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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문학일반

차를 마시는 3가지 경지

by 중은우시 2006. 7. 20.

글: 吳淑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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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생동안 특별한 취미가 없었고, 그저 두 가지를 좋아할 뿐이다. 적막과 품차(品茶, 차를 맛보는 것)

 

일찌기 어떤 동료는 내가 약간 고독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나를 잘 몰랐다. 고요한 것을 좋아하는 것과 고독한 것은 그 차이가 십만리 팔천리나 멀다. 고요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적막을 맛본다.

 

적막과 고독은 서로 다르다. 고독은 단조로운 생활생태이고, 적막은 일종의 인생의 경지이다. 적막은 편안하고, 즐겁지만, 고독은 상심하고 우울한 것이다.

 

적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차를 마실 줄 안다. 차를 마실 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적막을 좋아한다. 적막은 차를 마시는 사람의 홍안(紅顔)이고, 차를 마시는 사람은 적막의 지기(知己)이다.

 

10여년동안 차를 마시면서 깨달은 것은, 차를 마시는 경지가 얕은 데서부터 깊은 데까지 대략 3가지 종류로 나눠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경지는

 

서화일당오(鋤禾日當午)  해가 중천에 뜬 때에 밭에 호미질을 하니

한적화하토(汗滴禾下土)  땀방울이 벼아래 흙으로 떨어진다.

수지반중찬(誰知盤中餐)  누가 알겠는가? 접시위의 음식이

립립개신고(粒粒皆辛苦)  한알 한알 모두 땀방울인 것을...

 

처음에 차를 마시는 법을 배우게 되면, 생각이 매우 순박하고, 농민처럼 돈후하고 귀엽다. 바라는 것이 그다지 크지고 않다. 잘 먹으면 그만이다. 어떤 차인지도 가리지 않는다. 단지 마셔서 목마른 것만 면할 수 있으면 다른 것은 따지지 않는다. 다만, 한 알도 버리는 것을 아가워 하며, 맛이 변질될까봐 걱정하고, 법도에 따르고 틀리게 마시지 않는다. 다만, 이 때는 그저 차를 귀히 여기고 아끼는 것을 배웠을 뿐이다.

 

둘째 경지는

 

천창창(天蒼蒼) 하늘은 푸르고

야망망(野茫茫) 들판은 넓은데

풍취초저현우양(風吹草低見牛羊) 바람이 불어 풀이 고개숙이니 소와 양이 드러난다.

 

차를 마시는 것이 어느 정도의 연륜에 이르면, 이미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지를 느끼게 된다. 찻잔은 매우 작지만, 하늘과 땅이 넓다는 것을 맛볼 수 있고, 생활공간이 비록 협소하지만, 느끼는 환경은 매우 넓게 된다. 가끔 어떤 차의 품질이나 내면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나, 이 때는 아직 차에 대하여 낮이고 밤이고 생각하는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다.

 

셋째 경지는

 

거년금일차문중(去年今日此門中) 작년 오늘에 이 집안에는

인면도화상응홍(人面桃花相應紅) 사람과 도화꽃이 둘 다 붉었었는데

인면부지하처거(人面不知何處去)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도화의구소춘풍(桃花依舊笑春風)  도화꽃만 봄바람에 예전처럼 웃고 있네

 

차마시는 것이 이 경지에 이르면, 이미 골수에까지 모두 차맛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 때는 이미 각종 차의 품질을 구분하여 느낄 수 있을 뿐아니라, 특정한 차에 대하여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고집하게 된다. 개략 "인간세상에 아름다운 여인이 수백 수천 있으나, 나는 오로지 한 사람만을 사랑하리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옛 사람의 그 상사병과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정도에 이르게 된다. 하루라도 차가 없으면 먹어도 맛을 못느끼고, 잠을 자도 불안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된다. 차만 있으면, 갑자기 명랑해지고, 인생이 꿈과 같고, 세상이 도원경같이 느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