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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음악

리윈디(李雲迪)사건: 무서운 사회적비극이다.

by 중은우시 2023. 5. 17.

글: 철학여세계(哲學與世界)

갈수록 리윈디(李雲迪)의 사회적사망은 무서운 사회적비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비극은 아주 좋은 문화의 상징을 우리 사회가 완전히 망가뜨려버렸다는데 있다.

 

맞다. 그의 쇼팽피아노콩쿠르 1등이라는 무게는 얼마나 대단할까? 여러분들은 알고 있는가? 노벨상은 1년에 1번 시장하지만, 쇼팽피아노콩쿠르는 5년에 1번 개최한다. 노벨상은 매기마다 1명이상이 상을 받을 수 있지만, 쇼팽피아노콩쿠르는 적합한 사람이 없으면 상을 주지 않을지언정 함부로 상을 남발하지 않는다. 만일 심사위원들이 그 회에는 1등을 받을 자격이 있는 참가자가 없다고 판단하면 비워둔다. 

 

그래서, 1927년 제1회 쇼팽피아노콩쿠르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모두 18회가 개최되었지만, 1등은 17명뿐이다. 그중 1949년에는 2명에게 1등을 주었다. 그러나, 1990년과 1995년에는 연속 2차례나 1등이 없었다. 그런데 2000년이 되어 18세의 리윈디가 나타나서 쇼팽피아노콩쿠르 1등을 차지한 것이다.

 

보라. 전세계에서 1년에 한명씩의 모얜(莫言)은 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5년 심지어 15년만에 겨우 리윈디 1명이 탄생한 것이다. 이런 걸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모얜은 항상 있지만, 리윈디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쇼팽콩쿠르1등은 진정으로 희귀동물이다. 중국에서 지금까지 오직 리윈디 한명뿐이다. 그 유명한 푸종(傅總)도 당시 겨우 3등상을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지구사람이라면 모두 이름을 알고 있는 랑랑(郞朗)은 상의 냄새조차도 맡지 못했다.

 

그래서, 쇼팽피아노콩쿠르대회 1등상을 받은 리윈디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음악가일뿐아니라, 이 희유한 몇장의 국제적인 지명도와 영향력을 가진 문화의 상징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의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성매매사건으로, 우리의 차오양(朝陽)군중, 아Sir, 매체와 문화예술협회는 놀랍게도 힘을 합쳐서 직접 이 문화의 상징을 찢어버린 것이다. 리윈디는 신패명렬(身敗名裂)하고 순식간에 사회적으로 사망했다.

중국음악가협회의 제명통보

조금전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고 있다가, 순식간에 땅바닥에 쓰러져서 제대로 딛고 서있을 수조차 없게 되었다. 무슨 "리윈디가 신단(神壇)에서 굴러떨어진 것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라는 CCTV 평론가도 나오고, 소위 음악가협회는 리윈디를 제명하기까지 했다. 마치 당초 리윈디가 성매매를 하지 않아서 '신단'에 올라 음악가협회 회원이 된 것인마냥.

 

리윈디의 처지는 나로 하여금 전율을 일게 만든다. 선비는 죽일 수 있지만 욕보여서는 안된다. 리윈디가 법을 어겼으면, 관련조례에 따라 그를 처벌하면 그만이다. 그의 개인적인 프라이버시까지 널리 공중에 알려서 대거 비판받게 만들고 제명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만일 아직 결혼하지 않은 성년인이 또 다른 성년미혼자와 성거래를 했다고 하여, 이렇게 사회적사망으로 몰아가야 한단 말인가. 만일 반드시 그래야 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고쳐써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슈베르트, 파가니니, 베토벤등등도 모두 성매매를 했었다. 그럼 그들도 각종 역사와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단 말인가, 그들의 음악도 모두 금지되어야 하는가? 무슨 <운명교향곡>도 이후 연주나 방송을 금지해야 할까? 무슨 당송팔대가의 작품도 모두 서가에서 끌어내리고 교과서에서 삭제해야할까? 왜냐하면 그들중 청루(靑樓)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있었던가?  라듐이라는 원소도 사용금지되어야 하는가? 퀴리부인이라는 이름도 각종 교과서와 역사서에서 삭제해야 하는가? 라듐원소를 발견한 퀴리부인도 바람을 피운 적이 있었는데...

 

아니다. 한 개인을 훼멸시키는 것을 그렇게 마음대로 해서는 안된다. 특히 문화적인 상징 혹은 불세출의 인재라면 더더욱 그렇게 마음대로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마음대로 해버리는 것은 개인의 존엄을 무시하는 것이고, 더더구나 인재를 망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배후에는 일종의 지배논리가 있다. 즉 무소불능의 역량이 있고, 그 역량이 일단 바람을 불러일으키게 되면 바로 누구든지 죽여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그가 가장 탁월한 인재라 하더라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리윈디의 사회적죽음은 나로 하여금 물리학의 쑤싱베이(束星北)의 처지를 생각나게 만든다. 쑤싱베이는 사람들이 '중국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렀던 인물이다. 중국레이다의 아버지이고, 물리학천재이다. 또한 노벨상을 받은 리정다오(李政道)의 스승이기도 하다. 1931년, 쑤싱베이는 조국이 내우외환에 처해 있자, 미국의 높은 급여와 직위를 버리고 조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중국최초의 레이다를 만들고, 조국을 위하여 많은 물리학인재들을 배양했다.

 

이런 천재가 1955년부터 모호한 죄명으로 정직조사를 받게 되고, 그후 그에게 화장실청소를 시킨다. 제자인 리정다오가 성공한 후 귀국해서 은사의 상황을 물어보자, 이 물리학대가는 비로소 1979년 다시 대학의 강단에 설 수 있게 되었다. 1955년부터 1979년까지, 물리학천재는 꼬박 24년간 굴욕적인 인격모독 속에서 인생을 낭비한 것이다.

 

왜 중국은 대형비행기를 만들지 못하는가. 왜 반도체제조에서 다른 나라에 목줄이 죄어 있는가, 왜 이웃한 일본에서는 21세기에 접어든 후 거의 매년 노벨상을 받고 있는데, 중국은 다 합쳐야 2,3개에 불과한가? 리윈디와 쑤싱베이의 처지를 보면 우리는 답을 알 수 있을 것같다.

 

슬프다. 오합지중들은 원숭환(袁崇煥)의 살을 물어뜯고, 담사동(譚嗣同)의 몸에 썩은 배추잎을 집어던지고, 지금은 리윈디를 모욕하고 짓밟는다. 경외라는 것도 없고, 시비라는 것도 없다. 그저 오로지 멍청하고 나쁠 뿐이다. 그러니 어찌 비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슬프다. 소위 학부협회는 모두 문화기구인데, 문화가 뭔지를 모르고 있다. 그저 조주위학(助紂爲虐)하면서 문화와 문화인을 짓밟기만 하고 있다. "XXX! 문화가 망하면, 모든 것이 망한다." 그 비통한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나는 장탄식하면서 눈물을 가릴 수밖에 없다.

 

슬프다. 옛날, FBI가 마틴 루터 킹박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계속 그를 미행했다. 마침내 그들을 흥분시키는 대형폭탄을 찾아낸다.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킹박사가 성매매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엄청난 사실을 매체에 던져주었다. 매체에서 널리 보도하며 씹으면 마틴 루터 킹박사는 명예가 땅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미국매체는 FBI를 완전히 무시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이 엄청난 부수를 가져다줄 기회를 포기하고, 킹받사의 성매매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가장 체면을 지키면서 가장 존경스러운 침묵을 유지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사생활이 그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폭탄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동시에 그들은 또한 알고 있었다. 킹박사는 미국사회 진보의 양심이라는 것을. 이 양심을 매체의 욕심때문에 망가뜨려서는 안된다고. 이것이 바로 매체의 양심이다.

 

그러나, 리윈디사건에서, 이 곳의 매체들은 독수리보다 탐욕스럽고, 들개보다 흉악하며, 구더기보다 왜곡되어 있다. 그들은 리윈디에게 낙정하석(落井下石)하면서, 무슨 매체의 양심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적 양심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기녀는 그저 육체를 팔지만, 매체는 양심을 판다. 원래 사회의 등대가 되어야할 매체가 기녀보다도 못하고, 도덕이 바닥에 떨어졌으니,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리윈디는 비록 사회적으로 사망했으나, 그의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그는 여전히 피아니스트 리윈디이다. 만일 그에게 충분한 지혜가 있다면 그는 조용히 멀리 떠나서, 인재를 존중하는 곳으로 가, 피아노를 계속 쳐야 한다. 언젠가 그의 예술조예가 한단계 더 올라가서, 더욱 높은 국제적인 명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를 쓰러뜨렸던 곳에서도 금방 옛날의 태도를 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무슨 "중국인의 영광 리윈디가 다시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고 떠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리윈디사건은 아주 무서운 사회적비극이라고. 리윈디는 새로 태어날 수 있겠지만, 이 사회는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