 당인은 회시에 참가하는 또다른 자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서경(徐經)이다. 이 자는 부자집 아들로, 글읽는 것은 좋아하지 않고, 먹고,마시고,놀기를 좋아하는 자였다. 마침 당인도 문재는 뛰어나지만, 역시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하루 종일 함께 어울려 놀았다. 북경에 도착한 후, 서경과 당인은 일부 고위관리들과 교분을 가진다. 생각도 못하게 과거가 끝난 후, 어떤 사람이 주시험관이 그와 서경에게 미리 시험문제를 누설시켰다고 고발한다. 그래서 효종황제는 내로하여 두 사람과 주시험관 정민정(程敏政)을 하옥시킨다.

 

당인은 원래 북경으로 와서 재주를 뽐낼 생각이었고, 관직을 얻을 생각이었는데,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로부터 당인은 관직으로 나가지 않고 글씨와 그림을 팔면서 세월을 보낸다. 그가 쓴 시중에 이런 것도 있다.

 

불련금단불좌선(不煉金丹不坐禪)

불위상고불경전(不爲商賈不耕田)

한래사폭단청매(閑來寫幅丹靑賣)

불사인간조얼전(不使人間造孼錢)

 

금단을 연성하려고도 하지 않고 좌선도 하지 않네

장사도 하지 않으며, 밭도 갈지 않네

심심하면 글쓰고 그림이나 팔면서

인간세상에서 때묻은 돈은 벌지를 않는다네.

 

회화에 있어서 그의 스승은 주로 두 사람이다. 심주(沈周)와 주신(周臣)이다. 그들은 당시 소주에서 모두 아주 유명했다. 나중에 당인의 명성이 스승인 주신을 넘어섰다. 당인의 두 스승은 산수화에 뛰어났고, 당인은 인물화에 뛰어났다. <<맹촉궁기도>>는 그의 유명한 인물화중 하나이다.

 

화면에는 네 명의 옷을 차려입은 궁기(宮妓)를 그리고 있다. 그녀들은 머리에 화관을 쓰고 몸에는 도포를 입고 있다. 눈처럼 하얀 얼굴에는 두텁게 지분을 발랐다. 한 사람은 접시를 들고 있는데, 접시위에는 과일등 물품이 놓여져 있다. 화면은 색이 분명하면서도 리듬감이 풍부하다. 중간에는 정면과 뒷면의 두 궁기가 있고, 근처에는 등을 보이며 담황색의 긴 옷을 입은 사람이 있고 건너편에는 진한 색의 화청대의를 입고 있다. 색채는 강렬하게 대비된다.

 

당인은 그림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맹촉궁기도"라는 그림제목은 명나라 말기의 수장가인 왕가옥(汪珂玉)이 붙인 것인데, 후대에는 이 이름으로 계속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고증에 의하면, 이 그림에서 묘사한 것은 실제로는 촉의 후주인 맹창(孟昶)이 아니라 또다른 촉의 후주인 왕연(王衍)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이 그림의 제목은 당연히 "왕촉궁기도"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