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삼국)

손권(孫權) 말년의 태자쟁탈전

중은우시 2022. 8. 17. 14:25

글: 고소소고사(搞笑小故事)

 

중국고대의 강력한 제왕에게는 자주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전명후암(前明後暗). 전반기에는 제왕이 여러 사람들의 말을 잘 듣고, 큰 뜻을 이루겠다는 마음도 있으면서, 심혈을 기울여 통치하지만, 후반기에 이르러, 한쪽 말만 듣고, 간신을 총애하며, 후계자다툼이 치열해지게 된다. 한무제, 당현종, 주원장, 강희제에게서 모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제왕은 바로 삼국의 삼대군주중 하나인 손권이다.

 

손권의 성취에 관하여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는 등극초기 웅주의 모습을 보였다. 유비와 연합하여, 공동으로 조조를 격패시켰다. 그후 오나라의 경제발전과 영토확장에 전력을 다했다. 유비가 한중을 점령하고 전성기를 이룬 후, 손권은 형주를 기습하고 관우를 잡아 죽여, 동오 군신 수십년의 꿈을 완성하여, 장강중류의 강동에 대한 위협을 제거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위대한 군주가 그의 말년에 이르러서는 혼외(昏聵)하여 그의 사후 동오는 신속히 분열상태에 빠진다.

 

한 제왕이 말년에 이르면, 후계자문제가 국가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다. 조정의 대신들은 황자들에게 줄을 서게 되고 이로 인하여 당쟁이 형성된다. 이런 사례는 사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손권에게는 모두 7명의 아들이 있었다. 각각 손등(孫登), 손려(孫慮), 손화(孫和), 손패(孫覇), 손휴(孫休), 손분(孫奮), 손량(孫亮)이었다. 손등과 손려의 모친은 모두 첩이었다. 손등은 오랫동안 서비(徐妃)에게 양육되었고, 또한 오래 태자의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요절한다; 손려는 더 일찍 죽었다. 그리하여 태자의 자리는 손화에게 넘어간다. 그런데, 손패가 불복하고, 온갖 수단방법을 써서 태자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다. 손화도 자연히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았고, 손패에 반격을 가했다. 이때 손권의 장녀 손노반(孫魯班)이 끼어든다. 그녀는 손화의 모친과 사이가 나빴다. 그래서 손권의 앞에서 손화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손권은 딸을 아주 좋아했고, 그러다보니 점점 손화를 멀리하게 된다.

 

이때 태자의 보호산이 등장한다.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육손(陸遜)이다. 육손은 이때 이미 승상이었다. 다만 여전히 무창(武昌)에 진주해 있었다. 육손이 상소를 올려 손화의 편을 들어, 형제간의 관계를 화합시키도록 말한다. 그러나 손권은 들은체만체한다. 태자태부(太子太傅) 오찬(吾燦)도 상소를 올려 손패를 지방으로 내려보내고, 양축(楊竺)등은 변방으로 보내라고 말한다. 상소문을 너무 격하게 써서, 손권은 읽고 대노한다. 손패는 그 기회를 틈타 간언하여, 손권으로 하여금 오찬을 죽게 핍박하도록 만든다. 손권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육손도 강하게 질책한다. 이 출장입상의 육손도 결국 우울하게 생을 마치게 된다. 나중에 육손의 아들 육항(陸抗)이 손권을 만나 자신의 부친의 진실한 마음을 얘기한다. 손권은 그의 말을 듣고 후회막급하여 더 이상 손패를 총애하지 않는다.

 

손화와 손패가 다투는 사이에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는 바로 손량의 모친인 반부인(潘夫人)이다. 반부인은 아주 젊었고, 후궁에 들어와서 손권의 총애를 받으며 막내아들 손량을 낳았다. 그녀는 손화와 손패가 싸워서 양패구상하는 것을 보고 그 기회를 틈타 자신의 아들을 태자의 자리에 올리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는 공주 손노반과 친하게 지내며, 함께 손권의 앞에서 손량에 대해 좋은 말을 계속한다. 손노반도 계모인 반부인을 도와 막내동생이 황제위에 오르도록 힘쓴다. 이를 위하여 그녀는 손준(孫峻)을 끌어들인다. 손준은 먼 종실이었고, 배분으로 따지자면 손노반을 고모라고 불러야 했다. 이 고모와 조카가 사통하다니 실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딸, 부인, 조카손자가 계속 부추기자 손권은 마침내 손화를 폐위시키고, 손패를 사형에 처하고, 막내아들 손량을 태자에 앉힌다. 그리고 나머지 두 아들 손분과 손휴는 왕으로 봉하여 지방에 내려보낸다.

 

이런 말이 있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보답을 얻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업보를 당한다. 반부인이 이처럼 머리를 써서 아들을 태자에 앉혔지만, 그녀는 성격이 포악했고, 부하들에게 걸핏하면 욕을 하고 곤장을 때렸다. 결국 아들이 태자에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손권은 이때 이미 늙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반부인이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손권도 죽는다. 임종하기 전에, 손권은 5명의 고명대신(顧命大臣)을 임명한다. 각각 태부(太傅) 제갈흡(諸葛洽), 태상(太常) 등윤(滕胤), 중서령(中書令) 손홍(孫弘), 시중(侍中) 손준, 장군(將軍) 여거(呂據)이다.

 

이 다섯 명의 고명대신은 처음부터 마음이 맞지 않았다. 손권이 죽자마자, 손홍과 손준은 조서를 위조하여 제갈각(諸葛恪)을 죽일 것을 상의한다. 그런데, 손준은 제갈각에게 이를 밀고하여, 제갈각이 선발제인(先發制人)하여 손홍을 죽여버린다. 그후에 손권의 장례를 치르고, 대제(大帝)로 받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