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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잡학/속담과 성어

프랑스 사람들이 말하는 "중국속담"

by 중은우시 2007. 4. 27.

글: 적화(翟華)

 

나와 공저 <<12억화성인>>을 쓴 프랑스인 다옹은 책에서 이런 "중국속담"을 인용하였다 : "격정은 두 달을 넘기지 못하지만, 결혼은 평생가는 일이다.(La passion ne durera que l'espace d'une ou deux lunes. Par contre, le marriage se doit de durer toute une vie)" 아,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속담이란 말인가?

 

나는 프랑스사람들이 글을 쓰거나 평소에 이야기를 할 때 몇 가지 민간속담, 특히 중국속담을 끼워넣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은 종종 인용하기 전에 이런 말을 한마디 더 하곤 한다. "중국속담이 잘 들어맞는다(Comme le dit si bien un proverbe chinois) "라는 말을 함으로써 강조하는 것이다. 한번은 교육문제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프랑스의 한 대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중국속담 한마디가 정말 들어맞는다: 네가 미래의 몇개월을 위하여 걱정한다면, 가서 양식을 심어라. 네가 미래 몇 년을 걱정한다면 가서 나무를 심어라. 만일 미래 몇 세기를 걱정한다면, 너는 후대를 교육시켜야 한다(Si vous pensez en mois, plantez des céréales; si vous pensez en années, plantez des arbres; si vous pensez en siècles, éduquer vos enfants)" 비록 이 속담을 좀 길어져서, 원래의 중국민간속담의 맛을 내지는 못했지만, 들어보니 분명히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을 얘기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나는 더 길다란 "중국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프랑스대학에서 공부할 때, 한 학식깊은 프랑스교수가 인용한 "중국속담"인데, 이렇다: "Celui qui sait qu'il ne sait pas, éduque le. Celui qui sait qu'il sait, écoute le. Celui qui ne sait pas qui sait, éveile le. Celui qui ne sait pas qu'il ne sait pas, fuis le" 나중에 내가 번역을 해봤는데, 대충 이런 의미이다. "자기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가르치고,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듣고,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일깨워주고, 자기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멀리 하라" 나는 과문해서인지, 이 말이 공자의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노자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좋은 일이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병이다(知不知, 尙矣; 不知知, 病也)"라는 말에서 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떻든 뜻이 변질된 것만은 분명하다. "사람이 마흔을 넘으면, 나쁜 습관을 고치기 힘들다(Passe quarante ans, les defauts sont incorrigibles)"는 것은 공자가 말씀하신 "사십이 되어서는 불혹(不惑, 세상사를 명확히 알아서 혼란에 빠지지 않다)이다(四十而不惑)"에서 온 말인 것같다.

 

위에서 든 예들은 그대로 약간이나마 중국속담의 흔적이라도 추적할 수 있는가 하면, 더 많은 프랑스에서 유행하는 "중국속담"은 실제로 프랑스 사람의 마음 속에서의 중국속담일 뿐이다. 일정한 정도로 프랑스인들의 중국문화와 중국인의 가치관에 대한 이해를 나타내는 것이지, 중국어에서 대응하는 원문이나 출처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프랑스 환경부장관이 텔레비젼인터뷰때 중국속담을 하나 말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집의 담장은 이웃집에 속한다(Le pignon de ma maison appartient à mon voisin)".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어의 어디에서 이 말이 왔는지 알지 못하겠다. 이것처럼 중국인들을 헷갈리게 하는 "중국속담"은 더 있다. 예를 들면, "급하지 않은 일을 빨리 해라. 그리고 남는 충분한 시간동안 급한 일을 천천히 완성해라(Il faut faire vite ce qui ne presse pas, pour pouvoir faire lentement ce qui presse)"; "비록 한 장의 얇은 종이라도 두 사람이 들면 더 가볍다(Même une feuille est moins lourde quand on la porte à deux)", "인생은 너무 짧다. 모든 글자를 알수는 없다(La vie d'un homme n'est pas assez longue pour connaitre tous les caractères)"; "어두운 집에서 검은 고양이를 찾기는 어렵다. 특히 검은고양이기 집안에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더 그렇다(Il n'est pas facile de trouver un chat noir dans une pièce obscure, surtout s'y est pas)", "한번 마는 것(卷)으로 봄이 되지 않는다(Un rouleau ne fait pas le printemps)"등등이다. 나는 마지막의 "한번 감는 것으로 봄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따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중국인들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사람들은 중국요리를 좋아하는데, 프랑스의 중국음식점에서 가장 유명한 첫번째 요리는 바로 춘권(春卷)"이다. 즉 "봄날에 만 것(rouleau de printemps)"이다. 프랑스인들은 "봄날에 만 것"을 너무 먹다모니, 느끼는 바가 있어서, "한번 마는 것으로는 봄이 온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 이 말은 바로 "나무 한그루로는 숲이 될 수 없다(獨木不成林)"이라는 뜻이 되어버렸다.

 

사실 세간에 유행하는 속담은 중국속담이든, 아랍속담이든, 원래는 모두 생활과 처세의 이치를 담고 있는 것이며, 어느 민족에서 나왔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든지, "욕속부달(欲速不達, 빨리 하려고 하면 이루지 못한다)" "물이희위귀(物以稀爲貴, 물건은 드문 것이 비싸다)"는 것과 같은 이치는 중국인도 잘 알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민족들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단지, 이것은 하나의 이치를 각자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이 속담을 얘기할 때면 "중국"이라는 접두사를 붙이기 좋아하는데, 이것은 한편으로는 중국의 고대문화에 대한 숭배로 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순수하게 자기가 말하는 것의 설득력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포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종서(錢鍾書) 선생의 <<위성(圍城)>>의 창의에 대하여 나는 계속하여 프랑스속담에서 왔다고 생각했고, 적어도 서양속담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나는 중국속담을 소개한 프랑스웹사이트에서 이런 중국속담을 발견했다. "결혼은 위성(圍城, 포위된 성)과 같다. 성밖의 사람은 들어오려고 하고, 성안의 사람은 나가려고 한다" 혼인을 얘기하면서 "불성실한 여인은 죄책감을 느끼고, 성실한 여인은 후회한다(La femme infidèle à des remords, la femme fidèle à des regrets)"는 것처럼 완전히 서양식의 속담까지 "중국속담"으로 둔갑되어 있다.

 

프랑스인의 입에서의 "중국속담"은 자주 프랑스식의 낭만과 유머를 포함하고 있다. "인생은 바다이고, 나의 마음은 해안이다(Le monde est une mer,notre coeur en est le rivage)", "돌맹이가 달걀과 부딪치면, 달걀을 조심하고, 달걀이 돌맹이에 부딛쳐도, 달걀을 조심해라(Si la pierre tombe sur l'oeuf, gare à l'oeuf! Si l'oeuf tombe sur la pierre, gare à l'oeuf!)"

 

정말 그냥 '중국속담'이라고 같다가 붙이기만 하면, '중국속담'이 되어버린다. 실제는 아니라도 그렇다. 많은 프랑스사람들이 이런 중국속담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분명하다. "할말이 없으면, 중국속담을 끌어와라(Qui ne sait pas quoi dire cite généralement un proverbe chinois)". 중국속담은 광주리와 같다. 뭐든지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