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마타 하리 - 천도방자(川島芳子)

군복을 입고 있는 천도방자(가와시마 요시코)

 

일본 "제국첩보의 꽃"이라고도 불리우고, "동방의 마타하리" "동방마녀" "난세의 요녀"라고 불리우는 천도방자(일본식으로 가와시마 요시코, 중국식으로 촨다오팡즈)의 인생은 참으로 기구하였다.

 

그녀는 1906년에 태어나는데, 성은 아이신줴뤄(愛新覺羅)이고 이름은 센위(顯玗)였으며, 자는 동진(東珍)이다. 나중에 가명은 금벽휘(金璧輝)였으며, 청나라의 제10대 숙친왕(肅親王) 선기(善耆)의 14째 딸이었다. 청나라의 황족들은 친왕-군왕-패륵-패자-공(진국공,보국공)의 다섯등급이 있는데, 친왕은 그중 최고등급이었다. 그리고, 친왕중에서도 건국초에 공을 세운 8명의 친왕/군왕은 철모자왕이라고 하여 세습되었는데, 숙친왕은 청태종의 첫째아들 하오거(豪格)를 시작으로 청말까지 이어지는 철모자왕이다. 황실내에서도 지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왕가의 공주로 태어난 그녀가 5살이 되던 해에 청왕조는 멸망하고, 중화민국정부가 들어선다. 청나라의 최고왕족으로서 숙친왕은 일본 낭인인 천도랑속(川島浪速)에게 일본군부가 병사를 파견하여 남방 혁명당의 "반란"을 진압하는데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하고, 만주와 몽고를 독립시킬 것을 기도한다. 그러나, 당시의 형세가 여의치 않아 숙친왕의 이런 기도는 실패하고 만다. 민국초기에 숙친왕은 청황실회복의 꿈을 안고 아들들을 만주, 몽고, 일본으로 보내어 와신상담 하면서 때를 기다리도록 한다. 또한 아끼는 딸인 센위를 일본인 친구 천도랑속에게 양녀로 주어, 일본에서 훈련을 시키도록 부탁한다.

 

1912년 6살에 불과한 아이신줴뤄.센위는 양부인 천도랑속을 따라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가서, 일본 군국주의의 혹독한 교육을 받는다. 여러해 후 그녀는 완전히 일본화되어 마쓰모토고등여자학교에서 수학한다. 천도랑속의 집에서 정치, 군사, 정보와 자료수집등의 여러 방면의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다. 이 때부터 그녀는 가와시마 요시코(천도방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그녀는 이후 만주로 와서 황고둔사건(皇姑屯事件), 9.18사변, 만주독립등의 사건과 상해의 1.28사건, 완용이송등의 사안에 관련된다.

 

1928년 동북지방 군벌인 장작림(張作霖)이 황고둔에서 폭사하는데, 일본 관동군의 작품이었다. 천도방자는 이 사건에서 큰 공로를 세우는데, 바로 장작림의 아들인 장학량의 시종부관 정모를 유인하여 그에게서 장작림이 서태후의 기차를 타고 요녕으로 돌아오는 구체적인 노선과 일정을 알아내고, 이를 관동군 총사령부에 상세히 보고하였다. 이 사건은 그녀는 첩보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게 되며, 일본군 특무기관에서 중요하게 취급된다. 그녀는 일본군 특무기관의 책임자인 전중융길(田中隆吉)의 직집 지휘를 받는다.

 

9.18사변후 천도방자는 봉천으로 가서 관동군 고급참모장 판원(板垣)의 휘하에 들어간다. 하루빨리 대동아공영권의 계획을 시행하기 위하여 일본군은 천도방자를 보내어 천진에 있는 완용(婉容, 부의의 부인 청나라 마지막 황후)을 데려오도록 한다. 천도방자는 관을 이용하여 완용을 천진에서 빼내어 관동군의 수중으로 보내온다. 만주국 건립후에 일본관동군이 논공행상을 할 때 그녀에게 육군소장의 계급을 부여하는데, 일본군에서 계급이 가장 높은 여자였다.

 

이외에 천도방자는 구재벌과 청나라 만주귀족들로부터 군자금을 끌어모아 병사를 모집하여 열하에서 정국군기병당(定國軍騎兵團)을 조직하고, 이름을 금벽휘(金璧輝)로 바꾸면서, 스스로 안국군(安國軍)의 총사령관이 되어 일본침략군의 앞잡이 노릇을 하게 된다. 일본군은 만주국 독립에 대한 국제적인 주의력을 분산시키기 위하여 상해에서 일을 벌이기로 하는데, 이 임무도 천도방자에게 부여한다.

 

천도방자는 삼우실업공사(수건만드는 공장)의 노동자들 5명을 매수하여 일본 일련종 승려와 신도를 습격하도록 하고, "지나의용군단"을 이끌고 삼우실업공사의 노동자들에게 보복성 습격을 가하고 공장을 불태운다. 그 후에 사람을 보내 일본주중국공사관 중광규(重光葵)의 공관에 불을 지르고, 이를 중국군인의 소행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사태를 악화시킨다. 이러한 1.28사태를 통하여 국제적인 관심을 만주에서 상해로 돌리는데 성공한다.

 

1932년에는 일본침략군이 상해 갑북(閘北)으로 진공하여 중국수비군 채정해가 지휘하는 19로군과 격전을 벌인다. 이때도 천도방자는 오송 포대에 들어가 포대의 화력배치를 파악하여 일본군에게 적시에 정보를 보내준다. 또한 장개석이 하야할 것이라는 소식을 먼저 알려줌으로써 일본군부가 중국침략정책을 다시 제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뛰어난 간첩인 천도방자는 일본군부에 의하여 다시 얻기 힘든 특수인재로 대우받았다.

 

1945년 일본 히로히토천황의 항복선언이후 천도방자의 인생은 말로를 향하게 된다. 국민정부에 의하여 최고의 여자 한간(漢奸)으로 체포된다. 체포후 북평감옥에 갇히며, 민국법정의 재판을 통하여 사형을 언도한다. 1948년 3월 25일 아침에 사형이 집행된다.

 

그런데, 그녀는 사형이 집행된 이후에도 실제는 사형집행이 되지 않았다는 각종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신문들은 그녀 대신 다른 사람(劉鳳玲이라는 죄수라고 함)이 사형을 당했고, 본인은 일본으로 도망쳤다는 설, 국민당의 간부가 그녀의 미모에 반하여 몰래 구해내서 첩으로 삼았다는 설등이 있다.

 

그녀는 재판에서 본인은 일본인이고 나이도 1916년생이라고 주장하며 범죄사실을 부인했다. 일본인이면 일본을 위해 일한 것이 범죄가 되지 않는다. 이미 이향란(李香蘭)이 한간(漢奸, 한인으로 외국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으로 지목받아 사형까지 언도받았으나 후에 일본인임이 입증되어 무죄방면되고, 후에 일본으로 돌아가 참의원 의원까지 지낸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그녀에게 사형판결을 내린다. 그녀가 사형을 언도받고 쓴 글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사람들과 같이 묻히지를 원하지 않는다. 원숭이와 같이 묻히고 싶다. 원숭이는 정직한 동물이다. 개도 정직한 동물이다. 재판날에 법관이 나에게 왜 북평(북경)으로 되돌아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기르는 원숭이가 이질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두 법정이 떠나가도록 웃었다. 이런 속물의 세계에서는 아무도 내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것이 원숭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