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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분석/중국역사의 분석

중국의 개국황제들은 왜 공신을 죽였는가?

by 중은우시 2006. 3. 20.

역사상 공신을 죽인 것으로 유명한 황제로서는 한나라의 유방과 명나라의 주원장이 있다. 유방이 공신들을 죽인 것은 크게 상궤를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주원장의 경우는 조금은 변태적이었다. 주원장은 자기와 함께 천하를 얻은 공신들을 거의 다 죽여버렸다. 그러나, 공신들을 죽이지 않은 황제도 있었다. 당태종 이세민은 공신들을 죽이지 않았다. 송태조 조광윤도 절충적인 방법을 써서 병권을 내놓게 하였지 칼을 들이대지는 않았다.

 

여기에 하나의 문제가 나타난다. 왜 유방과 주원장은 공신을 죽여야만 했고, 이세민은 공신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는가? 황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유는 두 가지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는 황제의 출신에서의 차이이다. 유방과 주원장은 모두 빈천한 출신이다. 유방은 하층출신이었지만, 주원장은 유방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이고, 겨우겨우 절에 숨어들어가 연명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세민은 달랐다. 명문귀족집안출신이었고, 그가 나타나면 공신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중국은 예전부터 귀천을 매우 따졌다. 비록 공신들이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느냐"고 소리치기는 하지만, 귀족들의 자존과 빈민의 자비는 날 때부터 존재하는 것이고, 다만 표현되는데 강약이 있을 뿐이다. 둘째는 황제의 수준문제이다. 유방이나 주원장이 이렇게 성공하긴 하였지만, 그들의 성공은 그들의 지도력에 있었다. 즉 사람들 잘 다루기는 하였지만, 스스로의 지능이 높지는 못했다. 유방은 싸움마다 모두 졌었다. 주원장은 유방보다는 나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운이 많이 작용한 것이고, 자신은 약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옹립해서 그 자리에 올라간 것이었다. 이세민의 경우는 천하를 얻는 과정에서 스스로 삼군을 통솔하고, 당나라의 건립에 큰 공을 세웠다. 당나라는 이세민이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이세민은 통솔력뿐아니라 지적능력도 뛰어났다. 자기의 매력으로 천하의 영재를 끌어모았다. 이세민의 부하들은 그에게 마음에서 복종했던 것이다. 그의 부하중에서 물론 스스로 반란을 꿈꾸어본 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스스로의 능력과 힘을 생각하면 반란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천하를 얻는데에는 조화와 안정이 필요한 것이고, 일체의 불안정한 요소는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인네의 인자함은 필요없고, 죽여야 할 자는 죽여야 한다.

 

먼저 한신을 보자. 이 자는 누구더라도 죽이고자 했을 것이다. 한나라의 절반은 그가 얻은 것이다. 이런 공로는 유방보다 컸는데, 그의 위치를 어떻게 조정해주어야 할 것인다. 형인 유방은 한왕을 하고, 동생인 한신은 제왕을 한다면 이것은 서로 대등한 관계가 되고, 한신의 야심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한신이 왕으로 봉해달라고 요청한 때부터 그는 죽을 것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회음후로 강등된 후에는 당연히 집안에 틀이박혀 조용히 지냈어야 했는데, 그는 그러지 않고, 사방을 돌아다니고, 병서를 수정하고,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 그를 죽이지 않을 황제가 있겠는가?

 

당나라의 공신들 중에서 두 명은 죽여야 할 인물이다. 하나는 조군왕 이효공이다. 매우 간단하다. 이 자의 공로가 너무 컸다. 출신도 고귀하다. 반란을 일으킬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내가 있을 때는 괜찮겠지만, 내가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장이 없다. 그를 죽여야만, 황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계승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이정이다. 이 자는 관료집안출신이다. 수나라의 중앙정부에서 관리를 지냈을 때부터 재능을 나타냈다. 나중에 당나라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운다. 원래 이연은 그에 대하여 불안해 하였고, 그를 죽이고자 하였으나 나중에 이정의 재능에 반해서 살려주게 된다. 이 자는 능력외에도 돌궐을 멸한 후의 그의 카리스마가 만제였다. 전국이 그에게 환호할 뿐아니라 태상황과 다른 중신들까지 그를 높이 받들었다. 민간에는 이정이 술법에 정통하다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이런 자는 무섭다. 죽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송나라의 개국공산은 죽여야 할까? 말아야 할까? 황제의 자리를 위협하다면 죽여야 한다. 다만 하나의 문제가 있다. 송나라의 개국배경을 보면, 송은 이전에 계속 장군집안으로 이름을 떨쳤다. 황제가 위신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장수들간에는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였다. 수하의 공신들이 비록 공손하지만, 이들은 반골기질을 가지고 있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면을 몰수할 수도 있다. 이런 배경하에서 이들 공신을 죽이는데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황제의 목숨도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송태조 조광윤은 아주 깔끔하게 일을 처리했따. 놀라기는 하나 위험은 없는 방안으로서 술잔을 건네주고 병권을 회수하였다. 송태조의 수하들도 잘 협조했다. 만일 어떤 자가 원망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죽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명나라이다. 명나라의 공신중 첫번째로 죽여야 할 인물은 남옥이다. 이 자는 병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스스로 권세를 누렸다. 신하로서의 공손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강퍅한 신하는 절대 남겨둘 수없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또 하나가 있는데, 그는 바로 주원장의 외조카인 이문충이다. 이 자는 주원장의 외조카로서 전공이 탁월하였고, 학문도 좋아하였으며, 문인들과도 널리 사귀고, 병사를 다스리는 재주도 뛰어났다. 이 자는 능력이 뛰어났을 뿐아니라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좋아했다. 이것은 황제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이었다. 결국은 죽일 수밖에 없었다.

 

공신을 죽여버리는 것은 황제의 보위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죽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공신을 죽이는 것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고, 잘못하면 스스로 다치게 된다. 그러므로, 핵심문제는 황제와 공신의 태도와 관계이다. 태도가 큰 문제이다. 황제는 황제로서의 큰 도량을 가지고 있고,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신하는 신하로서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신하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일단 황제를 위하여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충성하여야 하고, 황제가 아끼더라도 절대 스스로의 본분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소집단을 만들고 널리 사귀거나, 스스로의 위망을 드높이거나, 발호하는 경우에는 전부 살신지화를 불러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