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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당)

누사덕(婁師德)에 관한 이야기

by 중은우시 2007. 3. 26.

글: 장명(張鳴)

 

정치적인 인물들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핑계'가 필요하다. 혹은 어떤 주장같은 것을 하면서 아무런 '핑계'나 '명분'을 갖다부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무부(武夫)나 마찬가지이다. 핑계는 어떤 때에는 권력기술이다. 동쪽을 가리키며 서쪽을 치고, 남쪽을 가리키면서 북쪽을 친다. 어느 순간 총알이 날아가는 것이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핏구멍이 뻥 뚫려있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사실 자기의 행위에 대한 변명이 되기도 한다. 하나의 얊은 면사를 덮는 것과 같다, 살짝 덮는 시늉만 하면 된다. 왜냐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보더라도 감히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핑계에 관한 얘기는 당나라때의 명상(名相) 누사덕에 관한 것이다. 이 사람은 역사적으로 성격이 좋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조정에서 재상(宰相)을 지냈는데, 형제가 외지에 지방관리로 나가게 되었다. 그가 동생에게 절대 화내지 말고, 일거리를 만들지 마라고 권유했다. 동생도 재미있는 사람이었는지, 이렇게 대답했다. "다른 사람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나는 화내지 않고 손으로 그냥 닦아내고 말겠다" 그러자, 누사덕이 말했다. "안된다. 네가 손으로 닦아내면 침뱉은 사람이 기쁘겠는가? 정확한 방법은 그냥 침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들의 누사덕 재상은 하나의 고사성어를 만들어냈다. "타면자건(唾面自乾, 얼굴에 침을 뱉으면 스스로 마르게 둔다)". 이는 후배 아부꾼들이 자주 인용하는 말이 되었다.

 

누사덕은 자기의 형제에 대하여는 아주 엄격하게 요구하였지만, 그러나 정사를 처리함에 있어서는 아주 관대했고, 정리에 맞게 행동했다. 그가 재상을 하던 때는 바로 여황제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이 천자는 모시기가 아주 어려웠따. 무측천은 이씨왕조의 도교를 숭상하던 전통을 뒤집고, 죽어라 불교를 좋아했다. 절을 많이 지었을 뿐아니라, 경전을 널리 인쇄하고, 나중에는 아예 잘생긴 젊은 화상들을 궁으로 불러들여, 자기의 면수(面首, 남첩)로 삼고 같이 살았다. 그런데 이 젊은 화상들은 이미 색계는 깼으면서도 살계는 깨지 않았다. 스스로만 어기지 않으면 될 것은 여황제를 구슬려서 전국에 도살을 금지하는 법령을 내렸다. 이 도살금지령이 떨어지나, 전국은 소란스러워졌다. 중국인들이 돼지나 양을 잡지 않으면 어떻게 고기를 먹겠는가? 이것은 중국인들에게 거의 굶어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소란은 소란이고, 황제의 명령이니 집행해야 했다. 다만, 집행과정에서 아래나 위나, 말하는 것과 집행하는 것 사이에는 여러가지 변통이 있었다. 누사덕은 그래서 업무시찰을 하기 위해서 순시하게 된다.

 

재상이 순시를 나오자, 아무리 누사덕 재상이 성격이 좋다고 하더라도, 지방관리들은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좋은 술과 좋은 요리는 당연히 내놓아야 한다. 주빈과 손님이 자리를 한 후, 관현악기를 연주하고, 첫번째 요리가 올라왔다. 고전양(全羊, 양한마리구이)이었다. 주방장이 나와서 설명을 덧붙였다. "이 양은 우리가 죽인 게 아닙니다. 승냥이(豺)가 물어죽인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 안심하고 맛있게 먹었다. 조금 있다가 두번째 요리가 나왔다. 홍소어(紅燒魚, 물고기구이)였다. 주방장이 또 나와서 설명했다. "이 물고기도 승냥이가 물어죽인 것입니다." 그러자, 누사덕이 말했다. "아니겠지. 분명히 수달(水獺)이 물어죽였을 거야." 그러자 모두 환호작약하면서, 역시 재상은 뛰어나다고 칭송하였다. 물고기도 모두 다 먹었다. 물고기도 좋고, 양도 좋고 당연히 지방관리가 주방장에게 준비시킨 것이다. 분명히 주방장의 말대로 승냥이가 물어죽이고 나서 자기는 안먹고 누사덕 대인이 먹으라고 남겨주는 그런 우연한 일이 발생했을 리는 없다. 또한 누사덕 대인이 수정해서 말한 것처럼, 수달이 물고기를 물어죽인 다음에 주방장에게 갖다 바치는 일도 없다.

 

핑계는 어쨌든 핑계이다. 관리어르신의 이야기는 항상 핑계가 필요하다. 비록 사람들이 누구다 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그걸 깨고 까발릴만큼 무지하지는 않다. 그러나, 모든 핑계는 반드시 말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승냥이가 물어죽인 물고기는 반드시 수달이 물어죽인 물고기로 바뀌어야 한다. 왜냐하면 마지막에는 모두 같이 황제를 속여야 하기 때문이고, 조사를 나와도 통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속에 들어갈 수 없는 승냥이가, 돌연 물고기를 잡는 사냥꾼으로 변신했다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고쳐져야 하는 것이었다.

 

단지, 현재는 사람들이 이런 유형의 일을 벌이면서, 일찌감치 비서와 관련인원들로 하여금 핑계를 제대로 다 만들어두게 한다. 지도자가 스스로 나서서 핑계를 찾아야 할 일은 없다. 진화론의 이치에 따르면 좋다. 시대는 어쨌든 진보하는 것이고, 옛날의 핑계는 아직도 법령을 우회하는데 약간의 말거리를 만드는 정도였다. 지금의 핑계는 법률법규도 모두 휴지조각으로 만들 뿐아니라, 왕왕 아주 당당하게 하면서 아주 광명정대한 것처럼 처리한다. 분명히 위법한데도, 마치 엄격하게 법집행하는 것처럼 한다. 분명히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면서도, 마치 무선 희생을 하는 것처럼 한다. 분명히 권한남용인대도, 마치 금욕적인 것처럼 얘기한다. 이치를 잘 모르는 사람은, 거개는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런 핑계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나, 둘, 그리고 연이어서 셋. 뭐든지 다 이렇게 해버린다. 관중들도 많이보면 식상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나간 일까지 되돌아보면 스스로 속았고 손해봤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은 믿지 않는다. 단지 예전의 핑계와 마찬가지로, 조작자들은 그저 윗사람만 속여넘기면 끝나는 것이다. 그저 밥이나 하고 옆에서 먹기나 하는 사람들이야 사정을 눈치챘다고 해서 또 어떡할 것인가? 마치 요즘 많은 요금인상 청문회들과 같다. 모든 사람은 청문회는 가짜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어떤 때는 너무 심하다. 그저 개최만 하면, 윗사람에게 보고할 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 후에 하고싶은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