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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무협소설

대만의 무협작가 - 고룡(古龍)

by 중은우시 2005. 8. 25.

고룡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무협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토종 무협작가들은 대부분 고룡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그 스타일을 따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래의 글은 나입군(羅立群)이 <<고룡작품집>>의 서문으로 쓴 <<강호일괴협(江湖一怪俠)>>이라는 글을 번역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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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룡. 원명은 웅요화(熊耀華)이고, 1936년에 태어나서, 1985년 9월 21일에 49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고룡은 어릴 때부터 신세가 처량하여 성격이 고독을 즐기고 침울한 편이었다. 그가 14세때, 홍콩에서 대만으로 와서 학업을 계속하는데, 18세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생활이 곤궁해졌다. 친구의 도움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는 식으로 대만 담강대학(淡江大學) 외문계(外文係, 외국어과)를 다녔다. 졸업후, 타이페이에 있는 미군고문단에서 일을 하였고, 후에 무협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고룡의 일생은 "장검강호재주행(仗劍江湖載酒行, 검을 들고 강호를 누비면서 술과 함께 하였다)"이었다. 그의 술을 목숨처럼 좋아하여, 항상 술을 마시고 힘을 내고, 술의 힘을 빌려 스스로 도취했다.  술로써 자신의 가슴깊숙히 있는 애수와 적막을 잊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사람이 호방하고 성격이 소탈하여 친구를 사귀기를 좋아하고, 사람을 진정으로 성의있게 대하였으며,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여 친구들로부터 마음을 얻었다. 고룡은 매우 "호색(好色)"하였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성격이었으며, 하루도 여인이 없이는 살지 못할 정도였고, 여자들도 그와 교유하는 것을 즐겼다. 고룡의 좋은 친구인 정정(丁情)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고대협은 여자친구가 없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는 자주 친구를 위해서, 자기가 아끼는 여자를 버리곤 했다. 그는 항상 말하기를 여자는 다시 찾을 수 있으나, 진정한 친구는 찾기 어려운데, 어찌 친구를 버리고 여인을 중히 여길 것인가라고 한 바 있다. 이것이 고대협이 여자와 친구를 대하는 태도였고, 많은 여인들이 그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이유이다"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하였으므로, 고룡은 중년이후에 건강상황이 날로 나빠져서, 몇번 병세가 위독해져 병원에 입원하였다. 그러나 병원에서 퇴원하면 여전하였다. 그의 좋은 친구이며 과학미스테리소설가인 예광(倪匡)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장기간의 병은 고룡으로 하여금 세상을 담담하게 보도록 만들었다." 과도한 주색은 고룡의 건강을 빠르게 악화시켰으며, 간경화로 인한 식도정맥류에서 출혈이 일어나 사망하게 된다. 고룡의 신세, 성격과 행위는 직접적으로 그의 무협소설 창작에 영향을 미쳤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고룡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고룡이 "무협의 세계"로 진입한 것은 생계문제가 급박했기 때문이다. 고룡 자신의 말을 빌리면 "밥사먹을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원고를 쓰는 것은, 비록 모든 작가들의 공통된 비애는 아니지만, 그러나 나의 비애였다. 나는 이러한 비애를 가진 사람이 아마도 나 하나에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자신의 첫번째 무협소설인 <<창궁신검(蒼穹神劍)>>부터, 계속하여 신작을 내놓았고, 합쳐서 수십부의 무협소설을 썼으며, 많은 작품들이 홍콩, 대만에서 영화, TV연속극으로 찍혔으며, 홍콩대만영화TV계에서 찍고자 하는 인기있는 작품이 되었다. 고룡의 소설은 대륙, 홍콩, 대만 뿐아니라 해외에까지 읽혀졌다.

 

고룡은 무협소설의 창작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과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그는 당대 무협소설이 다시 전통무협소설이 걸었던 길을 걸어서는 안되고, "새로워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협소설은 확실히 고정된 형식에 빠져버렸는데, 이런 형식으로는 이미 너무 많이 써버려서, 이미 뻔한 게 되어 버려고, 공식이 되어 버렸다"

 

"누가 무협소설은 이렇게 써야 비로소 정종의 무협소설이라고 규정하는가? 무협소설도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독자의 마음을 끌어야 하고, 독자로 하여금 너의 인물과 이야기에 감동받도록 하여야만, 비로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무협소설이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새로워져야 하는지에 대하여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무협소설에서 더 이상 신을 쓰지 말아야 하고, 마두를 쓰지 말아야 하며, 사람에 대하여 써야 한다.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사람을. 피와 살로 된 사람을. 무협소설중의 주인공은 사람의 장점과 더불어 사람의 단점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구나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협소설의 구도는 바꿀 수가 없다면, 왜 한번 이렇게 바꿔볼 수는 없는가. 사람의 감정을 쓰고, 인생의 충돌을 쓰고, 감정이 충돌하면서 클라이막스에 이르고 사건을 만들어내는"

 

"인성만은 소설에서 빠질 수가 없다. 인성은 분노, 원한, 비애, 공포 뿐만 아니라, 사랑과 우정, 비분과 협의, 유머와 동정도 포함한다. 우리는 왜 그 중에서 추악한 일면만을 중시하는가?"

 

"무협소설을 쓰는 목적은 독자로 하여금 슬픔과 기쁨의 감동 언저리에 이 세상의 사람과 일에는 더 깊고 더 먼 것이 있다는 것을 보게 하는 것이다"

 

"무협소설이 쓰는 것은 비록 고대의 일이지만, 작자 자신의 새로운 관념을 주입시키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무협소설에서의 사건의 묘사는 간단해야 하고, 짧으면서도 힘이 있어야 하며, 생동감이 있어야 하고, 뻔하게 써서는 안된다. 소설중의 사건의 묘사는 먼저 총돌을 일으키고, 각종 충돌을 조합하여 클라이막스에 이르도록 해야한다. 만일 네가 다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긴장된 분위기, 살벌한 분위기, 분위기로 사건을 그리는 자극을 만들어야 한다. 무협소설은 무술지도는 아니고, 무협소설은 더구나 독자에게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지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피와 폭력은 영원히 흡인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너무 많은 피와 폭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싫증이 나게 할 뿐이다."

 

고룡의 이런 관념은 그의 각종 소설의 서문에 나타나 있다. 이런 관점과 생각은 무협소설의 창작이론을 풍부하게 하고, 그의 무협소설을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