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서로 통혼하지 않는 집안들.

대만에는 아주 재미있는 사회현상이 있다. 바로 일부 성씨들간에는 오랜기간동안 서로 결혼을 하지 않아온 것이다. 그 원인은 각각 다르다. 역사은원으로 인한 경우, 집안갈등, 혈연관계, 정의를 유지하기 위한 것등이다.

 

역사은원으로 통혼하지 않는 경우

 

가장 전형적인 것은 대만수복과 관련한 정성공(鄭成功)과 시랑(施琅)간의 은원이다. 시랑이 먼저 정성공의 친신을 죽이고, 나중에 정성공은 시랑의 부친과 동생을 죽였다. 이로써 양 집안은 불공대천의 원수가 되었다. 그래서 후손들에게 상대방집안과 결혼하지 말도록 훈시했다. 녹항진에 사는 한 정씨에 의하면 선대에서는 매우 엄격하게 준수되어 왔다고 한다. 당시 그의 누나가 시집을 가려고 하는데, 매파가 중매를 나섰는데, 모친은 일단 상대방이 시씨라는 것을 듣자 바로 거절했다고 한다.

 

송나라때 진회는 악비를 해하여 죽게 하였다. 두 성씨는 천년동안 서로 결혼하지 않고 있다. 고웅시 좌영구의 자립신촌에 사는 75세의 악덕걸은 악비의 31대후손이다. 그는 역사를 읽은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악비는 진회에게 모함받아 죽었다. 어찌 결혼할 수 있겠는가?그는 대륙의 본가이건 대만이건 악씨의 가규에는 진씨성의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고, 천구로 사귈 때도 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집안갈등으로 인한 경우

 

고웅의 황(黃)씨집안은 조상이 정한 규정에 임(林)씨와 결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원인은 청나라때로 거슬러 가는데, 황씨집안의 제1대 조상이 노상에서 큰 비를 만나 임씨집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다. 그런데, 임씨는 그 자리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황씨를 쫓아보냈다. 그래서 황씨는 광풍폭우를 고스란히 맞아야 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큰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두 집안은 이때부터 원수지간이 되었고, 후손들에게도 통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도원의 여(呂), 오(吳) 집안도 조상의 명으로 결혼할 수 없다. 원인은 송나라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재상인 여몽이 오씨성의 대관에게 모함을 받았다. 여씨집안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부터, 여씨에게 오씨와 결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현재 86세인 도원의 주민 여정에 따르면 어려서부터 어른 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오씨들과 친구로 사귀는 것은 괜찮으나 절대 결혼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혈연관계로 인한 경우

 

일부 통혼을 금하는 사례는 성은 다르지만 같은 집안인 경우가 있다. 도원현의 용담향 오림촌의 촌장인 소요종(蕭耀宗)은 젊었을 때 종(鍾)씨성의 여자와 연애를 했다. 그러나 집안 사람들이 알고는 모두 반대했다. 조부는 심지어 지팡이를 들고 쫓아오며 때렸다. 원인은 종씨 아가씨의 문제가 아니라. 1,000년전 오호십육국때, 소씨성의 세 사람이 난을 피해 도망가다가 장남은 여전히 소씨를 쓰고, 차남은 종씨로 개성하고, 삼남은 섭(葉)씨로 개성하였다는 것이다. 세 형제는 다시 만난 후에도 이 세 성씨를 그대로 써서 지금까지 서로 혼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요종은 결국 여자친구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의를 유지하기 위한 경우

 

일부 성씨가 서로 결혼하지 않는 것은 선조들간에 정이 형제와 같아서, 양가의 결혼으로 서로 사이에 금이 갈까봐 서로 결혼하지 않는 규정을 세웠기 때문이다. 유명한 사례로는 운림두남진의 심(沈)씨와 이(李)씨이다. 그들의 조상인 심표와 이백요는 당나라때 장군들이었는데, 나이는 서로 20여세 차이가 났지만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함께 넘겼고, 정이 남달랐다. 양가의 정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심표는 사망전에 후손들에게 이씨들과는 결혼하지 않음으로써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