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오대십국)

북제문선제(北齊文宣帝) 고양(高洋) : 술고래 황제

중은우시 2007. 3. 15. 19:10

북제의 문선제 고양은 아주 능력있는 황제였다. 동위(東魏)의 효정제(孝靜帝) 때, 그의 형인 대장군 고징(高澄)이 정권을 장악해서 조정을 좌지우지했고,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고징은 고양의 재주에 대하여 항상 거리낌을 가지고 있었다. 고양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멍청한 것처럼 위장했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인양 행동했다.

 

고징이 원수에게 살해당하게 되었다. 그는 소식을 들은 후 이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되게, 아주 차분히 수하를 지휘하여 범인을 체포하였다. 원래 그를 무시했던 사람들은 그가 문무대신을 만날 때 말이 분명하고 민첩하며, 풍모가 뛰어난 것을 보고는 모두 대경실색하였다고 한다.

 

더욱 사람을 놀라게 만든 것은 그가 일을 처리하는 것이 신속할 뿐아니라 깔끔했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재상이 된 후, 고양은 즉시 이전에 조정에서 부적절하던 부분은 시정했다. 그가 동위의 효정제를 황제위에서 끌어내린 후 스스로 북제의 개국황제가 되었다. 그리고는 국사를 신중히 처리하고, 인재를 널리 등용했으며, 제도를 잘 활용하였다. 조정내외에서 다스리는 데 아주 조리가 있었다. 동시에 그는 군사에도 관심을 기울여, 매번 싸울 때마다 선봉에 섰고, 그가 황제가 된 처음에는 정치적인 업적이 휘황했고, 명성도 많이 얻었다.

 

그래서, 만일 계속 이렇게 나갔다면, 아마도 역사는 달라지고, 북제의 역사, 심지어 중국의 역사도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만일'이다. 그는 술을 너무 좋아했었다.

 

그는 술을 너무 좋아하였는데, 술잔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매번 마시면 대취하였다. 취한 후에는 발가벗고 머리카락을 흐트리며, 칼을 차고 길거리를 달렸다. 달리다가 피곤하면, 장소를 찾아서 쉬고, 달리다 힘들면, 아무데나 누워자곤 했다. 한번은, 그의 모친인 누태후가 그의 이 모습을 보고 화가나서 지팡이로 그를 때렸다. 그러자 그는 술김에 욕을 하면서 "이 노친네가. 오랑캐에게 시집보내버리겠다"라고 소리쳐서 누태후가 거의 화가나서 반죽음에 이를 정도였다. 술이 깬 후에 그는 눈물을 흘리며 누태후에게 용서해달라고 빌었고, 스스로 채찍을 들어 자기를 50대 내리쳤고, 10일간 술을 끊었다. 그러나,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는가? 이전과 똑같았다.

 

한번은 그가 술에 취해서 길거리를 달리다가 한 여자를 만났다. 그리고는 물어보았다. "현재 천자가 어떠냐?" 그러자 그 여자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미친 놈 같은데, 무슨 천자냐?"고 대답했다. 그는 듣기 거북했던지 칼을 뽑아 그 여자를 죽여버리고 말았다. 고양에게는 아끼는 후궁이 있었는데, 원래 기녀였다. 그런데, 그녀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고, 고양은 술을 마시고 나서 그 일을 생각하자 갈수록 화가나서 그녀의 머리를 잘라버리고, 그녀의 머리를 가슴에 품고, 다른 술자리로 갔다. 한참을 마시다가 그 후궁의 목을 내놓았고, 칼로 자르면서, 뼈를 긇는 소리를 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전율을 금치 못했다. 술이 깬 후에 그는 후회하며 방성대곡을 했고, 사람을 시켜 그녀를 후히 묻어주게 하였다.

 

또 한번은 그의 수하중에 최지라는 대신이 죽었다. 그는 술이 취해서 몽롱한 가운데 조문을 갔다. 울고 울다가 최지의 처에게 물었다. "최지가 그리우냐?" 최지의 처는 "그립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이어서, "그렇다면 왜 가서 보지 않는가?" 말을 마치자 최지의 처를 칼로 내리쳐서 죽여버렸고, 머리를 담장밖으로 던져버렸다.

 

어쨌든 술만 취하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취미로 되어 버렸다. 그는 이 취미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재상 양암에게 사형수들을 준비해두도록 시켰다. 그리하여 고양이 술을 마신후에 죽이도록 제공했다. 이 사형수들은 3개월내에 죽임을 당하지 않으면, 석방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양암이 이렇게 한 것은 사실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다. 왜냐하면 고양이 술에 취하면 대신도 죽여버렸다.예를 들어, 양암 자신도 비록 고양의 재상이고 심복이지만, 잘못하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번은 고양이 술에 취한 후 작은 칼로 양암의 아랫배를 그었다. 다행히 대신 최계서가 나서서 말려서 살았다. 또 한번은 그가 술김에, 양암을 관에 집어넣고, 영구차에 실었다. 그의 동생인 고연은 이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어서, 땅바닥에 꿇어앉아 그에게 권하였는데, 우느라고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고양은 이에 감동을 받아 술잔을 땅에 집어던지고, "이후 누구든 나에게 술마시라고 하면, 죽여버리겠다"라고 한다. 그리고 모든 술잔과 술마시는데 관계되는 것을 부숴버린다. 그러나 조금 지나자 다시 옛병이 도져서 더 많이 마시게 되었다.

 

고양은 술마신 후에는 추태를 보였지만, 술만 깨면 아주 이성적이었다. 죽기 전에, 그는 아들 고은에게 황위를 물려주었는데, 동생 고연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네가 황제가 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해라. 그저 네 조카만 죽이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