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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잡학/속담과 성어

중국사람들을 해친 속담

by 중은우시 2006. 12. 20.

 

1. 세상은 까마귀처럼 새까맣다(天下烏鴉一般黑)

 

   이것은 두 가지 점에서 무서운 말이다. 하나는 어떤 일에 대하여 단정해버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남사람들은 사기를 친다. 동북사람들은 호방하다. 몽고사람들은 손님접대를 잘한다는 등등이다. 하남사람들이 다 사기꾼이 아니고, 동북사람들이 다 호방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아예 단정을 지어버리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부정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남자들이 다 호색하다고 비난할 때 쓰인다. 사실은 세상은 까마귀처럼 새카맣다는 말이나 같은 말이다. 이런 속담은 사고를 왜곡시킨다, 그것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2. 손바닥 하나로는 소리를 낼 수 없다(一個巴掌拍不響)

 

   이것도 무서운 말이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가리지 않는 무조건적인 양비론이다. 두 사람이 싸우면 시비곡직을 가리지 않고 두 사람을 모두 혼내는 경우가 많다. 누가 잘못했고,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따져보고 그에 합당하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둘을 모두 처벌하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강도를 만나서 그를 피하기 위하여 싸우게 되더라도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사실은 중간에서 판단해주는 사람 또는 중재해주는 사람의 책임회피이고, 감히 시비곡직을 따지지 못하는 나약함의 표시이고, 어느 한 쪽의 체면도 상하지 않게 하려하고, 어느 한쪽에도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중용'이라는 처세술의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3. 파리는 금가지 않은 달걀을 쪼지 않는다(蒼蠅不叮無縫蛋)

 

   이 말도 무섭다.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말이다. 강간사건이 났을 때,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피해를 당한 것보다 더한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중국에서 2005년 7월 14일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어느 시골에서 강간사건이 났다. 그런데, 이웃은 '파리는 금가지 않은 달걀은 쪼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온동네에 어떻고 저떻다는 얘기를 떠벌이고 다녔다. 결국 참지 못한 피해자는 그 이웃을 살해하고 말았다. 이 말은 피해자를 해쳤을 뿐아니라, 이 말을 믿고 했던 사람도 결국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4. 사람은 옮기면 살 수 있지만, 나무는 옮기면 죽어버린다(人挪活, 樹挪死)

 

   중국에서는 한 가지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직장을 자주 옮겨다니고, 직업을 자주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신조가 바로 이것이다. 어떤 일을 하다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거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열심히 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꾸 다른 일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 소문 자체도 현대사회에는 맞지 않는다. 나무를 옮겨심어도 잘 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치고 잘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오히려 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빛을 보는 경우가 많다.

 

5. 잘못이 있었으면 고치고, 잘못이 없었으면 계속 열심히 해라(有則改之, 無則加勉)

 

   이것도 피한방울 안흘리고 사람을 죽이는 말이다. 특히, 관료말투이다. 괜히 한번 찔러보는 것이다. "최근에 회사내에 사내연애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 우리는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그런 경우가 있으면 고치고,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해라" 이런 말을 듣게 되면 도대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모두 누굴까 추측하게 되고, 원래 조용했던 직장은 이런 말 한마디면 전체가 떠들썩해고, 의론이 분분하게 된다. 이 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듣는 사람을 죽이는 초식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옛날 관리들이 "네 죄는 네가 알렸다"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6. 내가 건넌 다리만 해도 네가 걸어간 길보다 많다.

 

   이것은 통상적으로 나이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이 말을 잘 듣지 않을 때 하는 말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정확한 것은 아니고, 나이와는 원래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만일, 나이가 전부라면, 학교의 교장도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으로 앉히고, 회사 사장도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으로 앉히고, 국가지도자도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으로 앉히면 되지 않겠는가.

 

7. 고향사람을 만나면 두눈에 눈물이 가득하다(老鄕見老鄕, 兩眼漏汪汪)

 

    이것은 지역을 경계로 하여 사람을 구분하고, 가까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누는 것이다. 타지에서 고향사람이라고 믿었다가 당하는 사례도 무척 많이 나타나고 있다.중국에서도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상당히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8. 각자 자기 집앞의 눈을 쓸면 된다(各掃門前雪)

 

    이 말은 원래 "각자 자기 집앞의 눈을 쓸면 된다. 다른 사람 기와위의 눈은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다. 이것도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금을 그어서, 나하고 관계없으면 전혀 신경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자기 이익만 챙기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도를 보면 대낮에 길거리에서 강도를 당하거나 얻어맞는 경우에도 길가는 행인들이 아무도 나서지 않고 그냥 구경만한다는 내용이 많다. 중국에서 도적이 횡횡하고 강도가 날뛰는 것도 이런 속담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