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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사회/북대와 청화

청화대학 총장의 불식자(不識字, 글자 못알아 본) 사건

by 중은우시 2006. 4. 30.

시간 : 2005년 5월 11일

장소 : 청화대학 중앙주루 대예당

상황 : 대만 친민당 주석 송초유(宋楚瑜) 강연회

 

고병림 총장 : 다음으로 제가 청화대학의 전체 교수진을 대표하여 송초유 부부에게 선물을 드리겠습니다....이건....청화대학의 기념품을 드리는 것입니다"

 

(4명의 아가씨가 붉은 천에 싸인 선물을 들고 연단으로 올라왔다. 고병림 총장은 붉은 천을 벗겼더니, 두루마리가 하나 나왔다. 고병림 총장은 두루마리의 뒷쪽에서 중간의 끈을 풀었다. 아가씨들이 두루마리를 펼치니, 전서로 쓴 한 폭의 서예작품이었다. 송초유는 옆에서 보고 있고, 고병림 총장은 앞으로 나와서 마이크를 들고 소개하기 시작했다)

 

"예술품입니다. 이것은 청화대학의 저명한 교수이자 저명한 서예가이신 장정 노선생께서 쓰신 글입니다. 그는 89세의 고령이고, 쓴 것은 시 한 수입니다. 이 시는 1895년 황공도(黃公度) 선생이 쓰셨는데, 당시는 시모노세키조약이후이며 이것을 써서 나중에 청화대학의 교수가 되신 양계초선생에게 드린 한 수의 시입니다"

 

(작품이 크게 카메라에 비치고, 송초유는 한쪽에서 자세히 바라보고 있었고, 고병림 총장은 계속 말하였다)

 

"시는 촌촌하산촌촌금(寸寸河山寸寸金)...(멈춤)...분리...과리...분열...수...아...(웃음소리) 운(力을 잘못읽음)...수...임? 두견재배...우천...루, 정위...(좌우에서 작은 목소리로 글을 읽어주었다. XX? 아냐? 송초유까지도 옆에 와서 거들었다) 무...정위무궁전해심, 됐습니다" (박수)

 

시의 원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寸寸河山寸寸金

侉離分裂力誰任

杜鵑再拜憂天淚

精衛無窮塡海心

 

일의 진행은 위와 같았다. 풍자와 욕 이외에(예를 들어, "청화대학은 원래 미국인의 대학이니까. 어떻게 너희들이 쓰는 한자를 알겠는가", "나는 이과다, 한자 모른다고 뭐가 어떠냐?"등), 네티즌들은 고총장을 비난하는 가장 대표적인 의견은 "전자체를 못읽은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진짜 잘못한 것은 그가 자기의 선물이 뭔지도 잘 몰랐다는 것이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용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고병림 총장은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인가? 위의 과정을 보면 고병림 총장은 분명히 준비를 한 것이다. 서법가의 소개로부터 작가 및 시대배경을 소개하는데까지 고총장은 막힘이 없었고,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특히 주의할 점은 일반인들은 이 시의 작가를 황준헌(黃遵憲, 온가보총리는 명번 이 시를 인용했는데, 그 때마다 작가는 만청시인 황준헌이라고 하였다)으로 알고 있는데, 고병림 총장은 작가를 "황공도"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도 틀린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황준헌의 자는 공도였기 때문이다. 고총장은 이미 준비를 해 놓고 왜 시를 읽을 때 말을 더듬거렸는가? 유의할 것은 고총장이 첫구 촌촌하산촌촌금을 읽을 때는 매우 유창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미 이 시를 외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번째구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왜 그랬을까? 너무 긴장해서일까, 외운 것을 잊어버려서일까? 고 총장은 큰 일을 많이 치러본 사람이고, 긴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강연회도 거의 끝날 무렵이고 선물교환만 남은 상황인데 더 이상 긴장할 것도 없었다. 티비녹화과정을 분석하면, 고총장은 미리 외워두었던대로 두번째구 "과리..."를 읽어나갈 때 갑자기 전서체의 글자가 자기가 외웠던 구절같이 않다고 생각하고 갑자기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보기에 고총장의 문제는 시를 외울 때 종이에 써서, 그것도 간체자로 써서 외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전에 전서체의 서예작품과 대조하여 낭송하는 것을 연습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4구 정위무궁전해심을 읽을 때에 무(無)자를 읽을 때 전서체의 번체자로 쓴 무는 어떻게 보더라도 고총장의 머리속에 기억하고 있는 간체자 무(无)와 달랐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다시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무로 기억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냥 "정위무궁전해심"으로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성인이 아닌 이상 누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는가?

 

사후에 생각해보면 고병림총장의 잘못은 글을 잘못읽은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제대로 못읽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데 있는 것이다.

 

하나는 원래 청화대학이 송초유에게 선물을 준비할 때, 비밀리에 준비하였다. 고총장이 붉은 천을 벗길 때 비로소 선물이 무엇인지 미디어와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었다. 고총장은 자기가 제대로 못읽었을 때 유머스럽게 "봐라. 이번 청화대학의 비밀유지는 너무 잘했고, 총장인 나조차도 뭐라고 썼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한 후에 글자를 잘 읽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불러 읽도록 했으면 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고총장은 붉은 천을 벗긴 후, 장정 교수에게 한마디를 공손하게 드리는 것이다. "역시 저명하신 노학자께서 쓰신 작품이라 깊이가 있고, 글자조차고 고심막측합니다. 어느 분이 나와서 한번 읽어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