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황소)

황소(黃巢)의 국화시

중은우시 2006. 1. 7. 01:13

황소는 최치원이 지은 <<토황소격문>>에 나오는 바로 그 농민반란군의 두목이다.

그는 원래 과거에 낙방한 선비로서, 그가 지은 시 3수가 전해져 내려온다.

국화를 읊은 시중에는 가장 뛰어나다고 얘기하는 것중의 2개가 바로 그의 것이다.

아래는 그 중의 한 수이다.

 

颯颯西風滿院裁  가을 바람은 스산하게 부는데, 정원 가득히 심어져있는 국화

蕊寒香冷蝶難來  꽃도 향기도 모두 차가워 나비도 가까이 날아들지 않네.

他年我若爲靑帝  언젠가 내가 꽃을 다스리는 청제가 된다면

報與桃花一處開  복숭아꽃과 같이 좋은 계절에 같은 곳에서 피도록 해주련만.

 

도연명의 국화시(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 이래로 국화는 고고한 선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황소는 국화를 고고한 선비로 취급하질 않고, 고통속에 신음하는 백성들로 보고 있다. 즉, 복숭아꽃처럼 화창한 봄날에 피어있지 않고(복숭아꽃은 관료나 지배층을 의미한다), 가을바람 소슬하게 부는데서 정원 가득히(많은 사람) 피어있는 국화를 그는 백성으로 본 것이다.

 

먹을 것도 적고, 날씨는 춥고, 잠도 오지 않는 혹독한 계절을 견디는 국화를 보며, 황소는 내가 언젠가 이 꽃들을 다스리는 청제가 된다면(여기서 그는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잡겠다는 속뜻이 나타나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국화도 도화(복숭아꽃)처럼 따뜻한 봄날에 같이 피도록 해주련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세상을 한번 뒤집어보겠다는 영웅의 기개가 느껴지는 시라고 할 것이다.

 

아래는 황소의 또 하나의 국화시이다.

 

待到秋來九月八  어디, 가을이 오고 중양절만 가까워 와 봐라.

我花開後百花殺  내 꽃이 피고 나면, 깝치던 네 놈의 꽃들을 다 죽여버릴테다

沖天香陣透長安  온 하늘에 가득한 국화향기는 진을 이루어 장안을 쳐들어갈 거고

滿城盡帶黃金甲  장안성안에는 황금갑옷을 입은 내 꽃으로 온통 뒤덮힐 거다.

 

여기서도 황소는 국화는 고통받는 백성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단순히 고통받는 백성이 아니라, 이제는 때가 도래하면 다른 꽃들을 압도해버릴 수 있는 힘과 실력과 무리를 갖춘 백성이다. 이제 때만 만나면 국화같은 밑바닥 인생의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농민은 황토흙을 벗삼아 사는데, 국화도 노란꽃이라는 의미에서 색깔로도 상통한다), 그 전까지 기세를 떨치던 관리든, 선비든, 장사꾼이든, 뭐든 다 쓸어버릴 것이라는 호기를 엿볼 수 있다. 원래 9월9일 중양절은 국화꽃이 가장 만발하는 시절이어서, 중양국(重陽菊)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아화개후백화살" 정말 통쾌한 시다. 국화를 읊으면서 이렇게 통쾌하게 읊은 시는 없었던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