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과 문학/수호전

양산박 108호한의 서열을 정한 잠규칙(潛規則)

by 중은우시 2018. 7. 31.

글: 유전록(劉傳錄)


<수호전>은 주로 천강(天罡), 지살(地殺)의 108개 별이 인간세상에 내려와 인간세상에서 체천행도(替天行道)한다는 이야기이다. 작자가 드러내고자 하는 충의(忠義)는 양산박의 응집력이 아니라, 진정 그들을 양산박으로 와서 반란에 참가하도록 한 것은 책에서 암시하고 있는 천강지살이론이다. 송강(宋江)은 천강지살이론의 신화전설을 가지고, 108명이 하늘의 별의 주인이라고 신격화시켰고, 마침내 각종 수단으로 108명을 양산에 모이게 만든다. 그렇게 하여 천강지살이론의 정확성을 입증했다.


양산에 오르고나서 모든 사람이 별의주인이라는 것은 난제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것도 공손승(公孫勝)은 어렵지 않게 해결한다. 그의 건의와 조작하에 송강이 노력하고, 오용(吳用)의 협조하에 마침내 천서(天書)가 내려왔다는 방법으로 해결한다. 하늘의 뜻은 어길 수가 없다. 송강은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여러 영웅간에 평형을 이루었다. 여기에는 원칙이 있어야 했다. 송강이 자기 마음대로 정했다는 것이 드러나서는 안된다.


말로는 하늘의 뜻에 따라 처리한 것이지만, 모두가 쉽게 받아들일 만한 신비한 형식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첫째는 송강과 오용의 기득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송강은 양산의 우두머리이다. 오용은 양산의 군사(軍師)이다. 이것은 다툴 여지가 없다. 바로 송강과 오용의 묵계와 합작하에 양산은 비로소 별 볼일없는 산적무리에서 점차 강호제일의 조직으로 변모하게 된다.


비교해서 말하자먼, 서열2위의 노준의(盧俊義), 서열4위의 공손승(公孫勝)은 어느 정도 얼굴마담역할이다. 노준의는 송강이 일체를 불구하고 양산으로 모셔온 인물이다. 하북삼절(河北三絶)중의 한 명이다. 이것은 양산으로 하여금 세력을 북으로 확장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노씨집안의 모든 재산도 양산에 헌납했다. 이 점은 그 누구도 비견될 수 없다. 또 핵심중의 하나는 노준의의 무공이 제일이라는 것이다. 양산에서 상대할 자가 없다. 공손승이 양산에 대하여 한 가장 큰 공헌은 바로 영웅의 서열을 정한 법단(法壇)을 주재한 것이다.


관승(關勝)이 서열5위에 올랐는데, 이는 임충(林沖)의 팬들이 불만을 가지는 부분이다. 관승에게는 대단한 조상이 있고, 본인의 무공도 뛰어나며, 의표도 당당하다. 게다가 송강이 가려는 초안(招安)의 길에 오호상장의 첫번째는 관승이 아니면 안된다. 만일 임충이 첫번째라면 아마도 고구(高俅)가 더더욱 초안에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명(秦明)은 송강 심복중 최고의 맹장이다. 그리고 송강의 두번째 명장이다. 임충의 뒤에 놓이는 것이 정상적인 자리이다. 호연작(呼延灼)은 명인의 후손일 뿐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양산이 거둔 최초의 정규군의 전투경험을 가진 장수라는 점이다. 실력도 있고 집안도 좋다. 그래서 서열8위에 두는 것이 적합하다.


둘째는 양산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오호장(기실 4호장이다)의 뒤에는 서열9위부터 서열12위까지 양산의 특수한 가치관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보인다. 화영(花榮), 시진(柴進), 이응(李應), 주동(朱仝)등 4명의 양산박 서열은 양산집단의 이익정수를 보여준다.


화영은 송강의 천강지살이론의 최초추종자이다. 게다가 그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신전(神箭)이다. 9위에 놓는 것도 억울할 지경이다.


시진은 선조가 황족이다. 양산의 모든 영웅들이 내심으로 경외하는 시세종(柴世宗)의 후손이다. 이것은 그가 선천적으로 혈통의 우세를 지녔다는 것을 말한다. 양산의 경제와 혈통에 큰 도움을 준다. 관건은 그가 양산과 조정의 소통에 가장 적합한 중간역할을 할 사람이라는 것이다. 시진은 송강, 임충, 무송등에게 은혜가 있어 양산의 은인이다. 10위에 놓는 것이 적합하다.


주동은 양산의 양대천왕을 구해준 적이 있다. 그리고 관운장과 같은 용모도 지녔다. 주동이 양산에 가입한 것은 양산의 의기(義氣)를 한단계 끌어올려주는 일면이 있다. 그래서 12위에 놓는 것고 말이 된다.


제11위는 이응에게 돌아갔다. 이건 약간 억지스러워 보인다. 이응은 축가장을 진정으로 타파한 공신이다. 또한 양산에 전량을 공급하는 최초의 기둥중 하나였다. 축가장을 치면서, 송강은 양산에서 위명을 세웠고 인심이 그에게 몰렸다. 그가 양산박에서 서열1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모두 이응의 공로이다.


셋째는 마보수(馬步水)의 서열이다. 마보수 삼군 중에서, 양산에서 가장 중용되지 못한 것은 수군(水軍)이다. 대명자자한 수군의 큰형 이준(李俊)은 몰차란(沒遮攔) 목홍(穆弘)의 뒤를 차지한다. 양산에 오르기 전에, 이준(이립, 동위, 동교), 목홍(목춘), 장횡(장순)은 모두 같이 게양령(揭陽嶺)의 삼패(三覇)였다. 이준의 지위가 더 높았다. 관건은 두 사람이 모두 게양령에서 송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목가형제는 하마터면 송강을 죽일 뻔했다. 그러나 이준은 송강의 목숨을 구해준다. 이 몇 가지를 종합하면, 이준의 위치는 당연히 목홍보다 높아야 맞다. 이것이 아마도 이준이 끝까지 송강을 따라 동경으로 돌아가지 않고, 배를 타고 떠나버린 원인일지도 모른다. 다만 목홍은 마군(馬軍)의 우두머리이다. 그리고 집안의 전량은 모조리 양산에 바쳤다. 이것도 아마 점수를 딴 점일 것이다.


이준이 좋은 위치에 놓이지 못했고, 왕씨삼웅(阮氏三雄)과 장씨쌍웅(張氏雙雄)도 마찬가지로 좋은 위치에 놓이지 못했다. 주요 원인은 아마도 양산이 수군을 중시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아마도 이 점 때문에 방랍(方臘)을 칠 때 크게 당하게 되었을 것이다.


넷째는 인품을 고려한다. 양산은 충의를 가장 중시한다. 배반이나 투도(偸盜)는 배척한다. 백승(白勝)은 지취생신강(智取生辰綱)의 참여자이다. 다만 관부에 체포된 후에 조개(晁蓋)와 오용(吳用)을 팔아먹는다. 서열이 끝에서 세번째인 것은 당연하다. 욱보사(郁保四)는 증두시(曾頭時)의 사람이다. 그 주인을 배신하고 양산박의 간첩이 된다. 게다가 증두시에서 일찌기 조해를 죽였다. 그래서 서열이 끝에서 네번째이다. 시천(時遷)은 놀라운 공을 많이 세웠고, 본인도 정명하고 능력있다. 절대로 수퍼급의 스파이이다. 양산의 스파이두목이다. 양산의 잠규칙은 투도를 폄하하는 것이다. 그래서 닭을 훔쳐서 세번 축가장을 치는 일을 일으킨 시천은 끝에서 두번째, 마적 단경주(段景住)는 서열이 꼴찌가 된다. 이들 4명에 3명의 여장은 바로 양산 잠규칙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