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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영락제)

서묘금(徐妙錦) : 영락제의 청혼을 거부한 기녀(奇女)

by 중은우시 2007. 5. 14.

작자: 미상

 

명나라의 영락제는 황제위를 찬탈했다. 그는 "정난지역(靖難之役)"의 기치를 내걸고, 자기의 조카인 건문제 주윤문을 핍박하여 죽여버렸다. 이어서, 등극조서의 초안을 부탁했다가, 건문제의 충신인 방효유에게 거절당하였다. 얼마되지 않아, 새 황후를 책봉하고자 당대의 미녀인 서묘금에게 청혼했으나, 역시 완곡하게 거절당하였다. 이 두번의 거절로 영락제로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방효유는 10족(9족에 제자까지 더해서 10족이 됨)을 멸하였다. 그러나, 서묘금에 대하여는 아무리 화가 나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서묘금은 명나라의 개국공신으로 위국공(魏國公)에 오른 서달(徐達)의 셋째 딸이다. 재주와 용모가 아주 뛰어났고, 심지어 그녀의 언니로 영락제의 원래 황후인 인효황후(仁孝皇后)를 능가했다. 바로 그녀의 뛰어난 용모와 재주로 인하여, 인효왕후가 영락5년에 사망하자, 영락제는 새로운 황후로 다른 사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바로 서묘금을 불러들여 그녀의 언니가 남긴 빈자리를 채우고자 하였다.

 

아마도 서묘금은 이 간사하고 포악하며, 냉혈한인 영락제를 마음 속으로 멸시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녀는 글을 올려 영락제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한다. 서묘금은 역사서를 읽었고 폭군들이 얼마나 미친듯이 날뛰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은 양가집 규수로 태어나 성격이 담백하고 영화부귀를 꿈꾸지 않으며, 한 마음으로 불교에 귀의하고 싶어했으며, 세속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것을 여러번 강조했다. 그리고, 차라리 세상을 떠나 불교에 귀의하여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하였다. 그녀는직접적으로  자신이 입궁할 의향이 없으며, 황후가 될 생각도 없고, 새장속에 갇힌 새처럼 보내기 싫고, 여러 후궁들과 총애를 다투기도 싫다고 말하지는 않은 것이다.

 

서묘금은 명나라때의 기녀(奇女)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폭군과 결혼하는 것을 거절하고, 차라리 일생을 고독하게 사는 길을 택했다. 황제가 얻으려다 얻지 못한 여자를 다른 어떤 남자도 가질 수는 없다. 만일,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가가 쉽게 치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천하의 모든 땅은 왕의 땅이 아닌 것이 없고, 천하의 모든 선비도 왕의 신하가 아닌 자가 없다"는 것이 과거의 봉건적인 인식이다. 즉, 봉건사회에 천하의 여인은 모두 황제의 여인인 것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약한 여자로서 황제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생사여탈권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황제의 요구를 거절한다는 것은 하늘을 오르기보다 어렵다. 이처럼 어려운 일을 서묘금은 한 장의 서신으로 해냈던 것이다. 수백년후에도 우리는 그녀에게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탄복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영락제는 그녀에게 거절당한 후 다시는 새로 황후를 책봉하지 않게 된다. 이 점은 약간 의외였다.

 

[참고자료]

 

서묘금의 영락제에 답하는 서신의 번역(개략적인 번역임)

 

신녀(臣女)는 고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셩격이 담백했습니다. 금원심궁(禁苑深宮), 종명정식(鐘鳴鼎食)을 바라지 않았고, 황암소원(荒庵小院), 청경홍어(靑磬紅魚)를 원했습니다. 화원안의 요염한 복숭아꽃이 되어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보다, 산중의 작은 풀이 되어 홀로 자라서 지고 싶어했습니다. 담장 바깥의 가을벌레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그 처절함을 싫어하기도 하고, 창문앞의 차가운 달을 보면 스스로 차갑고 빛남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람들마다 모두 사는 것이 다르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도 모두 다릅니다. 신녀는 일찌기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고, 유광청적(幽曠淸寂)의 삶을 그리워했으며, 부귀영화의 장소와는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어제 오라비가 사신을 통해 보내온 황상의 글을 가져왔습니다. 신녀는 무릎을 꿇고 읽어보았는데, 폐하께서 신녀를 아끼시는 지극한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녀가 만번 죽더라도 다 갚지 못할 은혜입니다. 엎드려 폐하는 만승지존임을 생각하고, 밤낮으로 백성을 위하여 일하시니, 신심의 즐거움을 찾으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행히 밖에는 여러 신하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안에는 육궁의 후궁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습니다. 그러나, 신녀는 약한 한 여자일 뿐입니다. 재주도 만세(황제)를 모시기에 부족하고, 덕도 황후가 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신녀를 얻고 얻지 않고는 폐하에게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나, 황후가 되는 것은 신녀의 원래 뜻과 다른 것입니다. 신녀가 하기 원치 않는 일을, 폐하께서 억지로 하도록 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신녀는 세외한인(世外閑人)이 되고자 하며, 번화한 곳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전에 만나뵙고 말씀드렸으니, 폐하께서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저의 바람을 윤허해 주시고, 지금부터 신녀가 바라는 바를 꺽지 않으신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요염한 복숭아꽃과 농염한 배꽃이 되기를 원하지만, 신녀는 푸른 대나무와 붉은 단풍이 되고 싶습니다. 이로부터 패엽포단(貝葉蒲團, 패엽은 불경, 포단은 방석), 청등고불(靑燈古佛)을 벗하며, 깊이 참선에 들어, 여생을 마칠까 합니다. 신녀는 이전에 황상의 은혜를 입은 바 있고, 여러가지로 돌봄을 받았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데, 어여삐 여기시어, 신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주시면, 더없이 감격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