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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수호전

<수호전(水滸傳)>에서 가장 예리한 무기는 무엇일까?

by 중은우시 2024. 8. 19.

글: 사설신어(史說新語)

 

<수호전>에 나오는 영웅호한들은 대부분 무예가 고강하고, 자신이 잘 쓰는 도창검극(刀槍劍戟)이 있다. 맨손으로 싸우면 아무래도 손에 맞는 무기를 든 사람을 이기기 힘들다.

양산의 영웅들이 잘 쓰는 무기는 각자 다르다. 전투에서 적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끼치려면 충분히 날카로워야 한다. 그렇다면, <수호전>에서 가장 날카로운 병기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양지(楊志)의 구이팔환도(九耳八環刀)

<수호전>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무기를 고르라면 양지의 보도를 첫번째로 꼽아야 할 것같다. 어쨌든 그가 범한 살인의 죄는 자신의 이 보도와 밀접한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양지는 양령공(楊令公)의 삼세손이다. 가전무학의 연원을 보면, 그는 북송의 무장집안 출신이다. 자신이 쥐고 있는 이 보도도 집안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무기이다.

양지의 대에 이르러, 집안이 몰락하고, 더 이상 예전의 영광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고태위(高太尉)에 의해 전수부(殿帥府)에서 쫓겨난 후, 돈벌이를 할 직업이 없었다. 그에게는 몸에 지닌 무예 이외에 뭐 하나 내놓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 그는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계속 이렇게 되면 목숨조차 보전하기 힘들 수 있었다. 그리하여 양지는 자신이 가진 가전의 보도를 보고, 아깝기는 하지만 팔아서 자신의 목숨을 이어가고자 했다.

길거리로 나가서, 양지는 이 보도를 판매하기로 결심했다. 보도를 아끼는 매수인을 만나면, 그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길거리에서 무뢰한 우이(牛二)를 만난다.

양지는 원래 우이가 진심으로 보도를 살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에 대한 태도가 온화했다. 그러나 우이는 칼을 잘 알지도 못했고, 그는 그저 시비를 걸고자 하는 무뢰한일 뿐이었다. 특히 양지가 이 보도를 3천관에 팔겠다는 말을 들은 후, 그가 허풍을 떠는 것이라 여긴다. 그렇게 하여 양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양지가 아무리 칼이 좋은 것이라고 얘기해도 우이는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 그걸 증명해보이라고 했다. 그 칼이 그렇게 날카롭다면.

양지는 우이에게 말한다. 자신의 이 칼은 “첫번째 뛰어난 점은 구리와 쇠를 벨 수 있다는 것이다.” 우이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20개의 동전을 가져와서 베어보라고 한다. 양지가 칼을 휘두르자 동전들은 두동강이 난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좋은 칼이라고 감탄하자, 우이는 더욱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하여 양지에게 두번째 뛰어난 점은 무엇인지 묻는다. 양지는 자신의 이 칼은 머리카락을 칼날 위에 놓아두고 불면 칼날에 머리카락이 두 조각으로 잘린다고 말한다.

말을 마치자 우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서 양지에게 건네며, 증명해보여달라고 한다. 양지는 머키라락을 받아들고 칼 날위에 놓아두고 가볍게 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머리카락은 잘려나갔고, 주변사람들은 모두 좋은 칼이라고 소리쳤다.

양지가 말하는 것이 모두 사실이자, 주변 사람들도 그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우이는 그대로 물러날 수는 없어서, 양지에게 세번째 뛰어난 점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양지는 말한다. 자신의 이 칼은 “살인불견혈(殺人不見血)” 사람을 죽여도 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칼을 쓰면 칼이 너무 빨라서 칼에 맞은 사람이 피를 흘리더라도, 자신의 이 칼에는 피가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말에 우이는 핑계거리를 찾았다고 여기고, 양지에게 사람을 죽여서 보여달라고 말한다. 양지는 당연히 응하지 않았따.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

양지가 개를 가지고 죽여보겠다고 해도 우이는 죽어라 사람을 죽여야만 사실이 증명되는 것이라고 우겼다. 양지는 더 이상 그와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고, 그에게 칼을 팔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이는 죽어라 달라붙으면서 양지를 떠나지 못하게 하며, 양지의 그 칼을 내놓으라고 한다.

행패를 부리는데 익숙한 우이는 양지가 감히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점을 가지고 더욱 날뛰었다. 실제로는 돈한푼 주지 않고 양지의 보도를 가지려 한 것이다. 양지는 더 이상 우이의 어거지를 견딜 수 없었다. 만일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아예 칼을 팔 생각이 없었다. 우이가 어거지를 쓴다고 하여 어찌 그에게 칼을 넘겨주겠는가.

우이는 결국 양지에게 자신을 벨 자신이 있는지 물어본다. 양지는 그와 계속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우이가 먼저 손을 쓴다. 양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칼로 그를 베어갔다.

베자마자 우이는 바로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양지의 구이팔환도는 그가 말한 바대로 피 한방울 묻지 않았다.

양지의 보도는 쇠도 가볍게 베지만, 그렇다고 <수호전>에서 가장 날카로운 무기는 아니다. 그럼 이 보도보다 더욱 날카로운 것은 무엇이 있을까?

무송(武松)의 설화빈철계도(雪花鑌鐵戒刀)

무송은 대다수의 사람들 인상 속에 항상 사용하는 무기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양지처럼, 가장 잘 쓰는 무기를 몸에 휴대하고 다니지 않았다.

대다수의 경우, 무송은 적수공권으로 싸웠다. 호랑이를 때려잡을 때도 맨손이었다.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않았었다.

그러나 실제로 무송은 두 자루의 아주 날카로운 계도가 있었다.

이 두 자루의 게도는 무송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다. 손이낭(孫二娘)이 무명두타(無名頭陀)에게서 얻은 것이다. 그 무명두타가 손이낭에게 죽임을 당한 후, 이 두 자루의 계도는 손이낭이 갖게 된다.

이 계도는 도신이 아주 날카로웠고, 말 그대로 신병이기(神兵利器)였다. 단지 손이낭은 칼을 잘 사용할 줄 몰랐고, 이 칼은 그녀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그리하여 나중에 손이낭은 이 두 자루의 계도를 무송에게 준다.

이 도가 신병이라고 하는 것은 이 칼이 주인을 알아볼 뿐아니라, 한밤중이 되면 스스로 소리를 내어 더욱 신비감을 더해주었다.

이 두 자루의 계도의 원주인이 무명지배이긴 했지만, 상등의 철로 만든 재질은 노지심(魯智深)의 그 선장(禪杖)보다도 더욱 좋았다. 다만 이 칼은 무송이 가지고난 후 그다지 등장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무송은 이룡산(二龍山)에서 산적이 되고 나중에 양산(梁山)에 들어온다. 이 칼은 그다지 크게 쓰일 일이 없었다. 진정 이 칼의 실력을 보여준 것은 양산이 초안(招安)되고, 무송이 양산의 부대를 따라 함께 방랍(方臘)을 평정할 때였다.

당시 요(遼)나라를 정벌할 때, 요나라의 혼천상진(混天象陣)을 격파한 후, 무송이 이번에는 적수공권으로 돌진하지 않고, 자신의 계도를 들고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목표를 야율득중(耶律得重)으로 삼아 직접 쳐들어간다.

진법이 격파되고, 무술이 뛰어난 무송이 쫓아오자, 야율득중은 자연히 고개를 돌려 도망친다. 그는 자신이 도망치기만 하면, 무송의 무공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그에게서 벗어나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말을 몰아 도망치던 야율득중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은 무송이 한 자루의 계도를 그를 향해 집어던졌고, 쉽게 말머리를 베어버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다지 힘을 쓰지도 않았는데, 순수하게 계도의 날카로운 칼날로 말의 뼈까지 잘라버린 것이다.

그는 이로 인하여 말에서 굴러떨어졌고, 도망쳐서 살아남을 기회를 잃고 만다. 결국 무송의 한칼에 목숨을 잃는다.

뼈의 밀도를 보면, 말의 골격은 사람의 골격보다 튼튼하다. 하물며 달리는 말은 그 자체로 힘이 넘친다. 무송은 계도를 날려 말의 목에 있는 뼈를 잘라버렸다. 이를 보면 무송이 가진 두 자루의 계도는 그 날카로운 정도가 양지의 보도보다 더욱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무송의 계도보다 더욱 날카로운 무기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그 주인은 누구일까?

석보(石寶)의 벽풍도(劈風刀)

석보는 양산박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방랍 휘하의 아주 중요한 장수중 한명이다. 능력은 당연히 뛰어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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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식으로 등장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그를 묘사하는 것에서 그는 능력이 출중하고, 좋은 칼을 지니고 있으며, 그의 그 벽풍도는 이름이 벽풍(바람을 가르다)인데, 아주 빨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양지의 그 칼처럼 쇠를 무처럼 벨 뿐아니라, 심지어 3층의 가장 튼튼한 갑옷마저도 이 칼은 바람을 가르는 것처럼 쉽게 갑옷을 잘라버릴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보면 그 날카로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 칼은 아주 날카롭지만, 주인 석보는 전투를 잘 하는 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 칼은 그의 손에서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석보는 양산의 다섯명의 무에가 뛰어난 호한들을 죽이는데, 이 다섯명중 3명이 바로 벽풍도에 죽임을 당한다.

삭초(索超)의 공격을 받을 때, 석보는 직접 유성추(流星錘)를 받아들고 내려쳐서 쓰러뜨린다. 등비(鄧飛)는 그 모습을 자신의 형제가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 급히 도와주러 달려간다. 그러나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다가, 석보를 신경쓰지 않았고, 결국 석보의 벽풍도에 몸이 두 동강이 난다.

가볍게 칼을 휘둘러서 갑옷을 입고 무에가 뛰어난 인물을 두 동강 내어버린 것이다. 이를 보면 벽풍도가 보통 날카로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나중에 포욱(鮑旭)도 마찬가지였다. 벽풍도의 아래에 개미처럼 목숨을 잃는다. 그는 숨어있던 석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석보가 비스듬히 휘두른 칼에 맞아 등비처럼 목숨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또 한명의 양산호한 마린(馬麟)이 있다. 그도 벽풍도에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그는 당시에 이미 살아서 도망칠 기회를 잃은 상태였다. 석보의 벽풍도는 그저 마지막에 그의 목숨을 거둔 무기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역시 날카로웠다. 그의 최후도 이전의 두 형제들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벽풍도의 전적을 보면, 마치 칼이 상대방을 향해 휘두르기만 하면, 상대방은 중상을 입게 되는 것같다.

그러나 석보가 위의 세 사람을 죽인 것을 보면, 모두 세 사람이 제대로 대비하지 않고 있는 틈을 타서 마지막 한칼을 날린 것이지, 진정으로 일대일로 맞서 싸우면서 거둔 승리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석보의 기습이 성공할 수 있었떤 것은 이 벽풍도가 충분히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만일 이 벽풍도가 없고 다른 무기를 썼더라면 아마도 한칼에 목숨을 빼앗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대일로 맞서싸울 때 석보가 우위를 점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좋은 병기는 우수한 주인의 손에 쥐어졌을 때, 최대의 작용을 발휘한다. 그러나 석보처럼 약간 손색있는 사람의 손에 쥐어지더라도 여전히 그 날카로움을 발휘할 수 있다.

아쉽게도, 석보는 비록 이 벽풍도를 사용하여 적지 않은 적을 죽였지만, 그 자신도 결국 이 벽풍도로 자결하며 세상을 떠나게 된다.

<수호전>에 이름있는 병기는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의 병기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심지어 영웅호한들이 쓰는 병기에서도 그들의 성격을 엿볼 수 있고 그들의 출신이 어떤지도 알 수 있다.

다만, 날카로운 정도만을 놓고 비교한다면, 여러 도검중에서 랭킹3위내에 드는 것은 위의 세 자루 칼일 것이다. 비록 일대일로 대항하여 날카로운 정도를 비교하지는 못했지만, 서로 다른 경우에 이 세 가지 칼은 서로 다른 작용을 한 것을 가지고, 조성된 상처가 어떠한지를 살펴보면 이 세 자루의 칼 중 어느 것이 가장 날카로운지를 알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전적을 보거나 칼이 발휘한 살상력을 볼 때, 석보의 벽풍도가 날카로운 정도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