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노어강고(老魚講古)
베이징의 교통은 세계적으로 동일한 유형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중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도시의 교통논리는 만일 교통수단이 없으면 나다닐 수가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은 거의 완전하게 보행공간이 없는 도시이다. 이건 베이징에 인도(人道)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반대로 베이징의 인도는 아주 많고 아주 넓다. 다만 베이징이 걸어다닐 만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외출할 때 도보로 걷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도로생태. 베이징의 단지내상점은 아주 부족하다. 베이징의 도시구조는 대단위/대형오피스빌딩/대형단지/대공원위주이다.
길거리 양쪽은 거의 모두 행인과 관련없는 들어갈 수 없는 구역이고, 길가의 상점은 아주 적다. 이는 베이징에서 길을 걷는 것이 아주 무미건조한 일로 만든다. 왜냐하면 너는 마치 온라인게임속의 캐릭터처럼 양쪽은 모두 벽이고 그저 규정된 노선을 따라 전진할 수밖에 없다.
당신이 홍콩이나 상하이의 길거리를 걷는다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통의 소도시를 걷더라도, 계속하여 도로 양측의 가게들을 볼 수 있고, 최소한 상당한 정보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만일 베이징에서 걷는다면, 대다수의 상황하에서는 그저 길을 걷는 것일 뿐이다. 만일 게임설계상으로 말하자면, 베이징에서 걷는 체험은 심지어 개방적인 게임만도 못하다. 그리고, 보행로 양쪽에 완전히 폐쇄된 공간외에 베이징은 또한 중국에서 가장 넓은 차도와 엄청난 규모의 차량흐름이 있다. 도시의 길거리는 소음이 아주 크고, 차도가 너무 넓기 때문에 도시녹화는 확실히 부족하다.
아무도 이런 생기도 없고, 소음은 큰 도로를 걷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여러분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둘째, 도시크기. 중국최대의 도시로서 베이징은 공포스러운 물리적 거리를 지니고 있다.
베이징에서 산지 오래되면, 10킬로미터 이내의 거리는 가깝다고 느낄 것이다. 20킬로미터정도의 외출거리도 통상적이다.
이건 베이징 이외의 도시에서는 거의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가 처음 난징에 갔을 때 친구를 만나려고 했는데, 나는 신제커우(新街口)에 있었고, 친구는 위안통(元通)에 있었다. 그런데 그는 너무 머니까 오지 말라고 했다. 내가 살펴보니 거리가 8킬로미터에 불과했다. 8킬로미터를 멀다고 말한다고?
이것이 바로 베이징사람의 생각이다. 도시의 크기가 엄청나고, 오가는 거리가 길다보니, 베이징은 물리적으로 도보로 외출하는 가능성을 막아버리게 된다. 같은 원인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도 비교적 적은 경우이다.
베이징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곳으로는 홍콩이 있다. 홍콩은 걷는 것이 상당히 편한 도시이다. 원하기만 하면 구룡반도에서 홍콩아일랜드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왜냐하면 네가 가려는 대다수의 장소는 5킬로미터이내이고, 걸어가더라도 충분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만일 홍콩에서 걷기 좋은 것이 물리적으로 작아서라고 말한다면, 같은 1선도시인 상하이의 면적은 베이징보다 적지 않다. 그러나 상하이에서 걸어다니는 사람의 수는 베이징보다 현저히 많다. 심지어 상하이의 City Walk는 유행이 되었다. 이렇게 된 것에는 세번째 원인이 있다. 바로 도시구조이다.
셋째, 도시구조. 상하이의 도시면적은 베이징보다 적지 않다.
다만 상하이의 특징은 거의 모든 중요한 지표, 상권, CBC 및 시민이 자주가는 곳, 가야할 곳이 모드 내환(內環)이내에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는 아주 크다. 그러나 내환은 크지 않다. 내환이내에서 다니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이는 상하이의 큰 장점이다. 베이징의 도시구조는 "산(散)"이다. 2환이내의 공간은 각종 대형정부기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하여 중요구역은 환형(環型)으로 베이징의 주위에 분산되어 있다.
시즈먼(西直門), 즈춘루(知春路), 우다오커우(五道口), 시알치(西二旗), 왕징(望京), 궈마오(國貿), 량마차오(亮馬橋), 싼리툰(三里屯), 스리허(十里河), 다홍먼(大紅門), 이좡(亦莊), 리저(麗澤), 우커쏭(五棵松).
무릇 베이징에서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이들 지명이 각자 무엇을 대표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배이징의 둘러싸고 백킬로미터이상의 거리에 베이징은 서로 다른 업무중심/상업중심/교육중심/교통중심이 분포되어 있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다른 중심지간을 왕래하는 거리를 크게 늘여버린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도시분산과 다중심발전은 더욱 과학적이 아닌가?
문제는 베이징의 '분산'은 다른 도시의 분산과 다르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다중심식의 분산은 도시의 여러지구에 여러 소생태계를 형성하고, 모든 소중심에는 모두 사무실/거주/상업/교육등 여러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시간을 놓고 보면 한 사람이 8시간의 업무지구, 8시간의 휴식지구, 8시간의 오락지구로 설계한다.
베이징은 그렇지 않다. 전체 베이징의 계획기능구역을 두고 있다. 베이징은 하이테크과학기술사무실은 서북5환에 두고 있다. 가장 좋은 상업은 동삼환에 두고 있다. 가장 좋은 교육은 서북의 하이덴에 두고 있다. 가장 좋은 CBD는 동쪽의 차오양에 두고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베이징은 가장 완벽한 도시기능을 갖추고 있다. 다만 기능중심간의 거리는 고려대상에 넣지 않았다. 만일 다른 지구의 설계사상이 24시간을 셋으로 나누었다면, 베이징의 설계사상은 24명의 사람을 3집단으로 나누어, 어떤 8명은 일을 하고, 어떤 8명은 생활을 하고, 어떤 8명은 휴식을 하도록 했다. 이런 시설을 우리는 모두 갖추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어떻게 가느냐이다.
예를 들어, 두 명의 교외지역에 사는 상하이시민이 만나려면, 그들의 교통노선은 아마도 민항과 푸동에서 출발하여 징안구에서 만날 것이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간다.
다만 두 베이징사람이 만나려 할 때, 한 사람은 서북의 시알치에 있고, 한 사람은 동북의 왕징에 있다면, 두 사람은 부득이 동삼환의 산리툰에서 만나야 한다. 왜 가까운 곳을 버리고 먼 곳으로 가는가? 왜냐하면 시알치와 왕징부근에는 그럴 듯한 대형상업센터가 없기 때문이가. 최종적으로 두 사람은 좀 더 먼 싼리툰으로 만날 장소를 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주변에서 주변으로 가는 방식은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세 가지 이유로 베이징에서 도보로 외출하는 것은 거의 고려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이 도시는 기본적으로 바깥나들이를 하려면(편의점을 가는 것같은 경우는 제외하고) 반드시 교통수단을 이용해야한다는 것이 묵인되어 있다.
이는 베이징이라는 도시를 겉으로 보기에는 연속되어 있지만, 전체도시는 실제로 하나하나의 고도(孤島)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시얼치를 보면, 시얼치는 공장이 모여있는 곳이다. 만일 시얼치의 지하철에 문제가 생기면(지하철고장 혹은 날씨원인으로 줄을 길게 서야 한다든지등), 많은 시얼치의 노동자들은 아예 집으로 귀가할 수가 없다. 택시를 타려 해도 순서가 천번째가 넘을 것이고, 지하철은 탈 수가 없다. 네가 어떻게 20킬로미터 거리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통근거리는 시얼치에서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만일 베이징이 바다라면, 시얼치/왕징/궈마오는 하나하나가 섬이다. 지하철은 다리이다. 택시는 배이다. 노동자를 후이룽관(回龍觀)/텐퉁위안(天通苑)/동바東垻)같은 집으로 오가게 해준다. 만일 이런 수단이 부족하면, 베이징사람은 집으로 갈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교통의 극도곤란은 아주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만일 명확한 목적지가 없으면 베이징에서는 외출할 수가 없다.
교통에 반드시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베이징에서는 "마음내키는대로 돌아다니는" 경우는 불가능하다. '쇼핑'은 그저 쇼핑몰내에서나 가능한 선택이다.
대다수의 베이징사람들에 있어서, 지하출은 유일한 외출시의 선택이다. 아무도 지하철에 산책하듯이 나오지 않는다. 베이징사람들의 이동에는 목적성이 있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려면 중간과정은 지하의 어둠 속에서 보내는 것이다. 이런 통근과 외출방식이 일상이 되다보니, 하나의 도시의 생활기식(氣息)은 기본적으로 모조리 소진되어 버린다.
이 도시의 대다수 시민에 있어서, 이 도시의 절대다수부분은 지하철터널중 하나의 이름이다. 고가도로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건물군이다. 자신과 같은 도시에 살지만 평생 만나지 않을 배경판이다. 네가 이 도시에 있지만, 이 도시와 진정 하나로 융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베이징은 기실 "동아시아도시"같지 않다. 그것은 그 어느 도시와도 다르다. 세계의 절대다수의 도시는 생활을 위해 설계되었다. 그러나 베이징은 그렇지 않다. 베이징은 거대한 국가의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기능성이 쾌적성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베이징이 이처럼 특별하게 된 근본원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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