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종(宋仁宗) 생모의 수수께끼 : "이묘환태자(狸猫換太子)"의 진상

송인종 조정(趙楨)은 진종(眞宗)의 아들이다. 천희2년(1018년)에 왕이 되고, 태자가 되었다. 건흥원년(1022년)에 즉위하였으며, 유태후(劉太后)가 수렴청정을 한다. 명도2년(1033년) 유태후가 죽고나서 비로소 친정(親政)을 시작했다.

 

인종은 42년간 황제위에 있었으며, 북송, 남송을 합쳐 재위기간이 가장 긴 황제였다. 인종은 어릴 때 양모인 유태후의 그늘 아래 있었으며, 수성(守成)의 군주가 되었다. 조종법도를 잘 지키고, 성격은 문약하고 온후했으며, 그의 무공전략방면에서는 송태조, 송태종에 전혀 미치지 못하여, 임기중 서하왕조와의 장기간 대치에서 연전연패하여, 군사적으로 약세에 놓였다. 그러나, 인종은 사람을 잘 알아보고 잘 썼으며, 당시 사회의 많은 폐단을 해결했고, 상당한 인재들을 중용하였으며, 명신들을 많이 배출했다. 전체적으로 인종은 업적이 있는 왕이었다. 그러나, 그 자신의 일생은 비극적이었다.

 

소설, 희곡의 "이묘환태자" 이야기

 

송인종의 신세내력에 관하여 민간에 널리 전해지는 이야기는 바로 "이묘환태자"의 이야기이다. 청나라 말기의 유명한 소설 <<삼협오의(三俠五義)>>에서 이렇게 전하고 있다. 유씨, 이씨는 진종의 말년에 동시에 임신했다. 황후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유씨는 계교를 써서, 이씨가 낳은 아들을 껍질을 벗겨버린 삵쾡이(狸猫)로 바꿔치기 해서, 이씨가 요물을 낳았다고 무고했다. 진종이 크게 노하여 이씨를 냉궁(冷宮)에 유폐시켰따. 그리고 유씨를 황후로 올렸다. 나중에 유씨가 낳은 아들은 요절하고, 이씨가 낳은 남자아이가 여러 곡적을 겪은 후에 태자가 되고 황제가 되었으니, 바로 인종이다. 나중에 포증(包拯, 포청천)의 도움으로 인종은 진상을 알게 되고, 이미 두 눈이 실명한 이씨와 서로 만난다. 그리고, 이미 황태후가 되었던 유씨는 겁이 나서 스스로 목을 매어 죽는다.

 

송나라 이래로 소설, 희극등의 형식으로 인종의 생모에 관한 얘기들을 썼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덧붙이기도 하고, 빼버리기도 했고, 희곡과 소설의 대체적인 내용도 서로 많이 다르지만, 이야기의 줄거리는 모두 하나이다. 인종이 유씨의 아들이냐, 이씨의 아들이냐에서 소설이건 희곡이건 모두 하나같이 이씨의 소생이고, 유황후의 소생은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속의 송인종의 생모

 

역사적 사실은 개략 이렇다.

 

이씨는 원래 유황후가 비(妃)로 있을 때의 시녀였다. 몸가짐이 단정하고 말이 적었는데, 나중에 진종의 눈에 들어 후궁이 되었다. 이비(李妃)의 앞에 진종은 후비들에게서 5명의 아들을 얻었는데, 모두 요절하고 만다. 이리하여 진종은 후사문제로 근심하고 있었다. 황위를 계승할 아들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역사기록에 의하면, 이씨가 임신하였을 때, 진종을 따라 같이 유람한 적이 있었고, 부주의하여 옥채(玉釵, 옥비녀)를 떨어뜨린 적이 있다. 진종은 마음 속으로, 옥채가 만일 아무 탈이 없다면 남아 아이를 낳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떨어진 옥채를 가져오게 하니, 아무런 흠도 없이 완벽했다. 이 전설은 한편으로는 진종의 아들에 대한 갈구를 엿볼 수 있기도 하고, 진종이 어쩔 수 없이 신령에게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빌었다는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이씨는 확실히 사내아이를 낳았다. 진종은 중년에 아들을 얻었으니, 그 기쁨을 말할 수 없었다. 조정이 눈을 떠서 친생모친을 한번 쳐다보기도 전에, 진종의 묵인하에, 자식을 낳지 못하던 유황후가 안고가서 자기의 아들로 삼아버렸다. 생모 이씨는 유황후의 위세에 눌려, 그저 눈을 뜬 채 아들을 빼앗겨 버린 것이고, 조그만큼도 불만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자신에게 해가 미치고, 결국은 아들에게까지 화가 미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흥원년, 13세의 인종이 즉위한다. 유씨는 황태후의 신분으로 수렴청정을 시작하고, 권력이 하늘을 찌른다. 인종의 즉위시기에 관련하여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송나라초기의 송태조의 사후 송태종이 황제위를 이은 형종제급(兄終弟及)의 사례가 있었는데, 진종에게도 아주 능력있는 동생이 있었다. 바로 경왕 조원엄(趙元儼)이었다. 이에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풍문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유황후가 진종의 임종시에 부정당한 방법으로 조원엄을 배제하고 최고권력을 찬탈하였다는 것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내용은 이렇다. 진종이 병석에서 마지막 순간에, 손가락으로 자기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먼저 다섯 손가락을 펴고 다시 세 손가락을 펴서 문병온 대신들에게 보여주었다. 나중에 사람들의 추측에 의하면, 당시 진종은 자기의 동생, 즉 소설이나 희극에서 유명한 "팔천세(八千歲)" 조원엄이 섭정을 하여 조정을 보좌하라는 뜻이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유황후는 사람을 보내어 대신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관가(官家, 송나라때는 황제를 관가라고 하였음)께서 보이신 것은 3, 5일이면 병이 쾌차할 것이라는 것이고, 별다른 뜻은 없다고. 조원엄은 이 일을 들은 후에, 자기가 이미 유황후가 권력을 장악하는데 장애로 되었다는 것을 알고, 유황후로부터 잔혹한 정치적인 보복을 피하기 위하여, 즉시 문을 걸어잠그고 손님을 만나지 않았으며, 다시는 조정의 일을 묻지 않았다. 그리하여, 유씨는 황태후의 신분으로 수렴청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소문은 사실이 될 수 없다. 믿을만한 사료에 따르면, 진종의 병이 위급해졌을 때, 유일하게 안심되지 않는 것은 자기의 나이어린 아들이었다. 그래서 황위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까 걱정하였다. 최후로 대신들을 침전에 불러 모았서, 재상 정위(丁謂)가 문무백관을 대표하여 진종의 앞에서 서약하도록 하였다. 황태자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이미 대통을 계승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신등은 전력을 다하여 보좌하겠습니다. 더구나 황후께서 군국대사를 재결하시니 천하는 태평하고 사방이 복종할 것입니다. 신등이 만일 감히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면 강산사직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니 죽어 마땅합니다라고. 이것은 사실상 진종에게 전력을 다하여 신황제를 보좌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고, 절대 폐위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겠다는 것을 표시한 것이다. 진종은 당시에 이미 말을 할 수가 없었고, 그저 머리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서 만족을 표시했다. 사실상 진종 말년에는 유황후의 권세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었으며, 기본적으로 조정을 다 장악했었다. 여기에 재상 정위등이 그녀에게 밀착되어 있었다. 진종은 유언으로 "황태후가 군국대사의 처분권을 행사"하도록 하였으니, 유황후가 최고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이렇게, 인종은 양모의 권력그늘아래에서 하루하루 성장했다. 유태후가 살아있을 때, 그는 선황의 비빈중에 이순용(李順容)이 바로 자기의 생모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은 아마도 유태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후궁과 조정의 내외를 한 손바닥으로 가릴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누구라도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인종의 신세내력을 그에게 알려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명도2년, 유태후가 병으로 사망하고, 인종이 막 친정을 시작하자, 이 비밀은 점차 공개되었다. 누가 제일 먼저 인종에게 사실을 얘기해주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유태후와 불화가 있던 사람중에서 진상을 인종에게 설명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아마도 "팔천세"의 황숙인 조원엄과 양태비(楊太妃)일 것이다. 조원엄은 진종의 사후에 10여년을 은거생활로 보냈고, 문을 닫고 손님을 만나지 않았으며 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인종의 친정때 돌연 다시 나타나서 진상을 알려주는 것은 아마도 정리에 맞는 일일 것이다. 양태비는 인종이 어릴 때 계속하여 그의 숙식을 돌봐주던 사람이고, 인종이 그녀에게 아주 고마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궁중에서는 유후를 대낭낭이라고 부르고, 양태비를 소낭낭이라고 불렀다. 양태비는 이런 정치환경하에서 진상을 말해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인종은 자신의 신세내력을 알게 되었다.

 

20년간 속아오고, 생모는 명도원년에 원인불명으로 죽어버렸다. 인종이 자기의 신세내력을 알고 난 이후에 그가 느낀 놀라움은 아마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같았을 것이다. 그는 내심의 비통함을 억제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친히 소가 끄는 차를 타고 이비의 영구가 놓여져 있던 홍복원으로 가고, 한편으로 병사를 보내어 유태후의 주택을 포위해서, 진상을 확실히 파악한 후에 처리하고자 했다. 이 때의 인종은 자신의 신세내력을 알았을 뿐아니라, 자기의 생모가 비명에 죽었다는 말도 들었다. 그는 관을 열고 시신을 조사하여 진상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가 관을 열었을 때, 생모의 시신은 수은에 잠겨있었고, 시신은 조금도 부패되지 않은채 편안히 관목에 누워 있었다. 용모는 살아있는 것같았고, 의복도 화려했다. 인종은 그제서야 "사람의 말이라는 것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하고는 즉시 명을 내려 유태후의 집을 포위했던 병사를 해산하도록 했고, 유태후의 유상앞에 분향하였다. "대낭낭은 지금까지 일을 분명하게 처리했다". 그 말에 담긴 뜻은 유태후는 아무런 죄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녀가 자기의 생모를 해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씨는 죽기 직전에 비로소 신비(宸妃)에 봉해졌다. 유태후는 이비가 죽은 후에, 처음에는 감추고 알리지 않으려고 했으며, 일반 궁녀의 예에 따라 장례를 치르고자 하였다. 그러나, 재상 여이간이 권력을 장악한 유태후가 나중에 유씨 집안을 온전히 보전하려면 반드시 이비를 후히 장사지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유태후도 비로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주 격을 높여 이신비의 장사를 지내주었다. 생모가 비록 후히 장사지내졌지만, 이것만으로 인종의 이비에 대한 내심의 무한한 감정을 보완할 수는 없었다. 그는 반드시 자기의 모친에게 생전에 얻지 못한 명분을 얻도록 해주어야 했다. 조정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인 끝에, 마침내 진종의 첫번째 황후인 곽씨가 태묘에 모셔져 있으므로, 따로 봉자묘(奉慈廟)를 만들어, 유씨와 이씨를 함께 모셨다. 유씨는 장헌명숙황태후로 시호를 받고, 이씨는 장의황태후로 시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