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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진)

한비자(韓非子)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by 중은우시 2021. 10. 9.

글: 초근야담역사(草根也談歷史)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은 이러하다: 한비자는 이사(李斯)가 모함하여 죽었다. 그리고, 원인은 바로 이사가 한비자의 총명함을 질투했고, 한비자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까봐 우려해서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하여 <전국책>에는 또 다른 내용이 실려 있는데, 한비자의 신분이나 당시에 처한 상황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전국책>에는 뭐라고 쓰여 있을까?

 

1. 우수한 한비자

 

한비자는 한(韓)나라의 공자이고, 한왕헐(韓王歇)의 아들이다. 출신이 존귀하기 때문에, 그는 어려서부터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고, 거유인 순경(荀卿)의 문하에 들어간다. 이사와는 동문사형제가 된다.

 

두 사람은 모두 공부를 좋아하고, 아주 우수했다. 졸업후, 이사는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관직을 얻으려 했고, 결국 천신만고끝에 진나라로 갔다. 그러나, 한비자는 이 방면에서 걱정을 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유유자적하게 지냈다.

 

한편으로 부친을 도와 정사에 참여하면서 부국강병의 아이디어를 내고, 다른 한편으로 책을 쓰는데, 여러 편의 뛰어난 문장을 남긴다.

 

시간이 흐르다보니 그의 명성은 높아졌고, 진나라의 영정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영정은 한비자의 문장을 보고 바로 한비자의 광팬이 된다. 진왕이 광팬이 되었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이렇게 탄식을 하게 된다: "안타깝도다. 과인이 이 사람을 만나서 같이 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기실, 영정은 그렇게까지 상심할 필요가 없었다. 얼마 후 한비자가 진나라로 오고, 진왕 영정에 아주 공손한 태도를 보인다.

 

2. 한비자가 진나라로 오다

 

기원전233년, 진나라는 조나라를 공격한다. 역대이래 삼진일체(三晋一體, 晋에서 갈라진 한, 위, 조는 하나처럼 움직였음)이므로, 한나라는 공황에 빠진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정리한 후에 이어서 한나라까지도 손보려 할까봐 걱정한 것이다. 만일 진나라가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히 미연에 방지하는 편이 좋다. 이런 이유로 한비자의 형이자 당시 왕위를 계승한지 8년이 된 한왕안(韓王安)은 한비자를 진나라로 파견하게 되는 것이다.

 

진나라에 파견하는 것은 무슨 목적에서일까?

 

하나는 적국의 동향을 탐지하고, 둘째는 한비자는 이사와 동문사형제라는 교분이 있으므로 진,한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어쩔 수 없을 때는 공적인 일을 사적인 친분을 이용하여 해결하기도 한다. 이건 뭐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리하여 한비자는 진나라로 간 것이다.

 

오랫동안 흠모해왔던 현인이 마침내 진나라로 오다니, 진왕 영정은 당연히 잠을 자고 싶은데 베개를 만난 셈이다. 베개를 만나면 무엇을 할까?

 

옛날 맹상군이 진나라에 사신으로 왔을 때, 진소양왕(秦昭襄王)은 그를 붙잡아 인질로 삼았다.

이런 일을 진나라가 한두번 한 것도 아니다. 이미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비자를 붙잡아 놓았다. 매일 잘 먹이고 접대했다.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한비자는 어떻게 해야할까?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에 변화가 발생한다.

 

3. 풍향이 바뀌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면서 파견한 장수는나중에 배신을 하여 연나라로 도망치고 결국 자신의 수급이 베인 번어기(樊於期)였다. 조나라는 만만치 않았다. 전국사대명장중 한 명이며 흉노를 쳐서 흉노가 이름만 들어도 도망친다는 이목(李牧)이 총사령관이었다.

 

두 사람의 이름만 듣더라도, 피래미가 대어를 만난 것같지 않은가? 전투를 엉망진창으로 진행해 버리게 된다.

조나라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잠시 놔두고, 한왕안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원래 한비자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낸 것은 조나라가 패전할까봐 걱정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진나라가 오히려 패전했고, 조나라는 기세등등하다. 조나라는 여러 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다 함꼐 진나라를 쳐버리자고 설득하고, 금방 초나라, 위나라, 연나라에서 호응을 받아낸다.

 

풍향이 바뀌였다. 원래는 서풍이 동풍을 압도했는데, 지금은 동풍이 서풍을 압도하게 된 것이다. 한왕안도 멍청하지는 않다. 급히 내리막을 만나자 말에서 내리듯이 입장을 바군다. 진나라의 여러가지 나쁜 점을 생각해낸 것처럼 즉시 조, 초, 위, 연과 결맹을 맺는다.

 

이렇게 되니, 다섯나라가 진나라를 협공하는 국면이 된다.

진왕 영정은 원래 한비자를 풀어주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 되니 더더욱 풀어줄 수 없었다. 풀어주게 되면 적의 실력만 키우는 꼴이 된다. 이제는 한비자의 일은 내버려두고 어떻게 오국연합이 진나라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4. 진왕의 도량이 넓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진왕 영정은 도량이 넓었다. 한비자를 자기사람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공공연히 그를 진나라의 조정회의에 참가시키고, 오국이 연합하여 진나라를 공격하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그리고, 회의에서 직접적으로 묻는다: "조, 초, 위, 연의 네 나라가 하나가 되어 진나라를 공격하려 하는데, 짐은 안에서 자금이 부족하고, 백성들은 밖에서 사기가 떨어져 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진왕 영정이 물을 때 일부러 한나라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한비자가 난감해 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일 것이다. 이것을 보더라도 진왕 영정의 통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영정의 이런 태도에도 한비자는 아예 못들은 척하며 조정에서 눈을 코를 보고, 코는 입을 보고, 입은 마음을 보고 스님이 좌정한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진나라조정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객경 요고(姚賈)가 일어나서 가슴을 치면서 보증했다: "제가 나서서 사국에 사신으로 가겠습니다. 그들의 연합을 깨고 병력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영정에게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저, 그에게 많은 돈과 자신이 입던 의복, 모자, 보검을 하사하며 요고를 전권대사로 임명한다. 일개 객경이 세치 혀만 놀려서 이런 대우를 받다니, 그렇다면 요고는 성공했을까?

 

5. 한비자의 보복

 

요고는 성공한다.

4개국은 속속 사신을 진나라로 파견하며, 진나라와의 우의를 다시 맺겠다고 말한다. "네 나라가 하나가 되어 진나라를 공격하려한다"는 것은 그저 헛소문일 뿐이라고 말한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진나라는 위기를 가볍게 넘긴다. 요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진왕 영정은 즉시 그를 상경(上卿)에 임명하고, 천호(千戶)를 하사한다. 요고는 성공했는데, 한비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는 무척이나 화가났을 것이다. 왜 화가 났을까?

이름도 없는 자가 진나라를 구해낸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동쪽의 여러 나라들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는 도저히 참기 힘든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조정회의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그가 적극적으로 진왕 영정의 곁으로 가서 미친듯한 보복을 시작한다.

그는 어떻게 보복했을까?

진왕에게 두 가지를 얘기한다

하나는 요고가 사신으로 간 동안에 진나라의 돈을 이용하여 여러 나라의 국왕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 이는 공적인 일을 빌미로 사적인 일을 한 것이니, 대왕에게 불충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요고는 위나라 문관(門官)의 아들이고, 일찌기 조나라왕을 보좌했다가 조나라왕에게 쫓겨났다. 그의 출신이 비천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품도 저열하다. 이런 자를 고위직에 앉히게 되면 여러 신하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힘들다.

 

<오두(五蠹)>, <설난(說難)>을 쓴 바 있고, 유세술을 잘 알고 있는 한비자의 이런 말은 정말 수준떨어진다. 남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자잘한 일로 꼬투리를 잡는 것도 그렇고, 남의 출신을 가지고 비난한 것도 그러하다.

목적은 바로 영정과 요고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것이고, 요고에게 불충의 죄명을 씌워 죽여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비자는 목적을 달성했을까?

 

6. 요고가 손을 쓰다.

 

한비자가 이 말을 할 때 아마도 잠시 잊어버린 듯하다. 육국 가운데 진나라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뿐아니라, 출신에 대하여 가장 신경쓰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진나라는 진목공때부터 객경제를 시행했고, 백리해같은 노비출신도 고관에 앉혔다. 하물며 문감의 아들이라면 문감도 하급관리가 아닌가.

한비자는 자신이 왕의 아들이다보니, 하급관리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같다.

 

그러나 진왕 영정이 어떻게 했을까?

한비자는 어쨌든 인물이다. 자신이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없다. 그래서 요고를 불러서 경위를 물어본다.

요고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태공망 강태공은 제나라에서 쫓겨나고, 조가에서도 버림받고, 자량에게도 쫓겨난 신하이지만 문왕이 그를 기용하여 나중에 왕에 오른다. 관중은 사람들이 멸시하는 상인이고, 남양에서 유폐되고, 노나라에서 죄수였지만, 환공이 그를 기용하여 나중에 작위가 백에 이른다. 백리해는 우의 걸인이고 전해지기로 다섯마리의 양가죽으로 사왔다고 하는데 진목공은 그를 재상으로 삼아 서융을 쳤다. 문공은 중산의 도둑을 기용하여 성복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들 네명의 선비는 모두 오점이 있고, 천하에서 비난을 받았지만, 현명한 군주가 이들을 기용하여 큰 공을 세울 수 있었다. 변수, 무광, 신도획이라 하더라도 어찌 기용하지 못하겠습니까. 현명한 군주라면 그 오점을 취하지 않고, 그 비난하는 말을 듣지 않고, 그를 살펴서 자신을 위하여 일하도록 기용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직을 보존해준 사람이라면 비록 밖에서 비방하더라도 듣지를 않아야 하고, 비록 세상에 높은 명성이 있다하더라도 아무런 공로가 없다면 상을 내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 신하들이 감히 헛되이 왕께 무엇을 바라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무슨 뜻인가? 

출신이 낮다고? 백리해, 범수는 나보다도 못했다. 하물며 여러 나라의 군주는 진나라의 얼굴을 봐서 나와 좋게 지낸 것이다. 만일 내가 진나라에 불충하고 군왕의 총애를 잃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들이 굳이 나와 가까이 지내려할 필요가 있겠는가.

 

진왕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알아차린다. 원래 한비자가 충신을 모함한 것이다. 그럼 충신을 모함한 한비자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한비자의 마음은 항상 밖을 향해 있었고, 우리와 한편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를 살려두어서 무엇할 것인가: 요고를 시켜 한비자를 주살하게 한다.

요고에 대하여는 신뢰를 하고, 한비자에 대하여는 잡아서 죽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비자의 죽음은 이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고 다른 사람때문이 아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이 점은 이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고, 완전히 한비자가 스스로 돌을 들어 자신의 발등을 찧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야 한비자의 높은 인격이 유지되는 것이다. 왜 그렇게 말하는가? 

 

만일 이사가 현명한 그의 재능을 질투하여 죽이게 된 것이라면, 한비자는 왕자로서 모국을 배반하고 모국의 적국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위의 내용대로라면, 모국을 위하여 적국의 군신관계를 이간하고, 적국조정의 역량을 약화시키려다가 성공을 하지 못한 것이 된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모국을 위하여 노력을 한 것이다. 이러한 한비자야말로 진정한 역사상의 한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조국을 영원히 생각하는 인물이고, 그를 위하여는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