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곡연(谷淵)
10년전에 미국현지의 한 골동품경매업체에서 아시아골동품감정사(Specialist)를 겸직하며, 매분기마다 한번씩 개최되는 아시아예술품경매에 참가하여, 진위감정, 연대판단 및 시장가격평가를 진행하고, 경매품의 소개자료를 쓰며, 경매품사전전시때 고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이 골동품경매업체는 수십명의 fulltime직원들이 있었는데, 모조리 백인이었다. 내가 가입하기 전까지 경매업체에는 일본, 한국, 태국, 베트남의 골동품 및 이들과 중국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더더구나 종류가 복잡한 중국골동품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경매팀의 매니저는 70여세의 백인할머니인데, 머리카락은 은발이고, 얼굴표정은 자애로웠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그녀의 기억력이 엄청나게 좋다는 것이다. 한번 보면 모두 기억했다. 매번 경매때마다 300여건의 경매품이 나오는데, 출품번호(lot number)만 언급해도 그녀는 그 경매품에 대하여 소개를 해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누가 출품자(cosigner)인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 자리에 20여년간 있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 할머니는 나의 업무를 신뢰해주었고, 아시아경매품의 감정은 모조리 나에게 맡겼다. 이 경매업체의 가장 자랑스러운 기록은 명나라때 하조종(何朝宗)의 덕화관음자상(德化觀音瓷像)을 경매에 내놓아, 중국의 한 구매자가 낙찰받은 것이다. 당시 국내시가는 1천만위안이 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나는 이 경매업체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좋은 경매업체여야 좋은 경매물품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업무는 현지의 골동품 구매자 및 판매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했다. 구매자를 피부색으로 구분하자면 주로 중국인과 백인이다. 백인구매자중 첫째유형은 소장자이다. 대부분 장기간 전문적으로 소장해온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중국고전가구, 옥기(玉器), 자기(瓷器)등을. 이들이 비교적 중시하는 것은 물건의 시대와 문화풍격이었다. 등급이나 모양 그리고 재질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예를 들어, 명나라때 가구의 풍격을 편애하면, 유목(楡木)이든 홍목(紅木)이건, 황화리(黃花梨)이건, 자단목(紫檀木)이건 모두 구매했다. 이런 류의 구매자들은 자신이 전문가이고 소장경험이 풍부하다. 경매품사전전시때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은 경매품의 출처와 시대판정의 근거이다. 일단 마음에 들면, 경매때 금액을 따지지 않는다.
둘째유형은 골동품상인(antique dealer)이다.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골동품점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골동품몰(antique mall)에 자신의 매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유형의구매자들은 실전경험이 풍부하고, 아주 전문적이다. 골동품사전전시때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는다. 경매때, 그저 따지는 것은 이익을 남길 수 있겠느냐는 것뿐이다.
중국계 구매자는 목적에 따라 분류해볼 수 있다:
소장가: 20년전 타이완, 홍콩사람이 많았다. 소장도 많이 하고, 종류도 다양하며, 좋은 물건 심지어 정품(精品)도 적지 않게 소장하고 있다. 특히 고전가구. 이들 중에는 식고불화(食古不化)한 사람도 있다. 일찌기 한 타이완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자기만 20여년간 수집해왔다. 자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서, 집안에 역대왕조의 자기를 소장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수시로 뉴욕의 소더비에 경매에 올리고 싶은 물품을 우편으로 보내지만, 단 한 개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그는 그들의 안목이 없다고 원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가 소장한 자기는 한눈에 가짜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가 집안에 소장하고 있다는 '역대왕조'의 자기들이 걱정될 뿐이다. 개혁개방후 미국으로 건너와 중산층이 된 대륙의 사인사들이 최근 들어 중국골동품소장의 주력이 되었다. 그들이 소장하는데는 "비싼 것은 겁나지 않지만, 틀린 것은 겁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진품일 것을 요구하는 외에 모양과 재질도 따진다. 예를 들어, 옥기는 반드시 화전옥(和田玉)이어야 하고, 가구는 반드시 홍목이어야 한다. 보통물건은 그들의 눈에 차지 않는다. 이들은 분산투자 혹은 생활품위를 제고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얘기를 나누는 중에 물어보는 것은 모두 경매품의 진위, 시가와 재질이다. 이들이 내가 주로 상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경매품의 문화배경과 감정지식에 큰 흥미를 나타낸다.
간루자(揀漏者, 주인이 가치를 모르는 골동품을 헐값에 사들여 거저주우려는 사람). 이 집단도 적은 수가 아니다. 아마도 골동품을 거저 주운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요행을 바라는 심정으로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다. 경매전에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는 하지만, 그다지 귀담아듣지는 않는다. 경매때는 최대한 가격은 낮으면서, 모양은 좋고, 관지(款識)가 있는 것을 고른다. 나는 일찌기 이들과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그들도 경매로 얻은 물품중에 가짜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그중 한두개만 진품이어도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루는 한 사람이 십수건의 '상등소장품'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모조리 가짜였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설명해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다음 날의 경매장에서 그는 여전히 똑같이 가짜를 사모았다. 이건 아마도 그 사람의 성격이 그래서 그런 것일 것이다.
식고성은자(食古成癮者). 이들이야말로 순수한 소장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부분 육체노동자이다. 평소에는 페인트칠이나 콘크리트나 집안인테리어같은 류의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힘들게 번 돈으로 골동품경매장에 나타나서 정말 마음에 드는 골동품을 낙찰받는데 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전에 한 페인트공이 있었는데, 민국후기의 분채다완(粉彩茶碗)을 마음에 들어했다. 내가 붙인 경매예정가격은 300-500달러였다. 그런데, 그는 2,500달러에 낙찰을 받아갔다. 여기에 경매업체의 수수료(20%)와 판매세(10%)까지 더하면 개략 그가 1주일간 고생하여 번 돈을 쏟아부은 것이다.
모리자(謀利者). 몇년전 중국국내에 골동품붐이 일어났다. 평균가격이 미국시장의 10배였다. 이런 폭리앞에 자연히 이익을 추구하는 무리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미국에서 저가로 낙찰받아, 대륙의 소장가 혹은 골동상에게 비싼 갚에 파는 것이다. 혹은 대륙의 골동상의 위탁을 받아 대리구매하면서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는다. 이들은 풍부한 실전경험을 가지고 있고, 목적도 명확하다. 다만 대륙의 골동품시장이 쇠락하면서, 더 할 일이 없게 되어버렸다.
장기간 경매회사를 경영하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판매자와 구매자들을 확보해야 한다. 인터넷이전에 이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력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현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시대가 도래하면서, 인터넷구매자와 판매자의 숫자가 급증한다. 최고조일때는 60%이상의 구매자가 온라인구매자였다. 특히 대륙의. 이런 추세는 경매품의 경쟁을 부추겼고, 경매업체의 수입을 늘려주었다. 다만 극히 불안정했다. 한편으로, 온라인참가자들이 고정적이지 않고, 그들은 전세계에서 소장품을 찾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경매품이 있으면 참가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경매업체가 가장 골치아파하는 것은 평균 매번 경매때마다 모두 10% 심지어 30%의 낙찰품에 대하여 돈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떤 때는 하나의 계좌에서 십수개 혹은 수십개의 경매품을 낙찰받는다. 그후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경매업체는 그의 계좌를 막아버리지만, 그는 다시 새로운 계좌를 연다. 불행한 것은 그들중 절대다수가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특히 대륙의 구매자들이다. 이는 중국인구매자의 신용에 크게 먹칠을 하게 되어, 경매업체는 온라인으로 등록하는 중국인들에 대하여는 추가적인 요구조건을 내걸게 된다. 온라인판매자는 통상 다른 주의 사람들이고, 경매품을 우편으로 부쳐온다. 처음에 경매업체는 수시로 모르는 사람에게서 포장된 경매품을 받게 되는데, 열어보면 모조리 가짜이다. 경매업체는 그렇다고 자신의 돈으로 그 물건을 돌려보내줄 수도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저가로 경매에 올리게 되고, 이건 다시 경매업체의 명성에 누가 된다. 그래서 나는 먼저 경매물품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고, 초보적인 감정이 통과되면 다시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도 절반이상은 가짜이다. 아주 유감스럽게도 이런 류의 온라인판매자는 대부분 중국인이다.
경매업체에서는 수시로 소장가의 집으로 가서 현장감정(On-site appraisal)을 하게 된다. 소장품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보내어 감정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통상적으로 자녀들이 부친대의 소장품을 상속받았는데, 아들은 계속 소장하고 싶지 않을 때이거나, 혹은 소장자가 사망한 후, 남은 배우자가 생활이 어려워서이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가게 되는 경우이다. 경매물품을 확보하기 위하여, 현장감정은 통상적으로 무료이다. 게다가 시간과 힘이 많이 든다. 차를 몰고 하루종일 가야하고, 소장품의 수량이 많으면, 심지어 연속 며칠간 진행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현장감정은 즐겁게 간다. 왜냐하면 진품을 만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가봤더니 방안 가득 중국의 경태람(景泰藍)이 쌓여 있고, 심지어 주방에까지 놓아두어, 걸음을 옮기거나 몸을 돌릴 때도 신경을 써야할 정도인 적도 있었다. 소장품의 대다수는 청나라 18세기 내지 19세기의 작품들이고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람키높이정도의 동태경태람마(銅胎景泰藍馬) 한필이었다. 18세기말기의 것으로 살아있는 것같았다. 이렇게 큰 경태람마는 실로 평생 단한번 보았다. 옛날에 동(구리)는 동전을 만드는데 썼기 때문에, 이렇게 큰 동태마를 만들려면 많은 돈이 들어가야 했다. 동시에 동태는 수공으로 하나하나 쳐서 만들게 된다. 그래서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게다가 복잡한 발사구화(撥絲構畵), 경태람전료(塡料)와 도금(塗金)공법을 써야해서 경태람기물을 하나 완성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일반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쉽게도 말의 입부분은 경태람이 떨어져나간 현상이 시급하여 동태에까지 손상이 갔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십수만달러 내지 수십만달러의 경매가격도 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9천달러의 경매보류가격을 정했는데, 소장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에게 이번 현장감정이 헛된 발걸음은 아니었다. 좋은 물건을 구경한 외에 19세기 경태람 '태평유상(太平有象)' 한쌍이 마음에 들었는데, 모양이 완벽했다. 그리하여 저가로 소장가와 현금거래를 했다. 원래 경매업체규정에 따르면, 고용원은 고객과 개인거래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겸직이었기 때문에 그런 제한을 받지 않았다. 옆에 있던 매니저할머니도 그저 하하 웃으면서 묵인해주었다.
자주 소장가들이 이렇게 묻는다. 감정을 배우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고. 적지 않은 소장가들은 골동품감상서적을 많이 읽어보지만, 일단 실제 물품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책도 읽어야 하지만, 실제경험이 더욱 중요하다. 자기를 예로 들면, 고급제품부터 시작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든 학비를 바쳐야 할 것이다. 마땅히 저급제품부터 시작해야 하고, 진품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북미지역에는 '외소자(外銷瓷, 중국에서 해외판매목적으로 제작한 자기)' 특히 광채자기(廣彩瓷器, 廣州織金彩瓷)부터 시작하는게 좋다. 광채자기는 강희제, 옹정제때 만들기 시작했고, 19세기에 북미로 대량 수출되었다. 그리하여 현재까지 남아있는 수량이 아주 많다. 수시로 garage sale이나 yard sale에서 찾아볼 수 있다. 9인치짜리 광채자반(廣彩瓷盤)은 십여달러 내지 수십달러정도이다. 진품자기를 손에 넣으면 당시의 태질(胎質)과 채유(彩油)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다. 여기에 광채자기는 당시 국내시장의 거의 모든 종류의 표준형태가 다 존재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감정요령을 파악하는데 적합하다. 다음으로, 광채자기 자체는 소장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19세기후반 9인치 '광채자반'은 1970년대에 가치가 500-600달러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십여달러 내지 수십달러이다. 아마도 지금이 '저가매입'해야할 시기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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